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X, 구 트위터) 캡처


다카이치 사나에(Sanae Takaichi)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자위대 개입' 시사 발언이 중화인민공화국(중국)과 일본 간의 갈등을 증폭시키며, 지난해 어렵게 재개되었던 한일중 3국 협력 메커니즘이 또다시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는20일, 중국 문화여유부(문화관광부)가 오는 24일 마카오에서 열릴 예정이던 '2025 한일중 문화장관회의'를 잠정 연기한다고 통보해왔다고 밝혔다.

마오닝(Mao Ning)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을 명확히 지목하며 "중일한 3국 협력의 기초와 분위기를 훼손했고, 중일한 관련 회의의 개최 조건이 잠시 갖춰지지 못하게 했다"고 직접적으로 비판했다.

이러한 중국 측의 공식적인 입장 표명은, 단순한 양자 갈등을 넘어 역내 3국 협력 시스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임을 시사한다.

특히 외교가에서는 이번 조치로 한일중 협력 메커니즘의 최고위 회의체인 3국 정상회의 개최 또한 당분간 불투명해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당초 올해 연말쯤 추진될 것으로 예상되었던 3국 정상회의는, 일본이 의장국으로서 지난달 하순 취임한 다카이치 총리가 미일정상회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등 주요 일정을 마무리한 이달부터 개최 시기를 본격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다카이치 총리가 지난 7일 "대만이 중국의 공격을 받으면 일본이 자위권 차원에서 무력 개입할 수 있다"고 발언한 뒤 중국은 연일 강경한 대응을 이어가고 있으며, 이는 일본이 3국 정상회의 개최를 추진하기 어려운 분위기를 형성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발언대로 '한일중 협력의 기초가 훼손된' 상황에서는 일·중 간 갈등이 해소되기 전까지 한중일 협력 메커니즘이 제대로 작동하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한일중 정상회의는 지리적으로 인접한 세 나라가 경제 협력과 지역 안보 등 밀접하게 얽힌 분야에서 협력을 모색하고 갈등을 관리하는 중요한 플랫폼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이러한 메커니즘은 양자 관계가 흔들릴 때마다 덩달아 영향을 받는 경우가 빈번했다.

2008년 12월 첫 회의 이후 2012년까지는 매년 개최되었으나, 영토 및 과거사 문제를 둘러싼 일중 관계와 한일 관계 악화로 인해 2015년에야 겨우 재개되었다.

2020년대 들어서도 팬데믹과 강제징용 문제로 인한 한일 관계 악화에 따라 한동안 열리지 못하다가, 지난해 서울에서 4년 반 만에 다시 가동되었다.

하지만 이번에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으로 촉발된 일중 갈등은 3국 협력의 불안정성을 다시 한번 드러내며 암초에 부딪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