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이 군사분계선(MDL)을 넘어오는 일이 잇따라는 데, 국방부가 “경고사격 전에 상황을 더 꼼꼼히 평가하라”는 지침을 내린 모양이다. 겉으로는 충돌 방지를 위한 신중함처럼 들리지만, 현장에서는 사실상 사격을 자제하라는 압박으로 느껴진다고 한다. 이게 과연 자유 대한민국을 지키는 군대의 모습인가.
필자는 최근 군 안팎에서 나오는 목소리를 들으며 깊은 우려를 금할 수 없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가 합동참모본부 지휘통제실까지 직접 찾아가 강조한 말 한마디가 전방 부대를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 안규백 장관도 “기계적으로 대응하지 말고 상황에 따라 판단하라”고 했다는데, 이는 기존 경고방송-경고사격-조준사격 절차를 흔드는 신호로 읽힌다. 결과적으로 11월 북한군 10차례 침범 중 경고사격은 6차례에 그쳤고, 나머지는 방송만으로 끝났다. 북한군이 지뢰를 묻고 돌아가는 정황까지 포착됐는데도 말이다.
이런 변화가 김정은의 ‘적대적 두 국가’ 선언과 맞물려 더 불안하다. 북한은 우리 경고사격을 “도발”이라며 위협하고, 군사회담 제안은 무시한다. 그런데 우리는 상대의 눈치만 살핀다. 주진우 의원이 “국군이 북한 눈치 보면서 근무를 서야 하느냐”고 일갈한 것은 결코 과도한 표현이 아니다. 오히려 많은 국민이 가슴속에 품고 있는 물음이다.
안보는 타협의 대상이 아니다. 상황 평가란 말은 그럴듯하지만, 결국 현장 장병들에게 “쏘지 말고 돌려보내라”는 부담을 지우는 꼴이다. 잘못 쏘면 책임을 지라는 암묵적 압박이 작동한다. 예비역 장성들이 “전방 부대가 소극적으로 될 수밖에 없다”고 한탄하는 이유다. 북한군이 무장한 채 넘어오고, 지뢰를 묻고 가는 마당에 이런 지침은 도발을 부추기는 신호로 비칠 뿐이다.
생각해보면, 자유를 지키는 군대는 단호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국들에 “공정한 부담”을 요구하며 NATO를 깨운 것처럼, 우리도 북한의 기만에 끌려다니지 말아야 한다. 우발 충돌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경계를 늦추는 순간, 진짜 충돌은 더 가까워진다. 최전방에서 추위에 맞서며 경계 근무를 서는 젊은 장병들의 사기를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다.
국방부는 이 지침이 오해를 낳지 않도록 명확히 설명하거나, 필요하다면 과감히 바로잡아야 한다. 북한의 도발이 다시 잦아질 내년 봄을 기다릴 여유가 없다. 자유공화의 경계는 흔들림 없이 세워져야 비로소 평화가 유지된다. 지금이야말로 안보의 기본으로 돌아갈 때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로, 본지의 편집 방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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