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9월 28일, 베이징 낚시터 국빈관에서 열린 최선희 북한 외무상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의 회담은 단순한 외교적 의례가 아니었다.

북한은 이 회담을 통해 ‘변천하는 정세와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조중관계 발전의 기본방향과 강령적 지침’이 제시되었다고 밝혔다. 이는 단순한 수사적 표현이 아니라, 김정은과 시진핑 사이의 전략적 합의가 제도화되었음을 뜻한다. 북한은 이 회담을 ‘최고령도자동지들의 공동인식’에 기반한 것으로 규정하며, 그 인식이 향후 조중 관계의 근본 지침이 될 것이라고 명시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2025년 9월 28일 공개한 사진. 최선희 북한 외무상이 평양을 출발해 중국으로 향하는 모습. / 로이터


북한은 중국의 민족부흥이라는 국가적 프로젝트에 동참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중국은 대만과 홍콩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으며, ‘일국양제’라는 이름 아래 자치의 형식을 통제의 수단으로 전환해왔다.

홍콩은 이미 민주주의가 붕괴된 도시가 되었고, 대만은 무력 침공의 위협 속에서 중국식 통일 모델을 거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중국의 민족부흥에 협력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단순한 외교적 친선이 아니라 동북아 질서의 재편을 향한 정치적 선언이다.

북중은 이번 회담을 통해 ‘쌍방 사이의 전략적 의사소통 강화’, ‘호상래왕과 협조 추동’, ‘지역의 평화와 안정 공동 수호’라는 표현을 반복하며, 자신들의 동맹이 단순한 역사적 유산이 아니라 현재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전략임을 강조했다.

북한은 김정은의 발언을 인용하며, “국제정세가 어떻게 변하든 조중 사이의 친선의 감정은 변할 수 없다”고 말했고, 중국은 “중조 친선은 두 나라의 귀중한 공동의 재부”라고 화답했다.

이 모든 언어는 ‘공동인식’이라는 단어로 수렴된다. 그것은 단순한 감정의 공유가 아니라, 세계관의 일치이며, 질서 재편의 설계도다.

이 시점에서 한국은 ‘두 국가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유엔 연설에서 ‘END’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한반도 냉전의 종식을 선언했다. 많은 이들은 이를 북한 비핵화 협상의 실마리로 받아들였고, 좌파 진영과 국제 평화주의자들은 이 발언을 ‘협상의 문’으로 해석했다. 그러나 북한은 이에 대해 즉각적이고 명확한 방식으로 응답했다.

북한 김정은과 중국 시진핑. 북한은 푸틴의 요청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에 북한군인들을 파견했다. 막대한 북한군 사상자가 발생했고, 그 핏값으로 김정은은 북러관계를 동맹 수준으로 격상하는 한편, 러우 전쟁에서 러시아의 가장 큰 배후 스폰서라 불리는 중국공산당 시진핑과의 관계도 더욱 돈독히 강화하고 있다.


김정은은 회담 직후 핵무기연구소와 핵물질 생산 부문의 과학자들을 직접 만나 “핵 방패와 검을 부단히 벼리고 갱신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이는 단순한 기술 점검이 아니라, 핵보유국으로서의 지위 강화와 전략적 억제력의 정당화를 노골적으로 선언한 것이다.

이 발언은 2022년 제정된 핵무력정책법 연장선상에 있다. 북한은 핵을 협상 대상이 아니라 국가의 안전과 미래를 담보할 절대적 자산으로 규정했다. 이재명의 "END"는 그 앞에서 현실적 한계와 윤리적 질문을 동시에 마주하게 된다.

따라서 비핵화 논리는 더 이상 평화를 말하는 게 아니다. 그것은 북한 정권 생명 연장과 그들과 공동 운명체인 한국 특정 정치권의 자리 연명 수단일 뿐이다. 진정으로 평화를 원한다면 핵을 없애자는 공허한 구호 대신, 북한 주민들의 인권 개선과 그들의 힘을 존중하고 지원하는 것이 먼저다.

비핵화 논리는 남북 정권의 생명 연장 수단일 뿐, 평화를 원하면 비핵화라는 공허한 구호 대신 북한 주민 인권 개선에 먼저 주력해야

한반도의 미래는 핵무기 보유 여부가 아니다. 억압받는 사람들의 존엄과 목소리가 얼마나 지지받는가에 달려 있다. 우리는 더 이상 체제의 생존 논리에 갇힌 협상을 반복할 수 없다. 평화는 권력자들의 안전이 아니라, 주민들의 자유와 권리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통일은 단지 영토의 회복이 아니다. 기억의 복원이다. 공동인식이라는 이름으로 고통을 지우는 동맹이 아니라, 공동책임을 묻는 연대여야 한다. 한국의 통일 전략은 자유의 확장뿐 아니라, 진실의 수용과 고통의 공유를 포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또 다른 ‘일국양제’를 향해 걷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북중의 공동인식은 단순한 외교적 수사나 친선의 재확인이 아니다. 그것은 한국의 통일 전략에 대한 노골적인 반박이며, 한반도 질서에 대한 대안적 설계도다. 이 회담은 한국의 “END” 선언에 대한 응답이자, 비핵화 협상에 대한 거부 선언이다. 김정은의 핵무기 확대 발언과 중국의 민족부흥 동맹은, 한국이 말하는 평화의 언어를 무력화시키려는 전략적 메시지다.

북중은 말하고 있다—통일은 너희가 설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평화는 너희가 정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질서는 우리가 다시 그릴 것이다.

이것은 경고다.

그리고 우리는 이 경고 앞에서, 어떤 윤리로 말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침묵할 것인가, 아니면 기억과 고통의 이름으로 다시 말할 것인가.

박지현 아시아 태평양 전략센터 연구원

박지현

​· 아시아 태평양 전략센터 인간안보 연구원

· 스페인 마드리드 프란치스코 빅토리아 대학교 동아시아 연구원

· 영국 지방의회 후보자

· 징검다리 공동대표

· <가려진 세계를 넘어> (2022 세종 우수도서) 저자 / <The Hard Road Out> (영문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