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착 탈북자 박지현 씨는 유럽 내 북한 스파이 실상에 대한 상세한 지식 외과 함께 한국 진보 세력 특히 86세대가 보이는 정치적 편향과 북한 인권 무시에 대해 따끔하게 지적했다.
Q. 영국 및 유럽, 캐나다 등 서구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마르크스 레닌주의를 추종하는 좌파라도, 북한에 대해서는 상당히 비판적이라는 이야기를 종종 들었습니다. 혹시 영국에서 지내면서 사상적으로는 좌파인데도 그렇게 단호한 반북한 입장을 취하는 개인이나 단체를 만난 적이 있습니까?
박 : 개인적으로 그런 사람들을 만난 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여러 행사에 참여하다 보면 북한을 잘못 이해하는 학자나 외교관, 정치인들을 볼 때는 있습니다. 그들에게 우리가 살아온 이야기를 그대로 들려주면, 다음 행사를 할 때면 인권에 대한 질문은 모두 저에게 답변할 것을 요청했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서양인들의 도덕적인 품성에 대해서 배우게 되었습니다.
"북한에 대해 잘못 알던 서양인들 북한 인권 실상 알게 되면 태도 달라져...서구의 도덕적 품성에 감명."
Q. 위 질문과 반대로 영국에서 친북 활동가나 학자들을 만난 적은 있습니까? 아울러 공개적으로 북한 인권 운동을 하게 된 후 신변 위협을 받은 적은 있는지 궁금합니다.
박 : 저는 공개적으로 해킹 메일을 받기도 하고, 지금은 대사관 대사를 사칭하는 메일도 옵니다. 또 제 이름으로 유명한 분들께 해킹 메일도 보내는 일도 발생해서, 심지어 FBI와 이야기를 나눈 적도 있습니다.
또 비엔나에 있는 북한 태권도 그룹 실체를 파헤치면서 신변 위협이 있었던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어려움들을 이겨낸 결과 그들을 미디어 앞으로 끌어낼 수도 있었기에 보람을 느낍니다.
비엔나에 있는 북한 태권도 그룹 실체를 알리기 위해서는 미디어들과 함께 공개적으로 활동했습니다. 올해도 비엔나 코미디 쇼 프로그램에서 다루었고, 또 프랑스 기자와 끈질기게 북한 태권도 그룹을 압박하는 등의 활동을 계속 이어가고 있습니다.
오스트리아 비엔나에 본부를 둔 북한 국제 태권도 연맹(ITF) 관계자들이 유엔 제재를 위반하고 북한으로 불법 송금을 했다는 의혹으로 파문이 일어난 사건은 올해 3월 한국 언론에도 보도된 바 있다. / 사진 = KBS 보도 화면 캡처 @프리덤 조선
중국 대사관 앞에서도 늘 시위를 하기에, 중국 대사관은 저희가 가면 영국 경찰도 부릅니다. 하지만 영국 경찰에게 저희 활동을 이야기하면 오히려 지지를 해주기도 합니다.
※ 오스트리아 북한 태권도 연맹의 유엔 제재 위반 불법 외화 송금 의혹은 진작 불거진 문제였다. 오스트리아 당국은 리용선 총재의 불법 외화 송금 의혹을 추적한 끝에 혐의가 확실하며, 잠재적 위험도 커서 방치하면 '오스트리아의 명예를 훼손'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판단, 2020년부터 그를 추방하려 시도했다.
그러나 오스트리아 법원은 리총재의 월수입이 비교적 적은 5,256유로(5,702달러)임을 들어, 그가 불법 대북 송금에 관여한 직접적 증거를 찾을 수 없다는 이유로 이를 기각했다.
그러나 영국 정착 탈북자 박지현 씨는 북한 태권도 연맹(ITF) 총재는 "운동선수가 아니다"라고 주장하며, "그와 그의 아내, 그 아들은 평양으로 자금을 흘러들어가게 하는 요원"이라고 지적했다.
독일 언론에도 크게 보도된 북한 태권도 연맹 문제. 박지현 씨의 폭로로 이 문제에 대해 무관심하던 유럽 각국 언론이 크게 주목하기 시작했다. / 사진 = 독일 Die Presse 박지현 제공 @프리덤 조선
당시 박 씨는 신변 위협 및 해킹 때문에 일부 언론과 인터뷰는 온라인으로 진행해야 할 정도의 상황이었음에도,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해 용기있게 유럽 내 북한 조직의 실태를 알렸다.
