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 캡처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내년 상반기 북미 회담 실현을 위해 한미연합훈련의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정 장관은 8일 서초구 정토사회문화회관 강연 후 국내 언론사와의 만남에서 "아주 예민한 문제이긴 하나 한미 군사훈련을 하면서 북미 회담으로 갈 수는 없다"며 한미 군사훈련 중단이 북미 대화의 선결 조건인 양 주장했다. 또한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예고한 '대승적이고 더욱 적극적인 선제적 조치'가 9·19 남북군사합의 복원이며, 군사분계선(MDL) 일대의 군사훈련 중단이 그 첫 단계가 될 것이라는 인식을 드러냈다. 작금의 한반도 안보 환경과 북한의 행태를 외면한 이러한 발언은 자유민주주의 국가 대한민국의 안보 근간을 흔드는 무책임한 처사이며, 심각한 우려를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정 장관의 이러한 주장은 북한이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를 넘어 재래식 전력 현대화까지 속도를 내고 있는 현실을 철저히 간과하고 있다. 북한은 신형 전차 M2020 개발, 잠수함 등 해군력 강화, 무인기 전력 증강 등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교훈을 바탕으로 재래식 전력을 고도화하고 있다. 게다가 북한은 2018년 체결된 9·19 남북군사합의 이후에도 3천600여 건이 넘는 위반 행위를 지속해왔으며, 포사격 훈련과 미사일 발사 등을 통해 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켜 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 군의 대북 억지력 핵심인 한미연합훈련을 선제적으로 조정하자는 주장은, 북한의 군사적 도발 의지를 오히려 부추기고 한미 동맹의 균열을 초래할 위험성이 다분하다. 이미 무수히 위반된 9·19 군사합의 복원을 외치는 것은 눈앞의 현실을 외면한 탁상공론에 불과하다.

정 장관은 북한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제재 완화 시사에도 만남을 거부한 것을 두고, '북미 대화를 하려면 적대시 정책을 바꾸라'는 신호를 계속 보내고 있는 것이며 미국 시민에 대한 북한 여행금지 해제 조처도 그러한 신호가 될 수 있다고 추측했다. 그러나 미국 국무부는 북한의 인권 침해와 대량살상무기(WMD) 프로그램에 대한 우려로 대북 여행금지 조치를 수년간 연장해왔으며, 현재도 동일한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적대시 정책 철회'라는 북한의 일방적인 요구는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인 행동을 회피하려는 의도로 풀이되며, 이에 대한 안이한 해석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과신하고 우리의 대북 협상력을 약화시킬 뿐이다. 더욱이 정동영 장관은 지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대한민국 헌법에 명시된 평화통일 원칙에 반하는 '평화적 두 국가론'을 정부 입장으로 밝혀 이미 한 차례 국가 정체성 논란을 야기한 바 있다. 통일부 장관이라는 고위 공직자의 발언은 단순히 개인의 견해를 넘어 국가의 대북 정책 방향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더욱 신중하고 현실에 기반한 인식을 가져야 한다.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헌법 질서 아래 놓여 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안보 현실을 망각한 주장들은 대한민국 안보의 핵심인 한미 동맹을 훼손하고, 굳건해야 할 대북 억지력을 약화시키는 위험한 길로 우리를 이끌 수 있다. 냉엄한 국제 관계 속에서 진정한 평화는 굴종적인 태도나 안보 약화를 통해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강력한 국방력과 한미 동맹을 기반으로 한 굳건한 안보 태세를 유지할 때 비로소 진정한 평화와 번영을 이룰 수 있다. 정부는 자유대한민국의 안보와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여 정 장관의 시대착오적 안보 인식에 대한 깊은 우려를 불식시키고, 북한의 핵 위협에 대한 단호한 대처와 강력한 한미 동맹 유지에 만전을 기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