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 거주하는 탈북자 박지현 씨가 15일 페이스북을 통해 “북한정권과의 싸움은 언어 전쟁”이라며 국제사회가 사용하는 단어가 북한 체제의 정통성을 무너뜨리는 무기라고 밝혔다.
그는 “북한 유엔대표부가 15일 미국의 ‘비핵화’ 언급을 비난하며 체제 붕괴 시도로 해석했다”며 “한국도 국제사회가 북한을 규정하는 용어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씨의 지적은 조지 오웰의 소설《1984》에서 전체주의 정권이 '신어(Newspeak)'라는 인위적인 언어를 만들어 인간을 통제하려 한 방식과 유사해 눈길을 끈다.
소설에서 전체주의가 지배하는 세상의 빅 브라더 같은 당은 '신어'를 통해 단어 수를 줄이고, 복잡한 사상이나 개념을 표현하는 단어들은 삭제하거나 없앤다. 이를 통해 인간이 비판적이고 복잡한 사고를 표현할 수 없게 만든다.
결국 인간들은 생각할 수 있는 단어와 개념 범위 자체가 좁혀지며, 당에 반대하는 생각은 물론 자유로운 사고 자체를 하지 못하는 무의미한 부속품으로 전락한다.
북·중·러 및 이들을 추종하는 남한 종북 권력의 교묘한 언어 조작도 자유우파가 심각히 자각해야 할 전체주의적 위협이다.
대표적인 예로 2005년 노무현 정부에서 '탈북자' 내지 '탈북민'이라는 용어 대신 '새터민'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려 시도한 것이다. 이 명칭 변경 시도는 당사자인 탈북자들에 의해 그 배경의 순수성에 대한 불신 등 많은 반발을 불러왔다.
결국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새터민'이라는 용어는 폐기되고 법적 용어는 '북한이탈주민'으로, 통상 쓰이는 표현으로는 '탈북민' 내지 '탈북자'로 다시 정리되었다.
◆ 비핵화와 인권 용어… 체제 존립을 흔드는 낙인
박 씨는 “비핵화는 북한에게 단순한 군축 용어가 아니라 헌법과 제도의 포기, 체제 붕괴 시도로 해석된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은 이 단어를 정통성을 뒤흔드는 전장으로 본다”며, 국제사회가 이를 사용하면 핵 개발의 정당성을 국제법적으로 부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인도에 반한 죄(Crime against Humanity)”는 1915년 영국·프랑스·러시아가 오스만 제국 아르메니아 학살을 규탄하며 처음 사용했고, 1945년 뉘른베르크 재판에서 미국 주도로 국제형사법 죄목으로 제도화됐다.
지난 2014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Commission of Inquiry)는 “북한 정권을 전체 체제로 겨냥한 전례 없는 낙인”을 부여했다.
박 씨는 “한국 정치인들은 이 단어의 무게를 모른다”고 비판했다.
1990년대 대량 아사는 “정책적 기근(Policy-induced Famine)”으로 “‘고난의 행군’은 학살을 혁명적 시련으로 은폐한 용어”라고 밝혔다.
◆ 탈출자와 ‘1984’ 신어… 언어 통제와 자유우파의 대응
박 씨는 “‘변절자(Defector)’는 북한이 원하는 배신자 프레임”이라며 “‘탈출자(Escapee)’는 억압 체제에서 생존을 위해 벗어난 피해자이자 증언자”라고 밝혔다.
그는 “탈북자는 체제 실패의 산 증거라 북한이 가장 두려워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1984’에서 당이 신어로 어휘를 축소해 반체제 사고를 차단한 방식과 유사하다.
사피어-워프 가설(Sapir–Whorf hypothesis)처럼, 언어가 사고와 세계관을 지배하므로 정확한 용어는 북한의 책임을 고착시킨다. 사피어 워프 가설이란 어떤 언어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세계관이 결정된다는 언어학적 가설이다. 이 가설은 언어와 사고, 문화의 상호 연관성을 제시했다.
"인간은 객관적 세계에서만 사는 것도 아니고 보통 이해하는 것처럼 사회활동의 세계속에서만 사는 것도 아니다. 사회의 표현수단이 되는 특정한 언어에서도 상당히 영향을 받는다. 사람이 언어를 사용하지 않고도 본질적으로 현실에 적응할 수 있다거나, 언어는 의사전달이나 사고의 반영과 같은 특정 문제를 해결해 주는 우연한 수단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환상이다. 실제는 현실 세계가 상당한 정도로 그 집단의 언어 습관 기반 위에 형성된다는 것이다....우리 공동체의 언어습관이 그 해석에 대한 어떤 선택의 경향을 부여하기 때문에 우리는 현재와 같이 보고 듣거나, 경험을 하는 것이다."
— 에드워드 사피어, 언어(1929, p207)
박 씨는 “단어는 국제법적·역사적 책임을 고착시키고 정통성을 무너뜨리는 무기”라며 “제재나 군사력만큼 정확한 언어 사용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재명 정권의 언어 조작도 ‘1984’ 신어와 유사한 전체주의적 통제로, 자유우파는 이를 자각하고 단어로 진실을 복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