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엑스(X, 구 트위터) 캡처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5일(현지시간) 새로운 국가안보전략(NSS, National Security Strategy)을 공개하며 미중 경제관계를 '상호 공정성'에 입각해 재조정하고, 희토류 수출 통제와 같은 자유무역 질서 저해 움직임을 막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천명했다.

이번 NSS는 대만의 일방적 지위 변경이나 대만해협 현상 변경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특정 국가의 남중국해 장악을 막겠다는 뜻을 명시하여 인도 태평양 지역 안보에 대한 미국의 개입 의지를 다시 한번 강조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과거 정부에서 발표된 NSS에 북한의 비핵화 기조가 명확히 담겼던 것과 달리, 이번 29쪽 분량의 NSS 문서에는 북한이 단 한 차례도 등장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 미중 경제관계의 '상호 공정성' 재조정 및 핵심 자원 위협 해소 의지

새 NSS는 인도 태평양 지역을 '핵심적 경제 지정학적 각축장'으로 규정하며 미국의 경쟁 우위 확보와 군사 대립 방지를 아시아 전략의 기본 원칙으로 내세웠다.

NSS는 특히 중국과의 상업적 관계에 대해 1979년 중국의 경제 재개방 이후 불균형이 이어져 왔다고 지적하며 다음과 같이 밝혔다.

NSS는 "성숙하고 부유한 경제체제와 세계 최빈국 중 하나로 시작된 이 관계는 이제 거의 동등한 상대국 간의 관계로 변모했다." 이에 트럼프 행정부는 "앞으로 우리는 상호성과 공정성을 최우선으로 하여 미국의 경제적 독립성을 회복하기 위해 중국과의 경제 관계를 재조정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구체적으로 NSS는 "중국과의 무역은 균형을 이뤄야 하며 비민감 요소에 집중돼야 한다"면서 "미국이 성장 궤도를 유지하고 중국과 진정한 상호 이익이 되는 경제적 관계를 유지하며 이를 지속할 수 있다면 우리는 2025년 현재 30조 달러(약 4경1천601조 원) 규모 경제에서 2030년대 40조 달러(약 5경5천468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내용은 2022년 조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을 '미국에 대항할 수 있는 유일한 경쟁자'로 지목하며 '경쟁에서 능가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던 것보다는 톤이 다소 완화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NSS는 희토류 등 핵심 자원 공급망에 대한 위협, 펜타닐 원료 수출, 국가 주도의 보조금 및 산업전략, 불공정한 무역 관행 등을 '종식해야 할 대상'으로 규정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그동안 중국의 희토류 등 핵심 광물 수출 통제와 불공정 무역 관행 등을 강도 높게 비난해 왔던 맥락과 일치하며, 사실상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 대만 방어 의지 재확인 및 '제1 도련선' 군사력 강화

새 NSS는 아시아 지역 안보 위협 요소와 관련, 중국을 직접 언급하지 않으면서도 "경쟁국 중 어느 한 국가가 남중국해를 장악할 가능성"을 거론하며 남중국해에서의 중국의 최근 행보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NSS는 "잠재적 적대 세력이 세계 최대 상업 항로 중 하나에 통행료 체계를 부과하거나, 더 나쁘게는 마음대로 폐쇄 및 재개할 수 있게 할 수 있다"면서 이를 막기 위해 군사력에 대한 추가 투자와 인도 일본 등 유관국과의 강력한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만 정책과 관련해서는 기존 미국 정부의 기조를 이어가며 대만 방어에 대한 의지를 강력하게 천명했다.

NSS는 "우리는 대만에 대한 오랜 선언적 정책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히며 대만의 일방적 지위 변경 및 대만해협 현상 변경 모두 배척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특히 "군사적 우위를 유지함으로써 대만 분쟁을 억제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며 "우리는 제1 도련선(일본 오키나와∼대만∼필리핀∼믈라카해협) 어디에서든 침략을 저지할 수 있는 군대를 구축할 것"이라고 명시하여 해당 지역에서의 미국의 안보 의지를 강조했다.

2022년 NSS도 대만 문제에 대해 이른바 '하나의 중국' 정책을 재확인하면서 동시에 일방에 의한 현상 변경에 반대한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다만, 2022년 NSS에서 신장 및 티벳, 홍콩 등에서의 중국 인권 유린 문제에 대해 책임을 추궁하겠다고 밝혔던 것과 달리, 이번 NSS에는 이에 대한 언급이 없는 점은 차이점으로 드러났다.

◆ NSS 29쪽 보고서에 북한 '0회' 언급…전략적 배제인가 새로운 접근인가

29쪽 분량의 이번 NSS 문서에서 북한은 단 한 차례도 등장하지 않았다.

이는 2022년 바이든 정부 NSS에 북한이 3차례 등장하고, 2017년 트럼프 1기 행정부가 발표한 NSS에 북한이 17차례나 등장했던 것과 비교하면 매우 이례적이라고 볼 수 있다.

2022년 NSS는 북한의 핵무기 확장 노력을 언급하며 북한을 이란과 함께 불안정을 야기하는 '소규모 독재국가'로 거론했고, 북한 비핵화 기조를 재확인하며 지속적인 외교를 추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때인 2017년 NSS는 "우리는 압도적인 힘으로 북한의 침략에 대응할 준비가 돼 있으며, 한반도 비핵화를 강제할 옵션을 향상시킬 것"이라고 밝히는 등 북한을 실질적인 안보 위협으로 지목하며 시급히 해결할 과제임을 분명히 했다.

이때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화염과 분노'라는 표현을 쓸 정도로 북미 갈등이 고조됐던 시기였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역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추구하는 정책 기조를 견지하고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안보 전략 수립의 가이드라인이 될 이번 NSS에 북한이 전혀 등장하지 않은 것은 미국의 외교 안보 우선순위에서 북한이 상대적으로 밀린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대화 의향을 여러 차례 밝힌 것과 무관하지 않을 수 있어 보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집권 1기 때 2018년부터 2019년까지 김정은과 세 차례 회동했으며, 지난 10월 한국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 참석을 앞두고 김정은과 만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회동은 성사되지 않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9월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도 북한과 관련한 언급은 전혀 하지 않아 주목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