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에 포로로 잡힌 20대 북한군인 두 명이 대한민국에 정착한 탈북자들이 보내준 한국 음식을 맛보고 있다. 이 음식과 자살하지 말라는 격려 편지들, 성금은 분쟁지역 취재 전문 독립 다큐멘터리 PD 김영미 씨가 러시아 드론 공격 등 위험이 빗발치는 현장을 뚫고 현지에 가서 직접 전달했다. / 사진 제공 = 겨레얼통일연대
2025년 10월 28일, 우크라이나의 한 포로 수용소에서 두 명의 북한군 청년이 마주 앉았다. 전쟁의 포화 속에서 서로 다른 두 세계가 부딪히는 순간이었다. 자유의 세상과 독재의 체제, 희망과 두려움이 교차하는 자리에서, 그들의 영혼은 수용소 안에서 여전히 흔들리고 있었다.
이 만남은 단순한 취재나 사건이 아니다. 인간과 체제, 그리고 신념이 충돌한 한 편의 비극이자 감동의 드라마였다.
자유의 땅에서도 벗어나지 못한 공포의 그림자
태영호 전 의원과 분쟁지역 독립 다큐멘터리 전문 김영미 PD의 자문을 받아 온밤 녹취를 검토하며 느낀 이 프로젝트 추진 탈북자들은 참으로 무거운 마음이었다고 전했다.
젊다 못해 아직 앳된 20대 두 포로가 수감 중인 공간의 벽에는 직접 그린 조야한 김정은의 초상화가 걸려 있었고, 그 아래에는 “충성”이라는 단어가 낙서처럼 새겨져 있었다.
우크라이나 수용소 감독관의 증언에 따르면, 두 청년은 매일 ‘하루 일과 총화’를 하고, 주마다 ‘주생활총화’라 불리는 세뇌의식을 거행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북한식 자아비판과 충성확인의 전형적인 형태다. 자유의 땅에서도 여전히 두려움의 굴레를 벗지 못한 심리적 포로 상태라 할 수 있다.
이민복 대북풍선단장 지적처럼, 그들의 충성의식은 북한 정권을 향한 무언의 신호이다. 혹시라도 강제송환될지 모른다는 두려움 속에서 “우리는 변하지 않았다. 우리는 싸우고 있었다.”는 메시지를 남기는 것이다.
그것은 체제에 대한 충성이 아니다. 살아남기 위한 본능적 복종이다. 이들의 내면은 여전히 공포와 생존의 경계 위에 서 있다.
얼굴을 가린 용기, 눈물 속의 진심
우크라이나 측 취재로 이미 세상에 알려진 그들의 얼굴이지만, 정작 그들은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그들은 “얼굴을 가려 달라”고 부탁했다. 태 전의원은 말했다.
“다른 사람들은 이름을 얻기 위해 얼굴을 공개할 수 있겠지만, 우리 탈북민만큼은 지켜야 한다.”
그 말에 따라 그들의 의사를 존중해 사진은 모자이크 처리되었다. 그것은 단순한 기술적 조치가 아니라, 인간의 존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배려다.
그들이 고향 음식을 앞에 두고 울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 한 끼 앞에서 터져 나온 눈물은 그리움이자 회한, 그리고 희망이었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모든 이가 함께 울었다.
꼭 잊지 말고 데리러 와 주세요
직접 손으로 쓴 탈북자들의 편지에 무엇보다 큰 용기를 얻었다고 한다. 우크라이나 감독관은 "두 북한군 포로가 웃는 모습을 처음 봤다."고 말했다. 김영미 PD는 어머니의 마음으로 두 포로의 마음을 다독이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무엇보다 헤어질 때 “꼭 잊지 말고 데리러 와 달라”는 그들의 말은 모든 이의 가슴을 울렸다. 그 목소리는 철조망을 넘어, 자유를 향한 간절한 외침으로 번져나갔다.
한국 사회가 귀 기울여야 할 외침
탈북자 인권운동가들은 말한다. 지금 이 순간, 두 북한군 청년의 영혼은 여전히 전쟁의 철조망 속에서 흔들리고 있다고. 그들의 목소리는 단지 두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다. 아직도 억압 속에 신음하는 수많은 영혼의 울부짖음이다.
이제는 한국 정부가, 여야 정치권이, 그리고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이 외침에 귀 기울여야 한다. 그들의 자유를 향한 간절한 부탁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대한민국은 자유를 찾아온 이들을 품어야 할 책임이 있다. 탈북민 사회가 앞장서고, 시민이 함께하며, 정부가 실질적 행동으로 응답할 때 비로소 진정한 인권의 가치가 완성된다.
철조망을 넘는 희망의 연대
그들의 몸은 포로 수용소 철조망 안에 갇혀 있어도, 영혼까지는 가둘 수 없다. 그들이 흘린 눈물은 언젠가 우리에게도 자유의 강물로 흘러들 것이다. 그날이 오기까지, 우리는 그들의 손을 놓지 말아야 한다.
이 프로젝트 관련자들의 호소는 단순한 목격담이 아니다. 대한민국이 다시금 ‘자유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경종이다. 자유는 선언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행동으로, 연대로, 그리고 기억으로 지켜져야 한다.
이제 우리의 귀와 마음이 열릴 때이다.
그들의 눈물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