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한 줌의 기억이 거대한 인권연대로 확산되고 있다. 겨레얼통일연대(대표 장세율)는 통일부 ‘2025 북한인권증진활동지원사업’의 선정 과제로 제22회 북한자유주간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며, 북한 정치범수용소 철폐를 위한 국제 시민운동의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했다.
이번 행사는 “사라진 그들을 기억하며”를 주제로, 인권조사와유럽 현지에서 개최된 국제캠페인을 중심으로 진행되었으며, 70인의 정치범수감자에 대한 증언 기록과 함께 독일 베를린과 벨기에 브뤼셀에서 국제 인권기구 및 유럽의회를 대상으로 한 고발 및 캠페인 활동이 포함되었다. 이 과정을 통해 북한 정치범수용소의 실태와 피해자 가족들의 증언은 유럽의 시민사회와 의회에 직접 전달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정치범수용소 철폐를 위한 국제적 연대의 기반이 공고히 다져졌다.
정치범수용소해체운동본부 공식 출범: 피해자 주도 운동의 시작
2025년 7월 5일, 유럽행사 대표단과 탈북민인권단체총연합은 공동으로 ‘정치범수용소해체운동본부’를 공식 출범시켰다. 이는 단순한 캠페인이 아니라, 피해자 중심의 기록과 증언, 정책제언, 국제협력을 종합적으로 실행하는 독립기구로서의 성격을 갖는다.
14세 딸 정선경, 11세 조카 류혁, 여동생 정남옥 정치범수감 피해자 가족 정보경탈북여성-프리덤조선제공
운동본부의 총괄본부장은 정보경 씨가 맡았다. 그녀는 2008년, 당시 미성년이던 딸(14세), 조카(11세), 그리고 여동생이 탈북하다 중국공안에 체포되어 강제송환되었고 ‘조국반역죄’로 정치범 수용소에 수감된 이후 지금까지 생사조차 확인하지 못하고 있는 탈북 여성이다.
16세 박철주 정치범수감피해자 어머니 이병림탈북여성-프리덤조선제공
실천본부장에는 이병림 씨가 선임되었으며, 그는 16세 아들을 잃은 정치범 피해자이자 증언자이다. 이들은 단순한 행정책임자가 아니라, 그 자체로 ‘고통의 증인’이며, 북한 인권운동의 도덕적 구심점이자 실천 주체로 나서고 있다.
피해자의 기억을 국제사회의 책임으로
운동본부는 ▲정치범피해자 가족 회원 모집 ▲인권정보 수집 및 정리 ▲정치범수용소 철폐를 위한 국제 캠페인 ▲정책 및 법률 제안 ▲국제기구 대상 고발 활동을 핵심 과제로 설정했다.
특히 오는 2025년 10월 개최 예정인 ‘서울북한인권국제대회’를 기점으로, 본부는 유럽 및 북미 인권단체들과 함께 ‘북한정치범수용소해체국제연대(ICD-NK)’를 발족하고, 미국·영국·EU 등 주요 국가에서 NGO 법인 등록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유엔 인권이사회 내 NGO 자격 취득과 ICC(국제형사재판소) 제소 등 국제법적 대응 체계 구축도 목표로 하고 있다.
전략과 방향: 기억을 넘은 정의, 증언을 넘은 행동
겨레얼통일연대와 운동본부는 향후 다음과 같은 전략적 활동을 통해 국제 연대를 제도화하고 실천할 예정이다.
정치범수용소 관련 인권백서 발간
“세계 정치범수용소 해체의 날” 제정 캠페인
UN 강제실종실무그룹(WGEID), 국제형사재판소(ICC),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SRNK) 등과의 연대
국제 시민사회 및 종교계와의 글로벌 캠페인
정보경 총괄본부장은 다음과 같이 밝혔다.
“딸의 이름을 부르지 못한 채 살아온 세월이 너무나 길었습니다. 그 아이가 잊히는 순간, 또 한 번 죽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이 운동은 고통의 기억을 지키는 일이자, 새로운 미래를 여는 일입니다. 정치범수용소는 결코 자연적으로 없어지지 않습니다. 기억과 연대가 모일 때, 그 감옥의 문은 반드시 열릴 것입니다.”
인권의 촛불을 들 시간
북한 정치범수용소의 존재는 단지 특정 체제의 문제가 아니라, 국제 인권의 보편성과 정의에 대한 전 세계적 응답을 요구하는 질문이다. 더 이상의 침묵은 방조이며, 방조는 또 하나의 폭력이다.
이제는, 행동할 시간이다.
정치범수용소 해체를 위한 반격은 이미 시작되었고, 세계는 그 촛불을 이어받을 준비가 되어 있다. 지금 우리가 지키려는 것은 단지 ‘과거의 상처’가 아니라, 인류 보편의 존엄과 자유를 향한 미래의 길이다.
이애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