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10일, 북한은 노동당 창건 80주년을 맞아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대규모 열병식을 개최했다.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20형’을 공개하며 김정은 정권은 스스로를 ‘핵보유국’이라 선언했고, 북·중·러 연대를 과시했다. 그러나 그 장엄한 행진 뒤에는 자유를 빼앗기고 체제의 도구로 전락한 인민들의 신음이 숨겨져 있다.

북한은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다고 강조하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 20형'을 공개하며 핵보유국임을 과시하고, 북중러 연대를 강조했다.


북한의 군사 퍼레이드는 국위 선양이 아니라 권력의 정당성을 연출하는 정치극이다. 독재는 언제나 외형의 웅장함으로 내면의 공포를 감추고, 개인의 자유를 ‘충성’이라는 이름으로 짓밟는다. 수많은 병사들이 타국 전쟁터로 파병되어 정권의 ‘혁명적 위상’을 세우는 희생양이 된다. 그들의 죽음은 ‘자결’로 포장되고, 생존자는 ‘조국의 영웅’이라는 허상으로 소비된다. 체제 속에서 인간의 생명은 숫자로 환산되고, 필요에 따라 소모되는 자원으로 전락한다.

20년간 북한 인권운동의 최전선에서 싸워온 탈북민 인권활동가들은 “독재자의 핵개발을 막기 위해 바친 헌신이 허무하게 느껴진다”고 토로한다. 그들의 고백은 개인의 좌절을 넘어, 세계 인권운동 전체에 대한 자성을 촉구한다.

“과연 우리는 저 독재자의 폭주를 멈출 힘이 있는가.”

“인권의 이름으로 외쳤던 우리의 목소리는 어디로 사라졌는가.”

오늘날 북한 인권운동가들이 느끼는 절망은 북한 체제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제사회의 무관심이 그들을 더욱 고립시키고 있다. 최근 한국과 미국의 대북정책에서 ‘인권’이라는 단어는 점점 사라지고, ‘대화’와 ‘평화’의 명분은 역설적으로 북한의 인권유린을 방조하거나 정당화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현실 정치 계산 속에 희생되는 무수한 생명과 진실, 인권운동가들이 마주한 벽은 철조망이 아닌 '침묵의 벽',그럼에도 희망은 자란다. 북한 젊은 세대는 K-pop 등 외부 정보 유입으로 자유를 꿈꾸는 세대로 변하는 중

그러나 북한 인권은 국제정치의 협상 카드가 아니라, 인간 존엄성이라는 보편적 가치의 문제다. 현실 정치의 계산 앞에서 수많은 생명과 진실이 거래되고 있다는 사실은 국제사회의 도덕적 파산을 보여준다. 인권운동가들이 마주한 벽은 더 이상 철조망이 아니라, ‘침묵의 외교’다.

그럼에도 희망은 사라지지 않는다.

북한 내부, 특히 청년 세대 사이에서 미묘하지만 강렬한 변화의 기운이 자라고 있다. 한국 드라마와 K-pop, 외부 정보의 유입은 그들에게 ‘다른 세계’의 존재를 알렸다. 젊은 세대는 점점 독재 체제의 모순을 깨닫고, 억압받는 세대에서 자유를 꿈꾸는 세대로 변하고 있다.

북한 고등학생들이 김일성 전 주석의 70번째 생일을 기념하기 위해 지어진 주체탑을 방문했다. Alain Nogues / Corbis via Getty Images


중국과 러시아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 또한 “국가는 인민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는 깨달음을 얻기 시작했다.

이 작은 변화의 물결이 언젠가 거대한 자유의 파도로 번져가길 기대한다.

- 장세율 겨레얼통일연대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