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미어샤이머 시카고 대 명예교수. 그는 지난달 29일 두바이 언론인과의 영상 인터뷰를 통해 트럼프 행정부 2기 첫 1년간 외교 전체를 총체적 실패라 규정하며 강력하게 비판했다. / 사진 = 유튜브 영상 캡처
(서울 = 프리덤조선)
존 미어샤이머 시카고대 명예 교수가 최근 2025년 한 해 동안의 미국 외교를 총평하며,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외교 정책은 “사실상 모든 전선에서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지난 12월 29일 그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아프신 라탄시가 진행하는 시사 및 지정학 프로그램과의 영상 인터뷰를 통해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예멘, 이란, 가자지구, 우크라이나, 베네수엘라에 이르기까지 미국이 개입한 주요 분쟁에서 전략적 성과를 거두지 못했으며, 오히려 장기적 위험을 키웠다고 주장했다.
미어샤이머의 평가는 그의 대표적 이론인 공격적 현실주의에 기반한다. 그는 국제정치를 도덕이나 지도자의 의지보다 강대국 경쟁과 구조적 제약의 산물로 본다. 이러한 시각에서 볼 때, 트럼프가 공언했던 “전쟁 종식”은 애초에 달성하기 어려운 약속이었으며, 2025년은 그 한계가 드러난 해라는 것이다.
“트럼프는 전쟁을 끝내지 못했다”
미어샤이머는 트럼프가 후보 시절 약속했던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중동 안정화, 예멘 사태 해결이 모두 실현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특히 그는 후티 반군, 이란, 가자지구 사례를 들어 “미국의 군사력은 여전히 막강하지만, 정치적 목표를 달성하는 데에는 실패했다”고 평가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서는 더욱 비관적이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이미 “로프 위에 올라간 상태”이며, 유럽 국가들이 단독으로 전쟁을 지속할 능력은 없다고 본다. 결국 현실적인 종착지는 한국전쟁식 휴전(frozen conflict)일 가능성이 높고, 완전한 평화협정은 비현실적이라는 주장이다.
가자와 이스라엘: “정권이 바뀌어도 정책은 같다”
미어샤이머는 트럼프와 바이든의 대이스라엘 정책에 본질적 차이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는 미국 정치가 이스라엘 로비에 의해 구조적으로 제약받고 있으며, 가자지구에서 벌어진 대규모 민간인 피해에 대해 미국은 “방관자가 아니라 공모자”라고까지 표현한다.
또한 그는 2025년 이스라엘–이란 충돌에서 이스라엘이 결정적 우위를 확보했다는 서방 언론의 평가를 부정하며, 오히려 이란의 미사일·드론 능력이 입증됐다고 본다. 이는 중동에서의 억지 균형이 서방의 기대와 다르게 작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NATO와 유럽: “철수는 아니지만 후퇴”
미어샤이머는 미국이 NATO를 탈퇴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면서도, 유럽 내 미군 주둔 축소는 불가피하다고 전망한다. 미국의 전략 중심이 유럽에서 동아시아(중국 견제)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를 “미국 외교의 구조적 이동”으로 해석하며, 유럽이 더 이상 미국의 무조건적 지원에 의존할 수 없다고 본다.
종합적으로 그는 위 인터뷰에서 2025년 세계를 “전쟁이 끝나지 않은 해”로 규정하며, 2026년이 더 위험해질 수 있음을 경고했다. 풀 인터뷰는 아래 화면에서 직접 확인 가능하다.
미어샤이머의 한계에 대한 비판
미어샤이머의 분석은 전쟁의 지속성·장기화를 설명하는 데 강점을 가진다. 실제로 우크라이나 전쟁의 교착, 중동 분쟁의 반복, 서방 내부의 피로감은 그의 경고와 상당 부분 부합한다는 평가도 있다.
그러나 비판도 적지 않다.
