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이종호, 이하 ‘과기정통부’)는 오늘 연세대학교 김근수 교수 연구팀이 국제 공동연구(미국·영국·캐나다)를 통해 세계 최초로 고체 물질 속에서 빛으로 관측할 수 없는 ‘암흑 전자’의 존재를 규명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성과는 과기정통부 기초연구사업(글로벌 리더연구)의 지원으로 수행되었으며, 국제학술지「네이처 피직스(Nature Physics)」에 게재되었다.
자연에는 빛을 흡수하거나 방출하지 않아 관측이 어려운 암흑 상태가 존재한다. 이는 다양한 자연 현상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확인되지 않은 암흑 상태의 존재 규명은 인류가 아직 정복하지 못한 여러 난제 해결의 실마리를 제시할 수 있다.
김근수 교수 연구팀은 같은 종류의 원자가 한 쌍으로 대칭을 이룰 때 발생하는 양자 간섭을 연구하던 중, 이를 두 쌍으로 확장하면 어떤 조건에서도 관측이 불가능한 암흑 상태의 전자가 존재할 것으로 추측하게 되었다.
이후 4년 동안 꾸준히 연구하면서 전자의 암흑 상태를 설명하는 모델을 고안하였고, 방사광가속기를 활용하여 고온초전도체 구리 산화물에서 관측할 수 없었던 전자가 암흑 상태에 해당함을 밝혀내는 데 성공하였다.
이는 고체 물질 속에서도 전자들이 암흑 상태로 존재할 수 있음을 규명한 세계 최초의 결과이다.
김근수 교수는 “고체 속 암흑 전자의 존재 규명은 보이지 않는 존재를 인식했다는 차원을 넘어 그 존재를 모를 때 설명할 수 없었던 양자현상을 이해하는 단서를 제공할 수 있다”라며 “이번 성과를 바탕으로 현대 물리학의 오랜 난제인 고온초전도의 비밀을 푸는 데 도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자연의 미스터리, 암흑 상태의 전자를 고체 물질에서 발견하다
자연에는 암흑 물질과 같이 빛을 흡수하거나 방출하지 않아 관측할 수 없는 '암흑 상태’가 존재한다.
이 암흑 상태는 관측하기 어렵지만 분명 존재하여 영향을 주기 때문에, 자연에 숨어 있는 암흑 상태의 존재를 규명하는 것은 인류가 아직 정복하지 못한 여러 난제를 해결함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자연의 기본 입자 중 하나인 전자의 경우에도 암흑 상태로 존재하는 것이 가능하다.
지금까지는 발견된 암흑 상태의 전자는 주로 원자나 분자에서 발견되었다. 반면 원자들이 규칙적으로 배열된 고체 물질 속 전자의 경우 입방 센티미터 당 1023개 이상의 무수히 많은 전자가 복잡 다양한 양자 상태로 존재하기 때문에 암흑 상태가 불가능할 것이라 믿어왔다.
그러나 연세대학교 김근수 교수 연구팀 연구에서는 그러한 통념을 깨고 고체 물질 속 전자의 암흑 상태를 처음 규명하였다.
고체 속 전자가 암흑 상태로 존재할 수 있게 하는 핵심 요인은 다름아닌 원자들의 독특한 배열에 있었다. 고체 물질을 구성하는 원자들은 미세한 단위 구조가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형태로 배열한다.
이 단위 구조에 같은 종류(원소)의 원자가 네 개 존재하고, 그들의 위치가 두 쌍씩 짝을 지어 ‘미끌림 거울 대칭성’을 가지게 되면, 보통의 경우 복잡 다양한 전자 파동의 위상 관계가 오직 네가지 종류로 단순해진다.
네가지 종류 중 한 경우에는 전자 파동이 모두 한 방향을 향하여 보강 간섭이 일어나고, 관측 가능한 광명 상태(bright state)가 된다.
반면 나머지 세 종류의 경우에는 두 전자 파동은 위를 향하고, 두 전자 파동은 아래를 향하기 때문에, 상쇄 간섭이 발생하여 어떠한 측정 조건(빛의 에너지, 편광, 입사 방향 등)에서도 관측할 수 없는 암흑 상태(dark state)의 전자가 형성되는 것이다.
고체 속 암흑 전자의 존재 규명은, 단순히 보이지 않는 존재를 인식했다는 차원을 넘어, 그 존재를 모를 때 설명할 수 없었던 기묘한 양자 현상들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현대물리학에서 아직 풀리지 않은 중요한 난제 중 하나가 바로 고온초전도 현상이다. 대표적인 고온초전도체인 구리산화물의 전자를 빛으로 측정하면 이론 예측과는 달리 일부 전자가 보이지 않는 현상이 지난 40년간 풀리지 않는 의문이었다.
연세대학교 김근수 교수 연구팀 연구를 통해 구리산화물 고온초전도체의 관측할 수 없던 전자가 바로 암흑 상태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밝혀냄에 따라, 고온초전도의 메커니즘 규명에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게 되었다.
후속 연구를 통해 암흑 상태의 전자가 고온초전도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규명함으로써 고온초전도 메커니즘을 정복하는 데 도전할 계획이다.
이 연구 결과는 고온초전도의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 (용어 설명)
· 미끌림 거울 대칭성 : 인간의 발자국 패턴과 같이 기준선을 중심으로 거울 대칭 후 기준선을 따라 절반 만큼 이동하면 원래와 같아지는 성질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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