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현지시간) 필리핀 수도 마닐라 선관위 사무실 근처에서 수사 당국이 중국인(왼쪽)을 체포하고 차량 내 휴대전화 도청 장비 등을 살펴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30일 필리핀 국가수사청(NBI)은 4월 29일 마닐라 선거관리위원회 사무실 밖에 주차된 차량에서 IMSI(국제모바일가입자식별번호) 캐처를 작동하던 중국인 남성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IMSI 캐처는 가짜 기지국 역할을 해 반경 1∼3㎞ 내 휴대전화 데이터를 가로채는 장비다.

체포된 남성은 마카오 여권 소지자로, 선관위 사무실을 세 번째 방문했으며, 대법원, 법무부, 주필리핀 미국대사관도 방문했다고 NBI는 전했다.

협조한 필리핀인 운전사는 구금되지 않았다.

올 2월에도 마닐라 대통령궁, 미국대사관, 경찰청, 군 기지 근처에서 IMSI 캐처로 도청한 혐의로 중국인 2명과 필리핀인 운전사 3명이 체포됐다.

중국은 오는 5월 12일 필리핀 총선·지방선거 개입 의혹을 받고 있다.

이번 선거는 반중 노선의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 측과 친중 성향의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대통령 지지 세력 간 대결로 주목된다.

조너선 말라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은 지난 24일 의회에서 중국 지원 단체가 선거에 개입하고, 일부 후보를 지원하며 반중 후보를 공격한다고 밝혔다.

프랜시스 톨렌티노 상원의원은 중국대사관이 필리핀 기업을 통해 댓글부대를 고용, 가짜뉴스와 반중 정치인 비방을 퍼뜨린다고 주장했다.

이에 궈자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은 내정 불간섭 원칙을 견지하며 필리핀 내정에 간섭할 흥미가 없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