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미 군사 훈련을 연일 핵전쟁 전초전이라 맹비난

최근 북한은 이례적으로 이틀 연속 강경한 메시지를 발신했다. 9월 14일 조선 중앙 통신의 논평, 김여정 담화, 그리고 15일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의 공보문까지 내놓았다.​

발표 주체와 형식은 달랐지만 핵심은 같았다. 미국과 동맹국들이 함께 진행하는 아이언맨 군사연습을 핵전쟁 전초전으로 규정하며 “힘의 균형 파괴는 추호도 허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한 것이다.

​이 가운데 특히 주목할 부분은 북한이 반복적으로 문제 삼는 하나의 단어, 바로 “비핵화”다.

북한은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비핵화를 단순한 군사적 무장 해제가 아닌 체제 근간을 흔드는 요구로 간주한다.

이번 일련의 담화와 논평에서 드러나는 북한의 전략적 메시지는 단순한 한미일 훈련 반대가 아니다.

미국이 주도하는 확장억제와 합동훈련이 ‘핵 선제공격’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서술은 곧 김정은 정권이 핵 억제력 강화를 필연적 선택이라고 밀어붙이는 논리적 근거로 작동한다. 나아가 북한은 이번 사태를 “지역 전체의 균형 파괴”로 규정하며, 조선반도를 넘어 동북아 전체를 전장의 공간으로 끌어올리고 있다고 공격한다.

김여정이 담화문에서 "잘못 고른 곳에서의 힘자랑질"이라고 지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는 단순한 구두 위협이 아니다.

그러나 외견상 이 담화들은 미국과 동맹국들의 행동에 대한 격렬한 경고 형식을 띠고 있지만, 실제로는 북한 체제가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락이다.

북한이 연일 미국 주도 아이언맨 군사 연습을 핵전쟁 전초전으로 규정하며 퍼붓는 경고는 오히려 북한 체제 동요를 보여주는 징표

북한 변화를 위해 비핵화 요구 접근만으로는 한계, '북한 인권'이라는 레버리지를 강력히 활용해야

중러 북한 노동자 문제와 푸틴 용병으로 동원된 북한 군인들 죽음은 국제법과 인권 기준 위반임을 거론, 북중러를 동시 압박하는 치밀한 새 설계로 접근해야

트럼프와 만남 후 북한 헌법에 핵보유국 지위 명문화

북한 헌법에는 이미 ‘핵보유국 지위’가 명문화되어 있다. 따라서 국제사회의 비핵화 요구를 북한 정권은 최고 법과 국가 정체성 부정의 의미로 해석한다.

특히 김정은이 북한 헌법에 핵보유지위국이라고 명시한 시기에 주목해야 한다.

2019년 북한 헌법. 핵무기 보유국이라는 내용이 없다.

북한은 2023년 9월 최고인민회의에서 '핵무력 헌법화'를 명시했고, 이를 반영해 수정 보충한 개정된 사회주의 헌법 내용이 확인되었다.

2023년 개정된 북한 헌법. 헌법에 명백하게 핵무기 보유 및 핵무기 고도화를 명시하고 있다.

국방 부분인 제4장 제58조와 제59조에 '책임 있는 핵보유국'으로서 '지역과 세계의 평화를 위해 핵무기 발전을 고도화한다'는 것과 '무장력의 사명은 국가 주권과 영토 인정, 인민 권익옹호, 사회주의와 혁명의 전취물 사수, 조국의 평화와 번영 담보'에 있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이 시기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의 두 번의 만남 이후다.

따라서 북한은 이 시점 이후 국제 사회의 비핵화 요구는 “헌법 포기” 혹은 “체제 포기”로 받아들이며, 생존 차원의 위협으로 간주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북한이 왜 비핵화 논의에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하는지가 설명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북한의 최근 메시지는 단순히 군사 훈련에 대한 반발이 아니다. 자신들의 체제 정체성을 건드린 데 대한 격렬한 반사작용이다.

북한은 미국과 동맹국들의 핵 억제 전략과 합동 군사훈련을 “핵 선제공격 시나리오”로 규정하고, 이에 맞서 핵무력 강화를 “불가역적 선택”으로 주장한다.

