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새해 첫 시무식에서 북한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으로 부르며 체제를 존중한다고 밝혔다.

흡수통일을 배제하고 보건·의료·지방발전, 원산갈마·백두산 관광지구 협력을 제안했다.

민간 교류를 전폭 지원하고 한반도평화특사까지 거론하며 대화 의지를 과시했다.

이 발언을 듣는 국민의 마음은 착잡하다.

북한의 현실을 외면한 채 체제 존중을 앞세우는 정부 태도가 과연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통일부 장관으로서 적절한가.

◆ 북한의 적대 선언, 이미 명백하다

북한 김정은은 2024년 초부터 대한민국을 ‘불변의 주적’이자 ‘제1의 적대국’으로 규정했다.

2023년 말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평화통일 관련 조항을 헌법에서 삭제하도록 지시한 데 이어, 2024년 1월 통일전선부 등 대남 기구를 폐지했다.

남북을 적대적 두 국가로 선언한 뒤 핵전쟁 준비와 대한민국 영토 초토화 위협을 공공연히 내놓고 있다.

북한 관영 매체들은 매일 우리 정부를 ‘괴뢰’라 폄하하고, 군사 도발을 지속하고 있다.

2024년 들어서만 수십 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초음속 미사일을 발사하며 한미동맹을 겨냥한 무력 시위를 벌였다.

이런 상황에서 체제 존중을 운운하는 것은 북한의 적대 노선을 은폐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 협력 제안, 공허한 메아리일 뿐

정 장관은 북한의 지방발전정책과 보건혁명, 관광사업 협력을 제안했다.

지자체 간 소통과 초국경 프로젝트까지 언급하며 상호 윈윈을 강조했다.

그러나 북한의 ‘지방발전 20×10 정책’은 철저히 자력갱생을 원칙으로 한다.

매년 20개 시·군에 현대적 공장과 주택을 자체 건설하는 이 사업은 남측 협력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는 지난해 준공됐으나 내국인 중심으로 운영되며, 외화 유치 실적은 미미하다.

백두산 삼지연 지구 역시 외국인 관광 재개가 요원한 상황이다.

북한이 남측의 제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

오히려 이런 제안은 북한에 ‘남측이 먼저 손을 내민다’는 정치적 선전 자료만 제공할 뿐이다.

과거 교훈, 왜 잊는가

2000년대 햇살정책 시기에도 유사한 유화적 접근이 있었다.

수백억 달러의 지원이 북한으로 흘러갔지만, 돌아온 것은 핵 개발 가속화와 도발뿐이었다.

2006년과 2009년 핵실험, 2010년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은 그 결과였다.

지금 북한은 핵보유국 지위를 헌법에 명기하고, 전술핵 배치까지 완료했다.

김정은은 통일을 포기하고 대한민국을 적대국으로 규정했다.

이 현실을 직시하지 않고 체제 존중과 대화를 앞세우는 것은 국민의 안보를 방기하는 행위다.

◆ 이제는 원칙으로 돌아서야

정부는 북한의 본질을 똑바로 봐야 한다.

강력한 한미동맹과 확장억제력을 바탕으로 한 원칙 있는 대북 정책이 필요하다.

북한이 적대를 포기하고 비핵화 의지를 보일 때까지는 일방적 유화가 아닌 단호한 대응이 옳다.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을 지키는 길은 환상이 아닌 냉엄한 현실 인식에서 나온다.

정동영 장관의 발언이 새해 벽두부터 국민의 울분을 자아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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