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신문 (CG). /사진 = 연합뉴스


최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의 한국 내 온라인 개방을 둘러싼 논쟁은 단순한 안보 프레임이나 표현의 자유 논쟁을 넘어선다. 일부에서는 “노동신문을 그대로 공개하는 것이 오히려 북한 체제의 허구성을 드러내는 가장 효과적인 반공 교육”이라는 주장을 내놓는다. 논리적으로 일견 타당해 보이는 주장이다. 실제로 북한 사회를 경험한 탈북민 다수는 노동신문의 허위성과 선전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며, 그 기만적 언어를 ‘거꾸로 읽는 법’을 체득해 왔다.

그러나 바로 그 지점에서 이 정책은 결정적인 한계를 드러낸다.

1. 노동신문은 ‘북한의 진실’이 아니라 ‘북한 권력의 연출물’이다.

노동신문은 북한 사회의 실상을 전달하는 매체가 아니다. 그것은 노동당 선전선동부가 설계한 정치적 연출물이며, 북한 주민 다수—심지어 노동당원과 엘리트들조차—그 내용을 사실로 신뢰하지 않는다.

북한 내부에서조차 외면받는 이 매체를, 맥락 설명이나 비판적 장치 없이 대한민국 국민에게 그대로 노출하는 것은 있는 그대로의 북한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왜곡된 북한의 허상을 공식적으로 유통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탈북민과 북한 주민은 경험을 통해 신문 속 거짓과 현실의 괴리를 분별한다. 그러나 북한 사회를 직접 겪지 않은 다수의 한국 국민에게 노동신문은 북한을 대표하는 공식 텍스트로 오인될 위험이 있다.

그 결과, 탈북민들이 증언해 온 인권유린과 사회적 참상이 “과장되었거나 주관적 주장”으로 상대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 정보 개방의 기준은 ‘대칭성’이어야 한다

더 본질적인 문제는 정책의 비대칭성과 모순성이다. 대한민국 정부는 국민의 알권리를 이유로 북한 노동신문의 접근성을 확대하려 하면서, 정작 북한 주민들이 절실히 원하는 자유 정보 유입—대북 라디오 방송, TV 방송 등 외부 정보 유입은 축소하거나 사실상 차단해 왔다.

이 상황에서 노동신문 개방은 인권 중심의 정보 정책이라기보다, 일방적 개방에 불과한 상호주의의 붕괴로 인식될 수 있다. 북한 주민의 알권리는 외면한 채, 북한 정권의 선전물만을 한국 사회에 유통시키는 정책이 과연 정합적인가.

만약 정부가 진정으로 정보 자유의 가치를 중시한다면, 최소한 북한 주민을 향한 자유 정보 유입 확대와 병행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이 정책은 국민에게 원칙 없는 개방, 나아가 ‘굴종적 조치’로 비칠 수밖에 없다.

3. 모든 유해한 정보가 ‘면역’으로 극복되는 것은 아니다

일부에서는 “노동신문을 보고 세뇌될 국민은 거의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정책은 평균적 시민이 아니라 가장 취약한 경우까지 고려해야 한다.

사회에는 선전과 왜곡 정보에 취약한 계층이 존재하며, 맥락 없는 선전물의 반복 노출은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이는 표현의 자유를 부정하자는 주장이 아니다. 다만 사회가 일정한 보호 장치를 두는 이유, 예컨대 성인물, 극단주의 선전물에 대한 제한과 유사한 맥락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노동신문의 위험성이 아니라, 국가가 아무런 해설·비판·교육적 장치 없이 이를 ‘공식 개방’하는 방식에 있다.

주북러시아대사관 페이스북에 게재된 노동신문 기사. 북한과 러시아는 푸틴의 우크라이나 불법 침략 전쟁에 지상군을 파병한 후 급속도로 밀착되고 있다. 러우전 이후 서구 특히 MAGA 네오나치 공개적 친히틀러 세력은 대체로 푸틴을 지지함에도 푸틴과 북한은 우크라이나가 나치세력이라는 거짓 선동을 일삼고 있다. / 출처 = 연합뉴스


4. 필요한 것은 개방이 아니라 ‘비판적 맥락화’다

결론적으로, 노동신문 개방 논쟁의 핵심은 찬반의 문제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어떤 방식으로, 어떤 맥락에서 다루느냐이다.

북한 선전물을 단순히 열어두는 것이 아니라, 탈북민 증언, 인권 보고서, 국제사회 평가와 함께 비교·분석하는 구조 속에 위치시킬 때에만 교육적·비판적 효과를 가질 수 있다.

노동신문을 있는 그대로 노출하는 것은 ‘자유’가 아니라 ‘방임’에 가깝다. 북한 체제의 실상을 정확히 알리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차별적 개방이 아니라, 진실에 접근할 수 있는 해석의 틀과 정책의 일관성이다.

우리 사회에는 바로 지금 그 기준이 절실하다.

- 장세율 겨레얼통일연대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