첫째, 행위자의 책임을 축소한다는 점이다. 현실주의적 분석은 NATO 확장이나 강대국 구조를 강조하는 반면, 러시아의 침공 결정이나 민간인 피해에 대한 도덕적 책임 문제를 상대적으로 부차화한다는 지적을 받는다.
둘째, 대안의 빈약함이다. “협상과 중립화”라는 처방은 현실적일 수 있으나, 이는 침략이 일정 부분 보상받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 국제 규범을 약화시킬 위험이 있다.
셋째, 억지 실패의 파급 효과에 대한 과소평가다. 비판자들은 우크라이나에서의 후퇴가 대만, 중동, 동유럽 등 다른 지역 분쟁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그의 분석은 국제정치의 냉혹한 현실을 설명하는 데 강력한 틀을 제공하지만, 동시에 도덕·규범·책임의 문제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라는 질문을 남긴다.
특히 티모시 스나이더, 니얼 퍼거슨, 로버트 케이건 등이 미어샤이머의 관점을 강력하게 비판하는 대표적 학자들이다.
좌로부터 티모시 스나이더, 니얼 퍼거슨, 로버트 케이건. 이들은 미어샤이머 교수의 현실주의적 접근 방식이 도덕성을 포기한 것이며, 장기적 전략 부재로 더 큰 재앙을 불러오는 근시안적 설명이라고 비판한다. / 사진 = Google 및 Wiki
퍼거슨은 미어샤이머가 전쟁의 원인을 NATO 확장이라는 구조로 환원함으로써 푸틴의 선택과 책임을 약화시킨다고 비판한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강대국 정치의 필연”이 아니라 침략에 대한 억지 실패로 규정하며, 양보는 장기적으로 더 큰 전쟁을 부른다고 주장한다.
스나이더 교수는 미어샤이머의 현실주의가 러시아 제국주의와 이데올로기를 간과하고, 우크라이나의 역사·주권·정체성을 지워버린다고 비판한다.
로버트 케이건은 현실주의가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약화시켜 침략을 정상화한다고 지적한다.
미어샤이머에 대한 비판자들은 공통적으로 그의 구조에 집착한 설명이 도덕적, 정치적 쟁점을 흐린다는 점을 핵심으로 꼽는다.
결국 그의 현실주의는 오늘의 세계를 이해하는 데 유용하지만, 그 세계를 어떤 방향으로 바꿀 것인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쟁의 여지를 남기고 있다.
◆ 인물 소개 보충 ◆
▶ 존 J. 미어샤이머(John J. Mearsheimer. 1947년생. 미국 뉴욕 출생)는 미국의 국제정치학자로, 공격적 현실주의 이론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시카고대학교 정치학과 교수로 재직하다가 현재는 명예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국제정치를 도덕이나 이념이 아닌 강대국 간 힘의 구조로 설명하는 분석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대표 저서로는 『강대국 정치의 비극』, 『왜 지도자는 거짓말을 하는가』가 있으며, 스티븐 월트와 공저한 『이스라엘 로비와 미국의 대외정책』은 큰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경쟁, 중동 문제에 대한 직설적이고 비관적인 진단으로 지지와 비판을 동시에 받고 있다.
▶ 티모시 스나이더(Timothy D. Snyder, 1969년생. 미국 오하이오주 출생)는 동유럽·홀로코스트사 전문 미국 역사학자다. 예일대 교수를 거쳐 현재 캐나다 토론토대 크 국제관계 및 공공정책 대학원 현대 유럽사 석좌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니얼 퍼거슨(Niall Ferguson, 1964년생. 영국 글래스고우 출생)은 영국과 미국에서 주로 활동하는 국제·경제사 학자다. 후버연구소 선임연구원 및 하버드 벨퍼센터 펠로우로 국제질서 비판 및 역사 해석 작업 중인 석학이다.
로버트 케이건(Robert Kagan, 1958년생. 그리스 아테네 출생)은 미국 국제정치학자·칼럼니스트다.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이며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옹호하는 외교정책 분석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