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 셰퍼 전 북한 주재 독일대사 "북한, 동독 붕괴서 교훈 '처음부터 막자'…주민들은 통일 원해"
- 前주북 獨대사 서면인터뷰…"北, 트럼프 당선시 한미동맹 약화 위해 대화 준비할 것"
- 북한, 동독보다 폐쇄·안정적…통일 위해선 당사자들 모두 '세기의 과업' 인식해야
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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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01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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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셰퍼 전 북한 주재 독일대사는 1일(현지시간) "북한 주민 대부분이 경제·정치적 이유로 통일을 원한다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면서도 "주민 생활 수준을 조화시키는 일은 독일보다 훨씬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셰퍼 전 대사는 오는 3일 독일 통일기념일을 앞두고 국가 기간 뉴스 통신사인 연합뉴스와 한 서면 인터뷰에서 "남북한 주민이 무엇을 원하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통일 전 서독처럼 남한 주민 사이에도 통일에 반대하지 않겠다는 공감대가 널리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그러나 "통일 34년이 지난 지금도 동서독의 생활 수준과 정치적 선호도에 큰 차이가 있다"며 남북한 역시 통일 이전 동서독보다 큰 경제적 격차를 좁히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자국 내 시민운동에서 체제가 붕괴하기 시작한 동독에 비해 현재 북한은 훨씬 폐쇄적이고 안정적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동독 붕괴에서 교훈을 얻었다. 정치 참여와 개혁을 요구한 구호 '우리는 민중이다'(Wir sind das Volk)가 통일과 국가(동독) 종식을 주장하는 '우리는 한 민족이다'(Wir sind ein Volk)로 얼마나 빨리 바뀌는지 지켜봤다. 이 때문에 '처음부터 막자'는 게 북한의 모토"라고 짚었다.
그는 동독은 통일 이전부터 반정부 시위와 공산권 국가들 연대 약화로 붕괴 중이었고 주민들도 서독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북한은 동독보다 철저하게 주민을 억압하고 외국 소식을 차단하며 어떤 접촉도 허용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셰퍼 전 대사는 2007∼2010년과 2013∼2018년 두 차례에 걸쳐 평양에서 근무한 북한 전문가다. 은퇴 이후 21세기 북한 정치사를 연구한 책 '김정일에서 김정은으로: 강경파는 어떻게 승리했는가'를 펴냈고 현재 미국 싱크탱크 아시아태평양전략센터에서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김정일이 뇌졸중으로 쓰러진 2008년부터 2015∼2016년께 까지 벌어진 북한 권력투쟁에서 강경파가 온건파를 꺾었다고 주장해 왔다. 그 결과 군부를 중심으로 외국 사상 침투를 군사적 위협만큼 체제 불안 요소로 여기는 세력이 권력을 장악했다는 것이다. 그는 "북한은 남한 존재 자체를 실존적 위협으로 본다. 2016년부터 이런 생각이 확고하게 자리잡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북한이 계속 안정적으로 유지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온건파가 다시 힘을 얻거나 빈곤과 억압에 시달린 주민들이 들고 일어날 수도 있다"며 현재 북한 권력 구도는 지도부 구성원들과 대화하지 않고 외부에서 판단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한반도 통일 구상과 관련해 동서독이 통일 이전 합의한 '통화·경제·사회 통합'처럼 단계적이고 원활한 통합을 위한 안정적 접촉, 또는 더 많은 공통 분모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혹시 있을지 모를 반대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외국을 대화에 참여시키고 관련 당사자 모두 통일이 '세기의 과업'이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셰퍼 전 대사는 "비현실적으로 들리지만, 북한은 남한을 자신들 영향 아래 둬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먼저 한미동맹이 약화하고 주한미군이 철수해야만 기회가 있다"며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북한이 이 목표에 다가서려고 다시 시도할 것이고 대화를 준비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전망했다.
반면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후보가 당선될 경우 미국은 한미 동맹을 강화하는 동시에 제재와 안전보장, 대화 제의를 병행하는 현재 대북 정책을 이어갈 것이라고 본 그는 "대화를 더 강조하고 북미 간 연락사무소 개설을 제안한다면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했다.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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