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출범회의 연설을 통해 대북 메시지를 발표하며 북한을 향해 다시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 역대 대한민국 정부가 일관되게 대북 정책의 핵심 목표로 삼아온 '비핵화'라는 용어가 단 한 번도 명시적으로 언급되지 않았다. 대신 '핵 없는 한반도'라는 모호한 표현을 사용한 이 대통령의 발언은, 핵 개발을 멈추지 않는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 관계' 노골화라는 엄중한 현실을 외면하고, 오히려 국민의 안보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비현실적이고 굴종적인 대북 인식을 드러낸 것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 대통령은 연설에서 ▲적대 해소 ▲평화 공존 ▲공동 성장을 키워드로 제시하며 "한반도에서 전쟁 상태를 종식하고 핵 없는 한반도를 추구하며 공고한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노력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핵무기 개발을 통해 위협을 이어가는 북한을 향해 명시적으로 비핵화를 촉구하는 대신, '핵 없는 한반도'를 만들자는 두루뭉술한 표현을 사용한 것은 북한의 비핵화 거부 입장을 고려한 '기술적 회피'로 보이지만, 이는 결과적으로 북한의 핵 보유를 사실상 용인하는 심각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비핵화'가 핵무기 폐기를 의미하는 단호한 용어인 반면, '핵 없는 한반도'는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 내에서 비핵화를 강조하는 상징적 표현으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 대한민국은 비핵화 의무를 준수하며 핵을 개발하지 않았음에도 북한은 핵을 개발했고, 이러한 상황에서 대한민국 대통령이 북한을 향해 '비핵화'를 직접 촉구하지 않는 것은 북한의 책임을 면제해주려는 듯한 인상까지 줄 수 있다. 더구나 이 대통령은 "우리의 핵무장은 핵 없는 평화적 한반도 원칙에도 어긋난다"며 대한민국의 자위적 핵무장 가능성까지 스스로 제한하는 듯한 발언을 내놓았다. 이는 핵 개발을 지속하며 군사적 도발을 서슴지 않는 북한의 위협 속에서, 대한민국의 안보 역량을 약화시키고 불균형을 심화시킬 수 있는 대단히 위험한 발언이다.
북한 김정은은 이미 지난 9월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윤석열 정부의 '중단, 축소, 비핵화'라는 3단계 비핵화론을 "우리의 무장해제를 꿈꾸던 전임자들의 숙제장에서 옮겨 베껴온 복사판"이라고 맹비난했다. 나아가 "우리는 명백히 우리와 한국이 국경을 사이에 둔 이질적이며 결코 하나가 될 수 없는 두 개 국가임을 국법으로 고착시킬 것"이라고 선언하며 '적대적 두 국가 관계'를 공식화하려 하고 있다. 이달 중순 노동당 전원회의, 내년 초 당 대회를 통해 이를 당 규약과 헌법에 반영할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엄중한 시기다. 북한이 이처럼 노골적으로 핵 개발 의지를 드러내고 대한민국을 적대시하는 상황에서, 대화만을 강조하며 비핵화라는 핵심 의제를 뒤로 미루는 것은 냉철한 현실 인식이 부족한 안이한 태도를 넘어선다. 보수·진보 정부를 가리지 않고 대북정책의 최우선 목표였던 '비핵화'라는 단어의 실종은, 이재명 정부의 안보 철학이 얼마나 비현실적이고 위험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지금은 북한의 핵 위협이 고도화되고 '두 국가론'이 공식화될 위기에 처한 매우 위중한 시기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한민국 안보의 근간을 훼손할 수 있는 굴종적인 대북 메시지는 국민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한미 동맹의 균열까지 야기할 우려가 크다. 진정한 평화는 북한의 비위를 맞추는 굴종적 태도가 아닌, 확고한 원칙과 압도적인 힘을 바탕으로 한 냉철한 현실 인식을 통해서만 이룰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북한의 위협을 안이하게 평가하고 일방적인 대화 제스처로 국민의 불안을 가중시키는 행태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 아울러 북한의 '두 국가론'과 핵 위협을 안보 정책의 근본적 변화 요인으로 인지하고, 강력한 자유민주주의 수호 의지를 바탕으로 자주 국방 태세를 강화하며 굳건한 한미 동맹을 통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데 전념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대한민국은 더 이상 위협 앞에서 흔들려서는 안 되며, 자유와 안보를 수호하기 위한 확고한 원칙과 행동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