따라서 이제 비핵화 요구는 협상의 문을 열기보다 체제 방어 본능을 자극하며, 결과적으로 북한 핵 고도화에만 명분을 부여한다는 북한식 억측으로 이어진다.

그렇다면 문제를 이렇게 볼 수 있다.

비핵화만을 요구하는 접근은 결국 균형을 이루지 못한다.

북한에게 비핵화는 체제를 흔드는 요구지만, 그 자체로는 한반도 긴장을 완화시키지 못하고 오히려 갈등 격화 구조를 만든다.

우리는 이미 트럼프 1기에서 독재자와의 만남은 의미가 없는 것이라는 경험을 하였다.

그렇다면 균형을 맞출 또 하나의 축, 즉 또 다른 ‘체제 흔들림’을 어디서 찾아야 하는가.

나는 그 답을 "인권 문제"로 본다.

김정은 정권은 집권 이래 줄곧 인권 문제에 대해 유독 민감하게 반응해왔다. 이는 단순히 외부의 비판을 외교적 불편함으로 여기는 수준을 넘는다. 실제로 북한 외무성과 재외공관 간의 외교전문들을 살펴보면,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이 인권 문제 제기에 대해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대응해왔음을 확인할 수 있다.

북한 외무성 - 재외공간 간 외교 전문 일부


이 외교 전문은 북한이 국제무대에서 북한 인권 현실에 대한 비판을 곧 정권의 정당성을 겨냥한 정치적 공격으로 받아들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즉 인권 담론은 북한에게 단순한 인도적 압박이 아니라, 체제 존립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전장이 된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전략적 함의가 도출된다.

국제사회는 비핵화 요구만으로는 북한 체제를 흔들 수 없지만, 인권 문제는 북한이 스스로 민감하게 반응하는 체제 균열의 또 하나의 약한 고리라는 사실이다.

​비핵화가 헌법과 국가 정체성을 겨냥한다면, 인권은 정권의 통치 정당성과 국제적 위상을 겨냥한다. 따라서 인권은 비핵화 담론이 막힌 상황에서 새로운 균형 축이자 협상 레버리지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이 접근은 동시에 더 복잡한 역학을 불러온다.

북한이 인권을 정권 위협으로 인식할수록 중국과 러시아는 이를 미국 주도의 정치 공세로 규정하고 공동 방어에 나설 공산이 크다.

실제로 북·러 밀착은 미국과 동맹국들의 압박 속에서 더 강화되는 추세다. 반면 미국·한국·일본 등 자유 진영은 인권 문제를 안보 문제와 병렬로 다루며 대북 정책을 강화할 것이다.

결국 인권 압박 전략은 북·러·중과 미·한·일의 신냉전 구도를 더 뚜렷하게 드러내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

그렇다고 인권을 배제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인권 문제를 다층적 외교 설계 속에서 정교하게 활용할 때 가장 효과적인 압력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야 한다.

따라서 향후 북한 인권 이슈에 접근할 때는 단순 비난 성명을 넘어 주민 삶을 개선하는 인도적 지원과 결합하고, 조건부 유인책과 연결해야 한다.

또한 실효성 없는 제재 반복이 아니라, 보다 촘촘하고 효과적인 제재 위반자에 대한 불이익을 주도록 설계해야 한다.

특히 이와 동시에 중국과 러시아도 북한 인권 문제에 포함시켜 책임을 묻는 방식을 효과적으로 고민하며 접근해야 한다.

그래야만 인권 담론이 북한을 단순히 고립시키는 도구가 아니라, 협상 테이블로 이끌어낼 지렛대가 될 수 있다.

북한 인권은 북한 체제 변화를 위한 가장 효과적인 비군사적 레버리지이자, 중국과 러시아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사안이다.


중국과 러시아에 대해서도 북한 인권 책임 물어야

중국과 러시아를 인권 담론에 함께 넣기 위해서는 중러에서 일어나고 있는 해외 노동자 강제노동 즉 현대판 노예제로 북한 노동자들의 착취를 규정지어야 하며, 그 장소가 바로 중국과 러시아라는 사실을 강력하게 비판하여 한다.

