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 프리덤조선)
해방 직후 북녘 지역에서 발생한 ‘신의주 학생의거’가 올해로 80주년을 맞은 가운데, 이를 기리는 시민사회에서 당시 사건 의미를 재조명하고 북한 체제의 역사적 기원을 비판하는 행사와 성명이 잇따르고 있다.
이날 서울 중구 장충동 자유총연맹 언덕 학생반공의 탑 앞에서 개최된 행사를 앞두고 대동세상연구원(이사장 윤여연)을 포함한 참석자들은 신의주 학생의거를 “한민족이 전체주의에 맞서 처음으로 집단적 저항을 보여준 사건”으로 규정하며,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북한의 억압 구조를 돌아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 중구 장충동 반공의거의 탑. 뒤에 보이는 건물은 신라호텔이다. @프리덤조선
신의주반공학생의거(신의주 학생의거)는 해방 직후인 1945년 11월 23일 평안북도 신의주에서 중등학교 학생들과 시민들이 소련군정과 그에 기반한 지역 인민위원회의 억압적 통치에 항의하며 벌인 대규모 시위다.
당시 학생들은 학습권 보장, 종교·사상의 자유, 폭력과 약탈 중단 등을 요구했으나 무력 진압으로 다수의 사상자와 체포자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동세상연구원은 성명에서 신의주 학생의거를 “김일성 체제와 소련군정의 폭압에 맞선 한민족 최초의 조직적 저항”으로 규정하며, 북한 전체주의의 기원을 직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의주 3500 중학생 자유항쟁…평양의 봄을 맞이하라”
이날 주최 측은 “신의주반공학생의거 80돌을 기립니다”라는 제목과 함께, “해방 백일 신의주 3500 중학생의 자유항쟁, 그 11년 뒤 부다페스트의 봄, 다시 12년 뒤 프라하의 봄, 이제 평양의 봄을 맞이하라”는 메시지를 강조했다.
이날 신의주 반공 학생 의거 80주년 행사는 "11.23을 3.1절 국경일로 모시려는 사람들" 이 준비했으며, 공산강점기 80주년 이북민주항쟁 80돌이라고 표현함으로써 향후 한국 시민사회가 지향해야 할 목표가 공산주의로부터의 해방과 38선 이북 민주화임을 암시했다. / @프리덤조선
이는 신의주 의거를 동유럽 반공·민주화 항쟁(1956년 헝가리, 1968년 체코)과 역사적으로 연결해 해석하며, 북한의 변화와 자유 회복을 촉구하는 취지로 읽힌다.
이날 행사 홍보물 하단에는 2025년 11월 23일을 기념일로 표기하며, ‘11·23을 제2의 3·1절 국경일로 모시려는 사람들’이 주관한다는 안내가 포함됐다.
성명 “소련군정·김일성 권력의 폭력에 학생들이 먼저 저항”
윤 이사장은 성명을 통해 해방 직후 소련이 한반도 북부에 진주한 뒤 친소 정권 수립을 추진했고, 그 과정에서 김일성을 전면에 세워 공산독재 체제를 구축하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또 이후 토지몰수, 종교탄압, 사상검열, 반대 인사 숙청 등이 이어졌으며, 소련군과 인민위원회가 점령군으로 공포정치를 펼쳤다고 비판했다.
신의주 학생의거는 이러한 억압에 대한 분노가 폭발한 사건으로, 한 학생이 인민위원회 집회에서 소련군의 약탈·폭력을 비난하다 폭행당한 사건이 계기가 됐다. 이 소식이 확산되며 11월 23일 학생과 시민이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윤 이사장은 당시 진압 과정에서 학생 23명이 사망하고 수백 명이 체포·구금됐다고 밝혔다.
신의주반공학생의거 희생자들 사진 / @사진 = RFA via Freedom Chosun
‘자유의 날’·‘자유의 길’로 기념…행사·모금도 병행
주최 측은 안내문 배포를 통해 이번 80주년 기념을 "인류가 함께 기리는 ‘자유의 날’ 이자 부다페스트·프라하의 봄이 만나는 ‘자유의 길’로 되살릴 때"라며 "중화의 꿈·사대의 길을 버리고, 개인·인류·국가의 주권을 세우는 길이 ‘대한민국의 길’"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자주독립 국가 ▲튼튼한 중산층 사회 ▲기업가 정신 존중 ▲입법·사법·행정의 균형 ▲부패와 세금도둑 없는 정의로운 나라 ▲시민이 책임지는 자유의 나라 등의 지향을 나열했다.
“역사적 경고를 현재로”…북한 인권·체제 비판으로 확장
이들은 특히 신의주 학생의거를 단순한 과거 사건이 아니라 “북한 김씨 세습체제의 폭력성과 공포정치가 이미 해방 직후부터 시작됐음을 보여주는 역사적 증언”이라며, 현재의 북한 인권 문제를 그 연속선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북한 정치범수용소, 이동·표현의 자유 제한, 김씨 세습 체제에 대한 충성 강요 등 북한 주민의 인권 현실을 거론하며 “신의주 학생들이 목숨 걸고 막으려 했던 미래는 오늘 현실이 됐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의거를 기념해 발표된 국 모씨의 성명 말미에는 대장동 7,800억 개발 비리 항소 중단 등 한국 현 정치권과 사법부를 향한 강한 비판과 시위 참여 호소가 포함돼 있어, 신의주 반공 의거 기념이 국내 정치 쟁점과도 결합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역사 기념의 취지와 정치적 메시지의 경계에 대한 논쟁이 뒤따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80주년을 계기로 커지는 ‘기억’의 요구
관련 단체들은 11월 23일을 ‘자유의 날’로 기념하고 국경일로 격상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반공 의거 위상을 재정립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1957년 제1회 반공학생의 날 기념 행사 모습 / 사진 출처 - 국가기록원
신의주 학생의거 80주년을 맞아, 해방 직후 북부 지역의 국가 형성과 저항의 역사, 그리고 오늘날 북한 체제·인권 문제를 함께 바라보는 논의가 어디까지 확산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