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자 홍보 포스터.경찰청

전국 과학수사관 28명이 수필집 '우리는 영화의 한 장면에만 나오지만' (부제: 죽음의 현장에서 과학수사관들이 전하는 삶의 메시지)를 발간하고, 오는 19일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출판기념회를 개최한다.

이 책은 지난 9월 25일부터 10월 27일까지 경찰청에서 실시한 과학수사 활동 수기 공모전에서 선정된 28작품의 저자들이 공동으로 발간한 것이다.

◆ 과학수사관들의 생생한 목소리

과학수사 분야에 종사하는 검시조사관, 범죄분석관(프로파일러), 지문감정관, 법곤충연구사 등 다양한 직군의 종사자들이 수십 년간 맡은 사건을 처리하며 현장에서 느낀 삶의 애환과 진솔한 단상을 담았다.

어려운 여건에서도 진실을 추구하려는 부단한 노력과 증거를 찾아가기 위한 직업적 사명감, 사람에 대한 따뜻한 마음이 생생하게 표현되어 있다.

수중과학수사관 김영현은 실종자의 시신을 인양하며 가족과 눈을 마주쳤을 때 느낀 감정과 책임을 기록했다. 그는 "소방보트를 타고 수문에 접근하니 다가갈수록 수압이 거세게 느껴졌다. 위험을 감지하자 본능적으로 긴장된 몸이 더욱 경직되어 갔다. 두려움이 수압만큼이나 옥죄어 오는 기분이었다. 그렇다고 실종자의 시신을 그대로 방치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고 회상했다. 김 수사관은 팀장과 단둘이 현장에 입수하여 사망한 실종자를 인양하였으며, 물속에서 나와 실종자의 가족과 눈이 마주쳤을 때, 유족이 되어버린 어머니께서 흐느껴 우시면서도 고맙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고 전했다.

검시조사관 현윤정은 팬트리에 갇혀 돌봄을 받지 못한 고인을 발견하며 느낀 안타까움을 생생하게 기록했다. 그녀는 "유족이 가리킨 곳은 팬트리였다. 문을 열자 팬트리의 모션등이 깜박거리려다 금방 꺼졌다. 의료용 침대가 정말 딱 맞춤처럼 들어가 있고, 거기 고인이 누워 있었다"고 설명했다. 현 조사관은 "고인이 팬트리에 갇혀 있으면서 거의 돌봄을 받지 못했다"며, 그 안타까운 상황을 전했다.

책자 주요 내용, 260P 분량.경찰청


◆ 피와의 싸움, 혈흔형태분석관의 이야기

혈흔형태분석관 오종성은 피비린내가 가득한 현장에서 억울하게 죽은 이의 핏자국을 관찰하는 과정을 통해 스승이자 영웅인 '과수퍼맨'을 떠올리며, 과학수사의 어려움과 의미를 전했다. 그는 "그렇게 그는, 나의 스승이자 영웅인 과수퍼맨(과학수사 수퍼맨)이 되었고, 과학수사에서 자신이 가장 사랑했던 분야인 혈흔형태분석의 길로 나를 이끌었다"고 말했다. 오 분석관은 "피를 오랜 시간 들여다봐야 하는 괴로움은 덤으로 추가된다"며, 그날도 피비린내를 맡으며 한참 동안 좁은 현장에 쭈그리고 앉아 있었다고 전했다.

◆ 과학수사관들의 사명감과 애환

모든 사건을 해결하는 '만능 부서'로 인식되는 과학수사관들도 끔찍한 시신의 모습에 잠 못 이루고 트라우마를 겪는다. 그러나 이들은 수십 년간 묵묵히 자신의 분야에서 과학수사를 해내고 있다. 수많은 사건을 다루며 현장에서 느낀 감정과 직업적 사명감을 담아낸 이번 수필집은 과학수사관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 출판기념회와 판매수익금 기부

출판 기념 사인회에는 전국의 동료 과학수사관들과 과학수사에 관심 있는 학생들이 참석하여 저자들과 사인회를 실시할 예정이다.

행사 순서는 저자 사인회, 저자대표의 소감 발표, 판매수익금 기부약정서 전달, 초록우산 어린이 재단 감사 말씀 순으로 진행된다.

이번 책자는 16일부터 전국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판매되며, 인세 수익금 전액은 초록우산재단 범죄피해아동 지원사업에 기부될 예정이다.

저자 중 한 명인 박우현 경찰청 과학수사심의관은 "이 책을 통해 삶과 죽음의 사건‧사고 현장을 마주하는 과학수사관들의 냉철한 지성과 국민을 향한 따뜻한 마음이 전해지길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