최근 국제사회는 강제노동과 현대판 노예제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있다. 유엔 및 국제노동기구(ILO)는 강제노동을 명백한 인권침해로 규정하며, 이를 단호히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북한 노동자들이 중국과 러시아를 포함한 해외에서 강제노동에 투입되는 사례가 많이 알려지고 있다.

이러한 노동 착취는 단순한 인력 문제를 넘어 현대판 노예제(Modern Slavery)로 국제사회가 규정한 중대한 인권 침해다.

특히 중국은 위구르족 강제노동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자국 내 인권 문제를 방어해 왔다.

앞으로는 중국을 경유한 해외 북한 노동자 강제노동 역시 동일한 국제 기준에 의거하여 규명되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 경우 중국이 북한 인권 문제에서 논점을 회피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한편, 러시아에 파견된 북한 군인들은 ‘정규 파병’이 아닌 정권의 군사적 목표 달성을 위한 총알받이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들의 핏값으로 벌어들인 수익은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과 군사적 활동에 직접 사용되고 있다.

국제 인권법과 국제 안보 규범은 명백히 이러한 종류의 군사 착취와 외국인 노동력의 강제 동원을 금지하고 있다. 러시아 역시 이 기준에서 자유롭지 않다.

​중국과 러시아가 관련된 현대판 노예제 및 군사적 착취 문제를 국제적 용어로 규정함으로써 북한 인권 문제는 더 이상 ‘내정 문제’로만 치부될 수 없으며, 국제사회가 북중러에 책임 있는 조치를 요구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이처럼 국제법과 인권 기준에 입각한 접근은 단순한 비판을 넘어 체계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응을 가능하게 한다.

미국의 UN 인권이사회 탈퇴는 오판

그러나 여기서 또 하나 짚어야 할 아이러니가 있다.

바로 미국이 최근 UN 인권이사회에서 탈퇴한 사실이다. 북한 인권을 국제적 압박 지렛대로 삼아야 하는 중요한 시점에, 미국은 제도적 장에서 물러섬으로써 스스로 목소리를 약화시키고 있다.

이는 과거에도 반복된 일이지만, 이번 결정은 특히 비겁해 보일 수밖에 없다. 인권 문제에서 북·러·중과 정면으로 마주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로 읽히기 때문이다.

미국이 탈퇴 명분으로 내세운 ‘인권이사회의 비효율성과 정치적 편향’이라는 비판도 일정 부분은 자신들이 유엔에서 인권 박해국으로 비판받지 않겠다는 의도가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북한 인권 이슈 제기를 할 수 있는 현재로서 가장 효과적인 국제적 무대를 포기하는 것은 다른 선택지와 비교할 때 현저히 불리하다.

결과적으로 이는 북한과 그 동맹국들에게 “인권 문제는 국제적 감시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위험이 크다.

현재 한반도는 명백히 두 가지 체제 흔들림 사이에 서 있다.

하나는 북한이 거부하는 비핵화 요구, 다른 하나는 북한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인권 문제다. 전자는 북한의 헌법과 국가 정체성을 겨냥하고, 후자는 정권의 정당성과 국제적 위상을 겨냥한다. 어느 쪽도 단독으로는 균형을 만들 수 없지만, 두 축을 함께 고려할 때 새로운 전략적 공간이 열린다.

비핵화만을 외치는 접근은 북한을 더 강경하게 만들 뿐이다. 인권만을 강조하는 접근은 북·러·중과의 단합을 더 공고화 시킬 위험이 있다. 그러나 비핵화와 인권을 동시에, 전략적으로 조율된 방식으로 제기한다면, 북한 정권은 어느 한쪽만 방어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설계해야 할 새로운 균형이다.

힘의 균형은 군사력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체제의 균형, 가치의 균형까지 겨냥해야 한다.

지금 한반도에서 필요한 것은 무기보다 언어, 제재보다 담론, 그리고 단순한 비난이 아니라 정교한 외교적 상상력이다.

따라서 국제사회는 비핵화 요구와 인권 압박을 동시에 조율하는 전략을 설계해야 한다.

박지현

​· 아시아 태평양 전략센터 인간안보 연구원

· 스페인 마드리드 프란치스코 빅토리아 대학교 동아시아 연구원

· 영국 지방의회 후보자

· 징검다리 공동대표

· <가려진 세계를 넘어> (2022 세종 우수도서) 저자 / <The Hard Road Out> (영문판)

프리덤조선의 새 칼럼니스트 박지현 씨


1968년 함경북도 청진에서 태어나 청진 농업대학을 졸업하고 고등학교 수학 교사로 일했다.

