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인권 영화제 행사를 준비한 일본 인권운동가들이 기념촬영 준비를 하고 있다. / 사진 = 프리덤조선 도쿄 특파원
【도쿄=프리덤조선】 북한 인권 문제에 힘쓰는 일본 시민단체들이 연대해 매년 개최해 온 북한인권영화제가 올해로 7회를 맞아 12월 5~6일 도쿄 시가야(市ヶ谷)의 JICA 지구광장 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번 영화제는 이틀 모두 회장이 만원을 이루며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주최 측의 미우라 코타로 씨(아시아자유민주연대협의회)는 “회의실에서 진행된 탓에 영화 관람 환경이 완벽하진 않았을 수 있지만, 관객들이 상영작은 물론 관계자들의 해설 토크에도 끝까지 집중해 주셨다”며 “참석해 주신 모든 분께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영화제 첫날인 5일에는 한국 감독들이 제작한 북한 귀환 사업(귀국 운동) 관련 다큐멘터리들이 상영됐다. 한국 측에서 제작한 다큐멘터리도 포함되었다. 상영 이후 참가자들은 “그동안 한국 사회에서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귀환 사업 문제를 한국의 지식인과 언론인이 진지하게 다루기 시작한 점은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다만 일부 참가자들은 한국 측 연구가 테사 모리스 스즈키의 『북한으로의 엑소더스』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한 참석자는 “스즈키의 저작은 일본과 적십자의 책임을 과대평가하는 등 다소 일면적 서술이 있다”며 “일본에는 더 폭넓은 연구와 당사자 문서가 다수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 내 관련 문헌으로 하기와라 료(萩原遼)의 『북한에 사라진 친구와 나의 이야기』, 세키 기세이(関貴誠)의 『낙원의 꿈이 무너져』, 장명수의 『배신당한 낙토』 등을 언급하며 “당사자 기록과 동시대 비판이 담긴 자료들이 함께 검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연구서로는 가와시마 다카미네(川島高峰)의 『북한 귀국 사업과 국제 공산주의 운동: 사료가 밝히는 진실』이 가장 종합적이며, 일반 독자에게는 중공신서의 기쿠치 요시아키(菊池嘉晃) 『북한 귀국 사업』이 이해하기 쉽다”고 소개했다.
이틀째인 6일 오미 요지(近江洋司) 씨의 강연에서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모친 고용희 관련 언급이 이어져 현장 분위기를 뜨겁게 달궜다.
올해 상영작 가운데 특히 관객과 관계자들의 주목을 받은 작품은 2일 상영된 한국 영화 ‘임시교사’였다. 탈북자 출신 석범진 감독이 2025년에 발표한 이 작품은 근미래를 배경으로 남북 교류가 진전된 상황에서, 북한이 대외적 우호 관계를 과시하기 위해 한국인 영어 임시교사를 북측 고등학교에 초빙한다는 설정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영화 속 주인공은 한국 명문대와 미국 유학 경험을 지닌 젊은 여성 교사 소희다. 그는 북한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에게 ‘진짜 영어’를 가르치고, 외부 세계에 눈뜨게 하려는 적극적 수업을 시도한다. 능력별 반 편성, 상급반 학생들에게 오바마 전 대통령 연설을 들려주는 장면 등이 대표적이다. 북한 교사들은 소희의 자유분방한 수업 방식에 당황하면서도, 학교 측은 “새로운 지식이 필요하다”는 인식 아래 일정 부분 이를 묵인하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내부 갈등도 드러낸다. 초급반을 맡게 된 북한 여성 교사는 교장에게 “왜 내가 초급반이냐”며 감정을 터뜨리고, “남북 교류가 진전되면 북한 사람들이 남쪽 사람들 밑에서 살아가게 되는 것 아니냐”고 토로한다. 이에 교장은 “그건 국가가 고민할 일”이라며 개인이 감당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임을 강조한다.
영화는 이후 한 학생이 교실에 걸린 독재자 사진을 훼손한 사건을 계기로, 소희가 “그저 그림일 뿐”이라며 학생을 감싸는 장면을 통해 긴장감을 높인다. 일반적으로는 북한 체제에 자유를 주입하려는 남측 교사에게 관객의 공감이 쏠리고, 그를 감시하거나 관료적으로 대응하는 북한 교사들에게 비판이 향하기 쉬운 전개다.
하지만 한 관객(필자)은 “오히려 북한 교사들의 입장에 동정과 공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소희는 실패하더라도 한국으로 돌아가면 끝이지만, 북한 교사와 학생은 그 땅에서 계속 살아야 하고 언제든 체포될 수 있는 환경에 놓여 있다”며 “소희의 선의가 결과적으로 북측 주민에게는 생존의 위험을 동반한 ‘권력자의 선의’로 작동할 수 있음을 영화가 섬세하게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특히 그는 “영화가 ‘교사’라는 설정을 통해, 한국 사회가 탈북자 지원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지도자·권력자처럼 행동하며 탈북자에게 특정 태도를 요구하고 그렇지 않으면 차별하는 경향을 비판적으로 비추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해석했다. 이어 “과거 탈북자들과 교류하며 지원 활동을 했던 자신의 경험에서도 비슷한 ‘우위의 시선’이 있었음을 돌아보게 됐다”며 “‘임시교사’는 지원 관계에서 발생하는 위선과 권력 구조를 날카롭게 그린 인상적인 작품”이라고 덧붙였다.
참석자들은 “한일·일조(日朝) 대화의 중요성을 말하는 이들이 의외로 이런 영화제에 참여하지 않는 점이 아쉽다”며 “언론도 눈앞의 이슈뿐 아니라 이러한 인권·역사 문제를 다루는 현장을 더 적극적으로 취재해 주길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이번 영화제는 북한 인권 문제를 둘러싼 한일 시민사회의 협력과 대화를 이어가는 장으로, 내년에도 지속적인 연대 속에 개최될 전망이다.
재일조선인 북송선 피해자 일본인 아내의 비극에 대해 증언하는 이케다 후미코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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