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백악관 자문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의 회담에 배석했던 러시아 전문가 피오나 힐은 "푸틴이 트럼프를 조종하는 법을 정확히 알며 조롱한다."고 경고했다. / 사진 = 인디펜던트 팟 캐스트 화면 캡처


피오나 힐 전 백악관 러시아·유럽 담당 보좌관이 최근 영국 인디펜던트(The Independent)와의 인터뷰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심리적으로 읽고, 그 약점을 외교적 레버리지로 삼고 있다”고 경고했다.​

힐은 인디펜던트의 팟캐스트 ‘World of Trouble’ 및 동영상 인터뷰에서 푸틴이 회담장에서 트럼프를 “자기 뜻대로 움직일 수 있는 상대”로 여기며, 언어 장벽을 이용해 트럼프를 조롱하거나 희롱해도 트럼프는 이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장면을 여러 차례 목격했다고 밝혔다.

​힐은 트럼프 1기 시절 백악관에 근무하며 푸틴과 트럼프의 회담에 배석해 직접 회담 진행을 지켜본 바 있으며, 러시아어를 매우 유창하게 구사한다.

그녀는 대학에서 러시아어와 러시아/소련 지역학을 전공했고, 모스크바의 모리스 토레즈 외국어연구소(Maurice Thorez Institute)에서 10개월 집중 러시아어 과정도 이수했다. 학부 시절에는 구어 러시아어(distinction in spoken Russian)로 우수 성적을 받았다는 이력도 공개된 바 있다.​

또 여러 인터뷰와 소개글에서 “러시아어를 fluently(유창하게) 구사한다”고 명시되어 있고, 본인도 러시아어를 어떻게 배웠는지 자주 이야기한다.

​힐이 트럼프-푸틴 회담장에서 러시아어 뉘앙스나 표현을 직접 듣고 해석할 수 있었던 배경은 바로 이 언어 능력 덕분이다.

힐은 인디펜던트 팟캐스트 및 영상 인터뷰에서 푸틴이 트럼프의 자존심과 인정 욕구, ‘강한 지도자’에 대한 동경을 정확히 파악해 칭찬과 연출된 친밀감으로 협상 구도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짠다고 분석했다.

힐은 이런 ‘조종’이 단순한 개인 간 기싸움이 아니라 우크라이나 전쟁과 서방 동맹을 흔들려는 러시아의 장기 전략과 결합돼 있다고 봤다. 그는 “푸틴 체제는 전쟁과 대결 상태가 지속돼야 유지된다”며 푸틴이 휴전 자체에 큰 동기를 갖기 어렵고, 오히려 협상을 서방 분열 확대의 도구로 삼으려 한다고 말했다.​

특히 힐은 푸틴의 우크라이나 구상이 “우크라이나를 독립된 주권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제국주의적 프로젝트”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푸틴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하나의 민족”으로 묶고, 현대 우크라이나의 국가 정통성을 인위적 산물로 폄훼해 온 서사가 전쟁의 이념적 기반이 돼 왔다는 것이다.

힐은 이런 관점이 우크라이나의 서방 편입을 ‘역사적 배신’으로 규정하고 러시아 개입을 정당화해 왔다고 덧붙였다.​

힐은 “푸틴의 기본 세계관이 바뀌지 않는 한, 어떤 협상도 우크라이나의 완전한 주권 인정으로 이어지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미국 정치가 이 같은 러시아의 심리·서사 전략에 휘말릴 경우, 전쟁의 향방뿐 아니라 서방 동맹의 결속에도 중대한 균열이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