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X, 구 트위터) 캡처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이재명 대통령에게 업무보고를 통해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로서 주도적 역할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남북 교류를 중심으로 한 제재 완화 추진, 서울-베이징 고속철 연결 구상, 원산갈마 관광지구 환승 관광, ‘신 평화교역시스템’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시하며 적극성을 보였다.

이는 과거 참여정부 시절 남북 관계 개선에 힘썼던 그의 경험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의지가 현실과 맞닿아 있는지 냉정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북한의 현재 태도는 한국 정부의 기대와 크게 어긋나 있다.

◆ 북한의 변함없는 적대적 자세

북한은 지난 2024년 김정은의 신년사와 최고인민회의 연설을 통해 남한을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하고 통일 노선을 완전히 포기했다.

헌법까지 개정해 ‘평화통일’ 조항을 삭제하고, 남북을 ‘교전국 관계’로 재정의했다.

남북 연락채널은 모두 차단된 지 오래다.

최근에도 북한은 러시아와의 군사 협력을 확대하며 미사일 도발을 지속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선제적 교류 제안이 북한의 태도 변화를 유도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통일부 제공


◆ 제재 완화 주장의 위험성

정 장관은 “대북 제재는 실효성을 상실했다”며 완화를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중국을 통한 북한의 무역이 제재를 우회하고 있는 점은 사실이다.

그러나 제재는 유엔 안보리 결의를 바탕으로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억제하는 국제사회의 핵심 도구다.

한국이 먼저 완화 카드를 꺼내면 북한에 ‘제재가 약해지고 있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

북한은 늘 대화의 선결 조건으로 제재 해제를 요구해 왔는데, 이를 수용하는 듯한 움직임은 협상에서 우리 측 지렛대를 약화시킬 뿐이다.

◆ 교류 구상의 실현 가능성

서울-베이징 고속철 연결, 원산갈마 관광지구 환승 관광, 에스크로 계좌를 활용한 신 평화교역시스템 등 구상은 매력적으로 들린다.

그러나 이 모든 계획은 북한의 호응이 전제다.

북한이 러시아와의 관계를 강화하며 자립적 입지를 구축하려는 지금, 한국의 제안에 응할 유인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과거 남북 교류가 활발했던 시기에도 북한은 필요할 때만 협력하고, 불리하면 즉시 태도를 바꿨다.

제재 저촉 문제를 조율한다고 해도 국제사회의 동의 없이는 실현이 어렵다.

◆ 동맹과 공조의 중요성

정부 내에서도 한반도 정책을 둘러싸고 ‘동맹파’와 ‘자주파’ 간 의견 차이가 존재한다.

트럼프 대통령 2기 집권으로 북미 대화 재개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북한은 미국과 직접 거래하려는 기색이 역력하다.

한국이 독자적으로 나서기보다는 한미 동맹을 기반으로 한 국제 공조를 강화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기반으로 한 대한민국이 북한의 체제에 일방적으로 다가서는 것은 국민의 안보와 이익을 희생시킬 위험이 있다.

통일부의 열정은 이해한다. 그러나 평화는 소망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북한의 실제 행동 변화를 유도할 수 있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일방적 노력 대신 원칙을 지키며 동맹과 함께 나아갈 때 진정한 한반도 평화가 가능할 것이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로, 본지의 편집 방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