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프리덤조선】
새 일본 정부가 국가안전보장국(国家安全保障局·NSS)의 새 국장으로 외무성 출신의 이치카와 케이이치(市川恵一·59) 내각관방 부장관보를 기용했다. 이번 인사는 일본이 외교·안보 정책의 무게중심을 ‘전통적 군사안보’에서 ‘사이버·경제안보’로 옮기려는 기류를 분명히 드러낸 조치로 평가된다.
21일 교도통신과 주요 외신 보도에 따르면, 다카이치(高市) 내각은 전임 오카노 마사타카 국장의 퇴임에 맞춰 이치카와 전 부장관보를 NSS 수장으로 임명했다. NSS는 총리 직속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조직으로, 일본 안보정책의 ‘두뇌’ 역할을 맡는다.
이치카와 신임 국장은 1989년 외무성에 입부한 뒤 북미국장, 종합외교정책국장, 주미 일본대사관 정무공사 등을 거친 대표적인 대미통(對美通) 외교관이다. 2023년 8월에는 내각관방 부장관보로 발탁돼 총리실 안보정책 조율을 담당했다. 외무성과 내각 양쪽에서 경력을 쌓은 그는 이번에 NSS 수장으로 발탁되며 사실상 일본의 ‘안보 컨트롤타워’ 지휘봉을 잡게 됐다.
그는 취임 직후 안드리 예르마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비서실장과의 전화회담을 통해 전황 및 민간 인프라 공격 대응 방안을 논의하며 첫 대외 일정을 소화했다. 일본 정부는 이를 “국제협력 강화를 위한 NSS의 적극적 역할 개시”로 소개했다.
외교라인 중심 인사… ‘전면안보’로 방향 전환
이치카와 국장의 발탁은 일본 정부가 외교·정책조율 역량을 안보정책 중심에 두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2021년 민간외교추진협회(FEC)에서 열린 ‘일미동맹의 현상과 향후 전망’ 강연에서 “인도-태평양 지역의 급변하는 안보환경 속에서 일본이 스스로의 선택지를 넓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같은 해 11월에는 미 국무부 크리튼브링크 동아태 차관보와 회담을 갖고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FOIP)’ 구상 추진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그는 미일동맹 강화를 기축으로 한 외교·안보 전략을 꾸준히 강조해 왔다.
NSS, 사이버·경제안보 허브로
NSS는 총리 직속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지원하며, 외교·방위뿐 아니라 경제·사이버·기술안보 등 포괄적 안보 정책을 총괄·조정하는 핵심 기관이다.
2022년 개정된 국가안전보장전략에서도 ‘경제·기술·사이버’ 영역이 새로운 전략축으로 명시되면서, NSS의 역할이 대폭 강화됐다.
특히 올해 일본 국회를 통과한 ‘능동적 사이버 방어법(Active Cyber Defense Law)’ 시행을 앞두고 NSS는 사이버 위협 대응의 컨트롤타워로 떠오르고 있다.
외무성과 NSC 양쪽을 두루 경험한 이치카와 국장은 이러한 ‘전면안보’ 체제의 조율자 역할을 맡게 될 전망이다.
“미일동맹 넘어선 글로벌 안보협력 확대”
도쿄 외교가에서는 이번 인사가 미일동맹을 기반으로 하되, 인도-태평양 및 유럽과의 안보연계를 강화하려는 전략적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외교 소식통은 “이치카와는 전통적 외교 라인에 기반하면서도 사이버·경제안보를 국가안전보장의 핵심축으로 본다”며 “미국뿐 아니라 한국, 호주, 유럽과의 협력 확대를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리하자면, 이번 NSS 수장 교체는 일본의 안보정책 패러다임이 ‘군사 중심’에서 ‘전면안보(Comprehensive Security)’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이치카와 케이이치 국장은 외교와 안보의 접점을 연결하는 ‘정책 엔진’으로, 향후 일본 안보정책의 방향을 가늠할 핵심 인물로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