박 씨는 프리덤 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세계 태권도 연맹과 국제 태권도 연맹을 구별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 면서, "국제 태권도 연맹은 북한 조직이다. 이를 모르고 태권도에 대한 관심으로 멤버십으로 가입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북한으로 흘러들어가는 자금에 포함되는 경우도 많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세계 태권도 연맹과 국제 태권도 연맹은 엄연히 다른 기구, 국제 태권도 연맹은 북한 조직...모르고 멤버십으로 가입해 북한으로 흘러가는 자금에 포함되는 경우도 빈번, 각별히 주의해야
프랑스 국제 보도채널 《프랑스 24》는 이러한 박 씨 주장과 함 "오스트리아는 전 세계 스파이 소굴"임을 환기하며, 인구 900만에 불과한 중립적 EU 회원국인 오스트리아 정보기관 역량 부족을 꼬집었다.
스파이 전문가 지크프리트 비어 씨는 북한이 비록 오스트리아의 "중요" 관심 국가지만, 오스트리아가 북한인들의 비밀 활동을 "진지하게 조사할 수단이 부족하다" 고 경고했다.
EU 중립국 오스트리아는 전문적인 방첩 기관 역량이 부족하다. 그런 이유로 국제 스파이 소굴이라는 오명을 받고 있으며, 특히 북한 특권층도 오래전부터 오스트리아에 거점을 두고 유럽 전역에서 무기 및 사치품, 외화 등을 사서 보내는 통로로 이용했다. 이같은 사실은 박씨의 노력과 유럽 미디어의 공동 추적으로 프랑스 국제 보도 전문 채널 《프랑스24》 2025년 3월 11일 자에 상세히 보도된 바 있다. / 사진 = 프랑스24 화면 캡처 @프리덤 조선
"오스트리아 비엔나 북한 태권도 연맹은 유엔 제재 위반 불법 대북 송금 루트, 오스트리아는 오래전부터 유럽에서 각종 무기 및 사치품, 외화 등을 북한으로 송금하는 루트로 악용"
북한은 오랫동안 오스트리아와 깊은 관계를 맺어왔다.
《프랑스 24》는 2010년 비엔나 주재 평양 외교관 김정률은 1994년 오스트리아로 망명하기 전까지 20년간 북한 독재자들을 위해 유럽 전역에서 무기와 사치품을 구매했지만, 단 한 번도 조사를 받지 않았음을 폭로했다.
또 김일성 처남인 김광섭이 2020년까지 27년간 오스트리아 대사를 지냈는데, 현지 언론에 따르면 북한은 알프스산맥에서 여권을 인쇄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Q. 최근 남한 이재명 정부가 들어서면서 국민적 공분 속에 구속되었던 조국, 윤미향을 석방했습니다. 윤미향은 종군 위안부 관련 활동을 하다가 위안부 후원금 횡령 비리 등의 혐의로 구속되어 큰 비난을 받았던 인물입니다. 이들은 모두 86세대(60년대 출생, 80년대 학번) 운동권 출신입니다.
한국 86세대는 대학생 시절부터 매주 특정한 요일 일본 대사관 앞에서 위안부 이슈 등을 제기하는 항의 집회를 초장기적으로 이어왔습니다. 또 언젠가부터 위안부 소녀상을 국내외 각처에 설치하고, 일본 전쟁 피해자라고 선전하며 반일 감정을 부채질합니다.
그러나 이들은 현재 진행형인 더 끔찍한 북한 인권 특히 탈북 여성들의 참담한 인권 현실은 철저히 외면합니다. 이런 현실 이면에는 이른바 '갓끈 이론' 내지 '갓끈 전술'이 작동한다는 전문가의 지적이 있습니다.
지현 씨는 북한에 있을 때 혹시 갓끈 전술에 대해 들어본 바 있습니까? 또 위안부 이슈 제기나 소녀상 설치 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허심탄회하게 말씀해 주십시오.
갓끈 전술을 국내에 소개한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 유원장은 북한 대남 전략 전술 연구 권위자다. / 사진 = 자유민주연구원 外 @프리덤 조선
※ 갓끈 전술에 대해서는 안보 전문가 유동열 박사가 권위자다.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은 미래한국 2022년 10월 말에 기고한 글을 통해, 광범위한 반일(反日) 선동 이면에는 북한 김일성의 갓끈 전술이 작동한다는 점을 체계적으로 논증했다.
갓끈 전술이란 1969년 김일성이 간첩 및 공작원 양성소인 금성정치군사대학(김일성정치군사대학 → 김정일 정치군사대학)을 방문해 행한 연설에서 유래된 명칭이다. 이후 1972년 북한군 총정치국 소속 정치군관 양성소인 ‘김일성 정치대학’ 졸업식 연설에서도 김일성은 이를 재차 강조했다.
김일성은 연설에서 “남조선 정권은 미국과 일본이라는 두 개의 끈에 의해 유지되고 있다. 사람의 머리에 쓰는 갓이 두 개의 끈 중에서 하나만 잘라도 머리에서 날아가듯이 남조선 정권은 미국이라는 끈과 일본이라는 끈 중 어느 하나만 잘라버리면 무너지고 만다. 남조선 정권을 타도하기 위해서는 미국과 일본의 두 끈 중에서 어느 하나만이라도 잘라내기 위한 갓끈 전술을 써야 한다”라고 강조하며, 남조선 혁명 완성을 위한 반미, 반일 투쟁 중요성을 강조했다.
