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무죄판결 파기환송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 선고를 위해 참석해 있다.(사진=연합뉴스)

 

대법원은 1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서 2심 무죄 판결을 사실상 전부 파기하고 유죄를 선고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재명 후보의 ‘골프 발언’과 ‘백현동 관련 발언’이 전체 맥락에서 명백한 허위사실에 해당하며, 2심이 발언을 지나치게 세분화해 잘못 해석했다고 밝혔다.

대법원이 유죄로 판단한 첫 번째 발언은 지난 2021년 12월 29일 채널A 프로그램 ‘이재명의 프러포즈-청년과의 대화’에서 나온 ‘골프 발언’이다.

이재명 후보는 대장동 개발 사업 실무자였던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과 관련한 질문에 “국민의힘에서 4명 사진을 찍어 마치 제가 골프를 친 것처럼 사진을 공개했는데, 제가 확인해보니 전체 우리 일행 단체 사진 중 일부를 떼내 이렇게 보여줬더군요. 조작한 거지요”라고 말했다.

이재명 후보의 해외출장 사진

2015년 뉴질랜드 출장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고(故)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이기인 전 성남시의원 제공


이 발언은 김문기와의 관계를 둘러싼 논란 속에서 나왔다.

김문기는 대장동 사업 의혹이 커지던 시기 숨진 채 발견됐으며, 국민의힘이 지난 2015년 1월 7일 해외 출장에서 이재명 후보와 김문기가 함께 찍은 사진을 공개하며 논란이 커졌다.

사진에서 이 후보는 골프 모자를 착용했으나, 촬영 당일 골프를 치지 않았고, 5일 뒤인 1월 12일 김문기와 골프를 친 것으로 알려졌다.

2심 재판부는 이 발언을 ‘함께 골프를 쳤던 당시의 사진이 아니다’로 해석하거나, 사진이 특정 프레임을 강조해 편집됐으므로 조작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다의적 해석이 가능해 처벌할 수 없다고 봤다. 그러나 대법원은 “발언이 나온 맥락을 고려하면, 선거인에게 주는 전체적 인상을 기준으로 이 발언은 ‘이재명 후보가 김문기와 해외출장 기간에 골프를 치지 않았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대법원은 “2심이 다의적 의미로 해석한 것은 틀렸다”며 “이 발언은 선거인의 판단에 영향을 주는 주요 사실”이라고 판단했다.

질의에 답변하는 이재명 경기지사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2021년 10월20일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두 번째 유죄 발언은 지난 2021년 10월 20일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백현동 특혜 의혹과 관련해 나온 발언이다.

이재명 후보는 성남시장 재임 시절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의 용도변경을 승인한 것과 관련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 그것은 국토부가 요청해서 한 일이고 공공기관 이전 특별법에 따라 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용도를 바꿔준 것은 국토부의 법률에 의한 요구에 따라 어쩔 수 없이 한 것”이라며 “만약 안 해주면 직무유기 문제를 삼겠다고 협박을 해서…”라고 덧붙였다.

검찰은 이 발언을 이 후보가 특혜 의혹을 부인하기 위해 ‘혁신도시법 43조 6항에 따른 국토부 요구에 불가피하게 변경했고, 국토부로부터 협박받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해석했다.

2심 재판부는 발언 중 ‘법률에 의한 요구’ 부분에 집중해, 국토부가 국가균형발전 특별법 등을 근거로 성남시에 ‘매각 관련 협조 요청’ 공문을 보냈으므로 ‘법률에 의한 요구’가 있었다고 봤다.

발언이 다의적으로 해석 가능해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이 후보의 긴 발언을 세분화해 일부는 다른 부지에 대한 설명, 일부만 한국식품연구원 관련 발언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하나의 답변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된 발언은 일반 선거인에게 주는 전체적 인상을 기준으로 해석해야 한다”며 2심 해석이 잘못됐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 발언이 백현동 부지 용도변경 특혜 의혹을 부인하기 위한 것으로, 검찰 공소사실대로 ‘국토부 협박’을 언급한 허위사실이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용도지역 상향이 성남시의 자체 판단이었으며, 국토부의 압박이나 협박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공직선거법 위반 대법원 판단

1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게 무죄를 선고한 2심 판결이 대법원에서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됐다.

이에 따라 이 후보는 서울고법에서 다시 재판받아야 한다. 서울고법은 대법원의 판단 취지에 기속되므로 유죄를 선고해야 한다. 2심에서는 추가 양형심리를 거쳐 형량을 새로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사진=연합뉴스)


대법원은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 심리에서 “2심처럼 후보자 발언을 사후적으로 지나치게 세분화해 의미를 재구성하면 안 된다”고 밝혔다.

이어 “발언 당시 상황과 전체 맥락에 기초해 일반 선거인에게 어떻게 이해되는지 기준으로 해석해야 한다”며 “사후적 세분이나 인위적 분절로 발언 의미를 재구성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법원은 하나의 주제에 대해 문답이 이어진 발언은 전체 맥락의 연장선에서 해석해야 하며, 각 문구를 지나치게 세밀하게 분석해 의미를 달리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정치적 표현의 자유는 충실히 보장돼야 한다”면서도 “공직 후보자가 자신에 관한 사항으로 국민에게 허위사실을 공표하는 경우, 정치적 표현의 자유의 의미와 허용 범위는 일반 국민이 공인이나 공적 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표명하는 경우와 다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