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0일 NHK가 방영한 '중국 수수께끼의 거대 유적 - 중화 문명 기원을 찾다' 다큐멘터리 화면. 원 안은 미우라 코타로 씨 / 사진 = NHK 홈페이지 外


(서울 = 프리덤조선)

일본의 저술가이자 사단법인 아시아자유민주연대협의회(회장 페마 겔보) 이사장인 미우라 코타로(三浦小太郎) 씨가 지난해 12월 20일 방영한 NHK의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중국, 수수께끼의 거대 유적 - 중화문명의 기원을 찾다」에 대해 “흥미롭지만 정치적으로 상당히 위험한 느낌을 받았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NHK 다큐멘터리에 제기된 중화사상 논란...‘중화문명’ 해석 우려

미우라 씨는 신년 1월 2일 소셜미디어와 홈페이지를 통해 해당 프로그램이 중국 산시성의 스마오(石峁) 유적을 다루며 고고학적 성과를 소개하고 있지만, 그 해석 방식이 자칫 중화사상을 정당화하는 정치적 서사로 이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스마오 유적은 순수하게 학문적으로도 중요한 고고학 유적이며, 연구자들이 학문적 태도로 접근하고 있을 가능성은 인정한다”고 전제하면서도, “프로그램에서는 해당 유적에 유목민 계통의 요소가 다수 포함돼 있었다는 점이 유난히 강조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미우라 씨는 이러한 설명 방식이 “중화문명 = 중화민족 = 중국은 고대부터 모든 민족이 조화롭게 살아온 공간”, “위구르도 몽골도 고대부터 중국”, “구금(口琴)도 중국 기원”이라는 주장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고 경고하며, “이는 특정 소수민족의 고유한 역사와 문화를 흡수·동화하는 선전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프로그램에서 “각 민족이 동일한 제단에 모여 중국의 황제가 이를 ‘천하일국가’로 다스리는 제사를 지냈다”는 설명이 등장한 데 대해 “현기증이 날 정도”라고 표현했다. 이러한 서사가 고대의 다민족 교류를 넘어, 제국적 통합을 자연화·정당화하는 논리로 기능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계단형 피라미드를 씌운 4300년 전의 요새 도시 시마오 유적의 존재는 초기 중국사 정설에 의문을 던지고 있다. /사진 = 내셔널 지오그래픽 벤 셜록(BEN SHERLOCK, NATIONAL GEOGRAPHIC)


스마오 유적 등 고고학 연구의 시진핑 정부 중화 서사 전용 가능성

미우라 씨는 또 이 프로그램이 시진핑 정부가 추진해 온 ‘중화문명 탐원(探源) 프로젝트’와 사실상 동일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는 느낌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고대 민족 간 교류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며, 그것이 오늘날의 정치 문제와 직접 연결된다고도 보지 않는다”면서도, “정부 이데올로기에 부합하는 ‘이상적인 민족 기원’이 학문 연구의 외피를 쓰고 재구성될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스마오 유적 해석의 유목민 요소 강조는 ‘다민족 교류’를 ‘중화 서사’로 변용할 수 있다. 고대사 연구는 본질적으로 정치적 오용 위험, 특정 권력 이데올로기가 반영된 민족 기원 서사가 객관적 연구 형식으로 구성될 가능성 경계해야" - 미우라 코타로

프로그램에 등장한 일부 중국 학자들의 발언에 대해서도 강한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미우라 씨는 “한 학자가 ‘스마오 유적은 황제의 유적이며, 황제는 전설이 아니라 실존 인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며 “거기까지 단정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비판했다. 황제(黃帝)는 한족의 조상으로 숭배되는 전설적 존재지만, 그의 실재 여부는 학계에서도 논쟁 대상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고대사 연구의 정치적 오용 취약성

또 다른 학자가 “농경민족인 한족(漢族)의 뿌리가 유목민과 깊이 연관돼 있었을 리 없다”고 주장한 대목에 대해서도, 미우라 씨는 결국 “한족과 유목민이 함께 고대 중국을 통합 지배했다”, “한족역시 유목을 했다”, “결국 모두 중화(中華)민족이다”라는 결론으로 수렴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미우라 씨는 고대사 연구 전반에 대해 “본질적으로 정치적 오용의 위험을 안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DNA 연구의 발전으로 객관적 사실이 밝혀지고 있는 점은 인정한다”면서도, “특정 시기 권력의 이데올로기에 맞춘 민족 기원 서사가 ‘객관적 연구’라는 형식을 통해 구성될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로그램 후반부에서 “한족이 침략자인 유목민으로부터 나라를 지켜왔고, 스마오 유적이 그 상징이었다”는 서사가 제시된 점에 대해서도, 그는 “NHK가 아니라 중국 연구자들의 설명이긴 하지만, ‘침략자로부터 중국을 지켜라’는 메시지로 읽힐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우라 씨는 “호의적으로 해석한다면 이러한 연구가 각 민족의 개성과 상호 영향의 중요성을 재인식하고, 현재 중국 정부의 태도를 재검토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그러나 그는 “현실적으로는 ‘중화민족’이라는 이름 아래 모든 민족을 한족 중심 질서로 포섭하는 ‘천하일국가’ 논리를 사상적으로 정당화하는 데 이용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내다봤다.

NHK 등 공영 방송, 책임 있는 언어 구사해야

끝으로 그는 NHK를 향해 “‘중화문명’이라는 표현을 너무 쉽게 사용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

미우라 씨는 “위구르인, 티베트인, 몽골인, 홍콩인뿐 아니라 민족자결권을 인식하게 된 중국 민주운동가들 역시 이 용어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용어 선택이 갖는 정치성이 소수민족의 관점을 배제하는 순간, 공영방송이 지켜야 할 책임은 흔들리게 된다. 따라서 미우라 씨의 지적은 NHK 뿐 아니라 한국의 공영방송과 언론, 학계도 귀기울여야 할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