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X, 구 트위터) 캡처

최근 한미 양국이 '동맹 현대화'를 통해 안보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지만, 그 이면에 장기적으로 양국 관계의 '분리' 가능성이 숨어 있다는 필립 골드버그 전 주한미국대사의 경고는 우리에게 단순한 관측 이상의 의미를 던져준다. 희망적인 수사 뒤에 가려진 냉혹한 현실 인식이 부재할 때, 동맹이라는 이름 아래 국익을 손상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현재 미국이 중국을 중심으로 한 전략적 초점 변화를 꾀하는 가운데, 대한민국의 강화된 국방 역량이 오히려 미국의 동맹 변형 의지와 맞물려 주도적 국익 확보의 기회가 아닌 전략적 소외로 이어질 가능성을 철저히 분석해야 할 시점이다.

골드버그 전 대사는 한국의 미국산 무기 구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그리고 핵추진 잠수함 건조 및 우라늄 농축,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등에 대한 미국의 지지 표명이 단기적으로는 양국 통합을 의미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미국이 중국으로 초점을 돌리고 한국이 대북 억제 책임을 스스로 지게 되면서 '분리'가 가속화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미 공동 팩트시트에 명기된 항행·상공 비행의 자유, 대만해협 평화·안정 유지 등은 북한발 위협 억제라는 전통적 동맹 목표를 넘어, 미국이 동맹 파트너인 한국에 아시아-태평양 지역 안보의 확고한 역할을 기대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대한민국이 북한 문제 해결을 넘어 미국의 세계 전략에 포괄적으로 편입되기를 요구받고 있음을 의미한다.

경제적 측면에서도 골드버그 전 대사는 한미 무역 합의에 대해 한국의 대응 방식에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그는 한미 무역 합의가 "여러 면에서 일방적이지만 한국도 얻은 게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한국이 유럽연합(EU)과 달리 합의의 세부 내용을 문서에 명확히 담으려 했던 태도가 오히려 한국의 손해를 초래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EU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합의에서 '서명하겠지만 이건 사라지거나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며 실리적 이득을 추구한 반면, 한국은 '문자 그대로 이행해야 한다'는 태도를 견지하다가 스스로를 속박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는 '미국 우선주의' 기조 아래 언제든 보호무역주의로 전환될 수 있는 미국과의 협상에서 전략적 유연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또한, 합의 불이행 시 관세 원상 복귀 위협과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 불가능한 정책 변화 가능성은 대한민국 경제에 심대한 불확실성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핵추진 잠수함 건조와 우라늄 농축,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등 핵심 안보 쟁점의 불확실성도 간과할 수 없다. 엘렌 김 한미경제연구소 학술부장은 이를 '새로운 개척'으로 평가했으나, 동시에 높은 비용, 중국·북한의 강력한 역내 반발, 그리고 핵확산금지조약(NPT, Non-Proliferation Treaty) 등 현실적 제약 요인이 많다고 분석한다. 앤드루 여 브루킹스연구소 석좌는 트럼프 대통령의 '매력적으로 들리는 무엇인가에 대해 먼저 '예스'라고 말한 뒤 세부 사항을 논의하는 방식'이 핵잠 건조 장소를 포함한 세부 사항 협의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을 겪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더욱이 핵 관련 논의는 여러 해가 소요될 수 있으며, 미국 의회와 차기 행정부의 지속적인 지지를 보장할 수 없다는 점에서 중장기적인 국방 전략 수립에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동맹 현대화'라는 미명 아래 진행되는 변화를 긍정적으로만 바라볼 수는 없다. 단기적인 안도감과 성과에 매몰되지 않고, 변화하는 국제 질서 속에서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길을 냉철하게 분석하고 주도적인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미국의 전략적 초점 이동, 그리고 경제적 실리 추구 경향은 한국에 더 큰 부담과 책임을 요구할 것이다. 지금은 막연한 동맹의 맹목적인 신뢰가 아니라, 국가 안보와 경제적 번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한 다층적이고 유연한 외교 전략을 모색할 때다. 대한민국은 '모범적인 동맹국'이라는 수사를 넘어, 스스로의 힘과 지혜로 국익을 지켜내야 하는 막중한 책임 앞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