탈북자 티모시 조와 박지현 씨가 지난 9월 제80차 유엔총회와 유럽연합(EU, European Union) 인권 청문회에서 북한의 지속적인 인권 침해와 중국 내 탈북자들의 고통을 증언하며 국제 사회의 대응을 촉구했다.
티모시 조는 지난달 9일 시작된 유엔총회에서 각국 대표 앞에서 북한 주민들의 배고픔, 고문, 강제 북송의 현실을 고발했다.
박지현 씨는 같은 달 EU 인권 청문회에서 7분간 발언하며 중국 내 탈북 여성의 인신매매, 강제노동, 무국적 탈북 2세의 고통을 “현대판 노예제”로 규정했다.
그녀는 “보고서와 선언은 생명을 구하지 않으며, 침묵은 생명을 죽음으로 내몬다”며 난민 인정, 가족 이산 대응, 중국 책임 규명, 보호 장치 마련을 요구했다. 이들의 증언은 북한 공산 전체주의 체제가 낳은 피해를 생생히 전하며, 국제 사회의 침묵이 문제를 악화시킨다고 비판했다.
지난 9월 22일 UN 인권위에서 북한인권 실상에 대해 증언하는 티모시 조. 조씨는 유엔 참석 기간 내내 북한 측 요원이 따라다니며 감시하는 등 위협을 느꼈다고 전했다. / 사진 = UN 안보리 증언 영상 캡처 @프리덤 조선
◆ 티모시 조의 탈북 고난과 활동
티모시 조는 어린 나이에 굶주림을 피해 북한을 탈출해 중국에서 꽃제비(유랑아)로 떠돌다 체포돼 4차례 강제 북송을 당했다.
그는 감옥에서 고문을 겪으며 “죽음의 고비를 수없이 넘겼다”고 증언했다.
영국에 정착한 후 언어 장벽과 탈북 트라우마로 고난을 겪었지만, 영국 상원의원 데이빗 앨튼 경에게 편지를 보내 양아들로 입양됐다.
그는 국제정치와 안보학을 전공해 영국 의회 보좌관으로 활동 중이며, 유엔 증언 전 기도하며 “김정은 체제의 노예로 사는 동포들과 죽어간 꽃제비들을 위해 증언한다”고 밝혔다.
그의 유창한 영어 증언은 과거 통역에 의존하던 탈북자들과 달리 국제 사회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
◆ 박지현의 삶과 EU 청문회 호소
박지현 씨는 북한 함경도 출신으로, 출신 성분 때문에 평양 대학 진학이 좌절되고 함경도 대학에서 수학 교사로 일했다.
1990년대 말 ‘고난의 행군’ 시기, 김정일 정권이 함경도 배급을 의도적으로 중단해 주민들이 굶어죽자 가족 생존을 위해 탈출했다.
영국 정착 후 지역 교육 감독과 인권 운동가로 활동하며, 코로나 팬데믹 당시 한국 탈북자들로부터 받은 마스크를 지역 주민들에게 나눠주며 “난민이 아니라 생존자”라는 응원을 받았다.
EU 청문회에서 그녀는 중국 내 탈북 여성과 아동의 고통을 고발하며 “30년 전 세계가 약속한 여성·아동 권리는 여전히 깨져 있다”고 비판했다.
2025년 9월 유럽 연합 북한 인권 청문회에서 발언하는 유럽 인권 전문가들
◆ 함경도의 비극과 북한 체제의 집단 학살
1990년대 말 북한 경제난은 함경도 주민들에게 특히 가혹했다.
함경도는 지주, 지식인, 기독교인, 월남자 가족 등 ‘적대 계층’이 추방된 지역으로, 김정일 정권은 반란 우려로 배급을 중단해 수십만 명이 굶어죽었다.
이는 스탈린의 우크라이나 ‘홀로도모르’(350만 명 굶주림 사망)와 유사한 집단 학살로, 공산 전체주의 정권이 배급 시스템을 악용한 사례다.
당시 평양도 배급과 전기가 끊겼지만, 김일성 주석을 미라로 보존한 금수산 궁전은 수천만 원 규모의 조명과 냉난방이 유지돼 체제의 위선을 드러냈다.
거주 이전 자유가 없는 북한에서 함경도 주민들은 생존을 위해 탈출을 선택했다.
◆ 윤석열 정부의 성과와 이재명 정부의 후퇴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정부는 9년째 북한인권법 시행을 방해하고 있다고 비판받는다.
윤석열 정부는 북한 인권을 국책 과제로 격상해 미국 민주주의·종교·노동국(DRL, Bureau of Democracy, Human Rights, and Labor), 민주주의증진기금(NED, National Endowment for Democracy) 등과 공조하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논의했다.
당시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는 비상근직임에도 풀타임 이상 활동으로 성과를 냈다.
반면, 이재명 정부는 인권단체 지원 예산을 전액 삭감하고 남북협력기금을 1조 원으로 늘렸다.
한국은 2024~2025년 유엔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으로 2024년 9월 의장국을 맡았지만, 2023년 탈북 청년 초청과 달리 북한 인권을 의제에서 제외해 국제 신뢰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는 김정은 정권에 국제 압박 완화 기회를 제공한다.
◆ 국제 사회의 침묵에 대한 호소
티모시 조는 “운 좋게 살아남아 새로운 삶을 얻었지만, 김정은 체제의 노예로 사는 동포들을 위해 증언한다”고 밝혔다.
박지현 씨는 “침묵은 생명을 죽음으로 내몬다”며 EU에 탈북자 보호를 촉구했다.
2025년 9월 유럽연합(EU) 인권 청문회에서 유럽 인권 전문가들에게 북한 여성 및 아동 인권에 대해 설명하는 박지현 씨
이들의 증언은 과거 통역 없이 발언이 어려웠던 탈북자들과 달리 유창한 영어로 국제 사회에 직접 호소하며 주목받았다.
이들의 활동은 윤석열 정부가 추진해온 인권 증진 노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된다. 반면, 이재명 정부의 관련 사안에 대한 침묵은 북한 주민들이 겪는 인권 침해와 고통을 외면하는 태도로 비판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