박 : 저는 북한을 직접 겪고 탈출해 현재 영국에 정착해 인권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 자리에서 북한과 남한의 위안부 문제에 대한 왜곡된 현실을 강력하게 지적하고자 합니다.
우선 북한은 반일 감정을 체제 유지와 정권 선전에 적극적으로 활용해 왔습니다. 1945년 8.15 해방을 맞은 북한은 '김일성이 일본과 싸워 해방을 이끌어냈다'고 선전합니다. 사실상 김일성 정권은 일본 식민 통치가 있었기에 존재할 수 있었고, 반일 감정을 키우는 것은 북한 체제의 핵심 선전 도구입니다.
제가 흥미 있는 점은 위안부 문제가 한국보다 먼저 북한에서 공식 제기되었다는 사실입니다. 1980년대 후반 북한은 종군 위안부 문제를 피해 여성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방송했습니다. 저 역시 그 방송을 보며 일본에 대한 증오심을 키웠습니다. 그러나 그 후 북한 내에서 이 문제를 사라졌습니다. 뒤늦게 그 선전이 한국으로 넘어가 광범위한 반일 감정과 정치 운동으로 이어졌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한국 86세대 정치인들과 일부 단체는 이러한 역사적 배경과 북한의 전략적 이용이란 점을 간과 혹은 은폐한 채, 위안부 문제를 반일 정서의 정치적 도구로 계속 활용하고 있다고 봅니다.
특히 영국에서 위안부 행사에 참석했을 때, 중국 내 북한 여성들이 겪는 인신매매와 성매매 현실에 대한 질문이 나오면 많은 학자가 이를 철저히 회피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이로 인해 저는 남한에서 위안부 문제를 거론하는 세력이 진정한 여성 인권 문제로 접근하는 게 아니라, 정치적 선전과 반일 감정 조장을 위한 수단임을 확신했습니다.
지금도 북한 여성들은 중국에서 인신매매로, 또 성 노예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그러한 현실이 한국 내 위안부 운동의 화려한 정치적 장식 뒤에 가려져 있습니다. 진정한 여성 인권 문제라면 과거의 역사적 상처에 머무는 게 아니라, 오늘 현재 진행형의 현실에도 똑같이 집중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역사를 바로 세우고, 진정한 인권을 위해 싸우려면 북한의 반일 선전 전략과 한국 내 일부 세력의 정치적 이용 실체를 냉철하게 직시해야 합니다.
감정적 선동과 왜곡을 넘어서, 피해자들의 존엄과 인권 회복에 진심으로 다가서야 합니다. 역사 문제는 사실과 인권을 바탕으로 공정하게 접근해야 합니다. 정치적 감정과 선전 도구로 전락한 위안부 운동은 피해자들의 존엄을 훼손하는 또 다른 폭력입니다.
저는 북한에서 목숨을 걸고 탈출한 사람으로서, 지금도 고통받는 같은 처지의 무수한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용기를 갖고 있습니다.
저는 지금도 인신매매로 고통받는 동포 여성들을 외면하는 반쪽짜리 인권 논의와 정치권의 위선에 분노합니다.
한국의 86세대 여러분, 여러분이 진정한 민주화와 인권을 위해 싸웠다면 당신들은 과거사의 명분이 아닌 오늘 벌어지는 현실의 참혹한 북한 여성 인권에 앞장섬으로써 진심을 입증해야 합니다. 그 고통에도 똑같은 눈과 마음으로 마주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야만 당신들이 진짜 정의고, 진짜 민주주의 세력이라 할 수 있습니다.
"남한 86세대는 위안부 문제를 여성 인권 아닌 정치 선전과 반일 감정 조장 수단으로 접근...위안부 소녀상이 전 세계에 설치할 문제라면, 지금도 인신매매로 고통받는 탈북 여성상도 전 세계에 설치하라"
Q. 이 문제와 관련해 한국 보수 진영 일각에서는 100여 년 가까운 과거의 실체적 논란도 이견이 분분한 위안부 소녀상 설치 운동 같은 저열한 반일 감정 선동에 맞불을 놓기 위해 재중 탈북 여성 인권을 부각하는 탈북 여성 모자상 설치 운동을 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반면 당사자들의 아픈 기억만 자극할 뿐이라며 반대하는 입장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박 : 탈북 여성들이 겪은 고통 그리고 지금도 겪고 있는 고통스러운 현실을 알리는 일은 계속 진행되어야 합니다. 탈북 모자상 설치를 반대하며 그들의 아픔을 건드린다는 식으로 이유를 댔다면, 그런 이들은 단 한 번도 피해자들인 탈북 여성들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지어낸 구실 같은 것이라 생각합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