​1998년 대기근 과정에서 탈북 후 중국에서 지내다가 체포되어 강제 북송 당하는 등 여러 차례 죽을 고비를 넘겼다. 아이와 함께 2008년 영국 망명에 성공, 현재 맨체스터에서 남편과 아이 셋과 함께 살고 있다.​

영국 하원 청문회서 최초로 북한 인권에 대해 증언하였으며, 탈북자 최초로 영국 보수당 콘퍼런스에서 스피커로 참여했다. 현재 영국과 유럽에서 자신과 같은 고통을 겪는 여성들을 돕는 인권 운동가로 활약 중이다.

​박 씨는 2021 Geneva Summit for Human Rights and Democracy 등 여러 행사와 유럽 다수 대학에 초청되어 북한 실상을 알렸다. 또 영국 내 탈북민을 위한 영어 프로그램을 만들고 주민센터를 열기도 했으며, 지역에서 ‘school governor’로 활동하고 있다. 또 영어로 6.25 전쟁 등 한국 역사에 대한 공부를 다시 해서 유럽에 만연한 왜곡된 한국 전쟁 진실을 알리는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2021년 보수당 후보로 영국 정착 탈북자 최초로 지방 선거에 출마했으며, 2026년에도 후보로 정식 확정되었다. 오스트리아 비엔나에 거점을 둔 북한 태권도 협회가 유럽인들에게 태권도를 전파하는 목적보다 김정은 정권에게 외화 및 사치품을 보내는 창구로 악용된다는 사실을 적발, 유엔 대북 제재 위반임을 지적하고 테러 등 신변 위협에도 불구, 프랑스 및 오스트리아 등 유럽 언론인들과 함께 계속 추적하고 있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와 스페인 프란치스코 빅토리아 대학교, 영국 명문 중고등학교에서 Tedx를 진행했으며, 윈스턴 처칠 수상이 다닌 해로우 스쿨( Harrow School) 강의, 웨스트민스터 스쿨 존 로크 강연자, Student for Liberty 콘퍼런스 스피커로도 참여했다.

박 씨가 북한에서 태어나 탈북할 때까지의 삶을 그린 자서전 <가려진 세계를 넘어>(도서출판 슬로비, 박지현 채세린 공저)는 유럽에서 7개 국어로 출간되었다. 프랑스 문화부 장관, 영국 부총리(외교부 장관 역임), 상원 의원 등이 읽고 큰 감명을 받고 추천했다. 체코에서는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으며, 한국에서도 2022년 세종 우수도서에 선정되었다.

영국 및 유럽에서 이 같은 북한 인권 활동 공로를 인정받아 2018년 Asian Women of Achievement (AWA) 대상을 수상했다. 2018년 〈The Times〉 선정 ‘Alternative Rich List 30인’에 이름을 올렸으며, 2020년에는 영국에서 앰네스티 브레이브 어워드(Amnesty Brave Award)를 수상했다. 2021년에는 타임스지가 선정한 영웅(The Times Hero)로 이름을 올리기로 했다.

이 같은 박 씨의 탈북 과정과 활동을 인정받아 영국 찰스 국왕이 직접 버킹엄 궁전으로 초대해 왕실 가족을 모두 소개해 주며 격려해 주기도 했다.

현재 미국에 기반을 둔 아시아 태평양 태평양 전략센터 인간안보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으며, 스페인 마드리드 프란치스코 빅토리아 대학교 동아시아 파트 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한국 내 탈북자와 네트워크 속에 북한 인권 실태를 알리기 위한 목적으로 조직된 징검다리 공동대표다.

프리덤조선은 북한 인권과 자유통일의 대의를 같은 뜻을 가진 글로벌 네트워크와 함께 만들어가기 위해 창간되었다. 편집국 일동은 유럽에서 북한 인권을 위해 이처럼 맹렬히 활동해 온 박지현 씨의 행보를 진심으로 응원하며, 2025년 9월부터 새 칼럼니스트로 모시기로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