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X, 구 트위터) 캡처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6일 취임 후 첫 광주 방문에서 국립5·18민주묘지 참배를 시도했으나, 시민단체의 거센 항의로 헌화와 분향 없이 추모탑 앞에서 잠시 묵념한 뒤 발길을 돌렸다.

국민의힘은 이를 “과격한 저지에도 불구하고 오월 영령께 묵념을 드린 행보”로 평가하며, 5·18 정신 계승 의지를 재확인했다.

장 대표는 오후 1시 35분께 정희용 사무총장, 김도읍 정책위의장, 양향자 최고위원 등 지도부와 함께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 도착했다.

차량에서 내린 일행은 지지자들과 함께 참배 공간 입구인 ‘민주의 문’으로 향했으나, 시민단체 관계자 3∼4명이 미리 자리를 잡고 앉아 몸으로 출입을 막았다.

이들은 장 대표가 접근하자 경찰 제지에도 “물러가라”, “사죄부터 하라”고 외치며 길을 가로막았고, “내란옹호 장동혁”, “오월영령 참배할 자격 없다”, “광주를 떠나라” 등의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경찰은 돌발 상황에 대비해 수십 명의 인력을 배치하고 양측 사이에 인간 띠를 형성했으나, 밀고 밀리는 과정에서 경미한 몸싸움이 벌어지며 현장이 일시적으로 아수라장이 됐다.

일부 시위대는 장 대표의 옷을 잡아 단추가 떨어지게 했고, 추모탑 앞에 놓인 장 대표 명의 근조화환을 넘어뜨리거나 훼손하기도 했다.

혼란 속에서도 장 대표는 항의를 뚫고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 추모탑 앞에 도착했으나, 반발이 계속되자 헌화와 분향은 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인 뒤 되돌아섰다.

당초 장 대표는 묘역에 안장된 5·18민주화운동 열사들의 묘역도 찾아 개별 참배를 이어갈 계획이었으나, 현장 상황 악화로 일정이 전면 취소됐다.

장 대표는 이후 광주 북구 종합쇼핑몰 부지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5·18 정신은 그 어느 누구의 것이 아니라 미래 세대를 포함한 대한민국 국민 모두의 것이며, 모두의 것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민의힘은 5·18에 대해 여러 차례 사과했고, 당 강령에 5·18 정신을 계승한다고 명시했으나 진정성이 다 전달되지 않은 것 같다”며 반성의 목소리를 냈다.

국민의힘 광주시당은 보도자료를 통해 “장 대표는 과격한 청년들의 저지를 뚫고 국립5·18민주묘지 참배단까지 가서 오월영령께 묵념을 가졌다”며 “참배가 무산됐다는 보도는 사실관계와 다르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당은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도 2020년 취임 직후 반대를 뚫고 민주묘지를 찾아 호남 지지율이 상승한 전례처럼, 이번 방문이 국민 통합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장 대표는 “매달 한 차례 호남 방문을 공언하며 5·18민주화운동 정신과 조국 근대화 정신을 동시에 계승하겠다”고 덧붙였다.

반면 참배를 규탄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민주의 문조차 통과하지 못하게 하고 싶었지만 끝내 참배를 막아내 영령들 앞에 부끄럽지 않을 수 있었다”며 “광주 시민의 뜻을 모아 5·18정신을 훼손하는 정치행위를 용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조국혁신당 광주시당도 “장동혁 대표는 내란적 발상을 정당화하고 5·18을 폄훼해온 그릇된 인식을 버리지 않는 한 계엄의 총칼 아래 희생된 영령들이 잠든 묘역에 발을 디딜 자격이 없다”며 “광주시민의 이름으로 방문을 불허한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광주시당은 “5·18을 모욕하는 장 대표의 정치적 참배를 규탄한다”며 “윤석열 정권에 대한 분명한 태도를 밝히라”고 요구했다.

이번 사건은 장동혁 대표의 호남 공략 의지를 보여주면서도, 과거 발언으로 인한 상처가 여전함을 드러냈다.

국민의힘은 5·18 특별법 제정과 민주묘지 조성 등 당의 공로를 강조하며 진정성 있는 노력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