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외교관 리일규 전 참사 연합뉴스 인터뷰...[일문일답] 리일규 "北, 10년간 한국 돌아보지 않을 것"

- 작년 北해외인력 수십명 탈북시도…"北, 트럼프 재선 학수고대"
- '러 실종 母子' 등 실패해 북송…'2국가론' 선언 전 관련지침 공관 하달
- "北, 중국과 관계 급선무 아냐"…"북한은 절대 쿠바 못 버린다"
- 북한 청년, 장마당 세대 아닌 '한류 세대'…아무리 보지 말라 해도 안 들어

고철혁 승인 2024.07.24 09:15 | 최종 수정 2024.07.24 09:21 의견 0
인터뷰하는 리일규 전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 참사
'탈북 외교관' 리일규 전 주 쿠바 북한 대사관 정무참사가 지난 23일 서울 종로구 수송동 연합뉴스 사옥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리일규(52) 전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 참사는 지난 23일 종로구 연합뉴스 사옥에서 인터뷰를 2시간여 했다.

국가 기간 뉴스 통신사인 연합뉴스 인터뷰 내용을 본지(本紙)는 일문일답을 중심으로 간략히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리일규(52) 전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 참사는 지난해 3~4월 북한의 국경 재개방 예정 신호가 나온 후 외교관을 비롯해 해외 체류 인원 수십명이 탈북을 시도했다고 말했다.

작년 11월 망명해 국내에 입국한 리 전 참사는 "당시 상당한 동요가 있었고 대사관 인력, 지원 인력, 해외 파견 노동자 등 정말 많은 분이 탈출을 시도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들 중에는 성공한 분들이 조금 더 많지만 실패해서 참혹하게 북송된 분들도 적지 않다"며 말끝을 흐렸다.

이어 리 참사는 김정은의 '적대적 2국가론' 선포 이전에 이와 관련한 주재국 여론 동향을 각국 공관에 물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북중관계에 대해선 "북한은 중국이 잘살게 해주지도 않지만 굶어 죽게도 내버려 두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북한은 현재 중국과의 관계 회복을 급선무로 삼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리 참사는 또 "주민들은 미국이든 그 어떤 나라가 됐든 관계가 좋아졌으면 하는 것은 명백하다"며 "미국에 적개심을 가지거나 한 치도 양보하지 말아야 한다는 이런 마인드는 다 없어졌다"고 밝혔다.

리 참사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한층 열악해진 북한 경제 상황과 관련해 "북한에 있는 사람들이 돌아오는 사람들에게 '내부에는 아무것도 없다'며 쓰고 있던 칫솔까지 다 들고 와야 한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리 참사는 "2019년 8월 이후 북한에 들어가지 않아 사정을 다 알지는 못하지만, 이 한마디로 내부 상황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리 참사는 "나를 포함해 누구든 한 번쯤 남한에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며 "한국에 대한 좋은 감정과 호기심은 있었지만 결국 등을 떠민 건 (북한에 대한) 배신감과 분노"였다고 회상했다.

'탈북 외교관' 리일규 전 주 쿠바 북한 대사관 정무참사
'탈북 외교관' 리일규 전 주 쿠바 북한 대사관 정무참사가 지난 23일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는 모습.연합뉴스


다음은 리 참사와의 인터뷰 일문일답.

-- 지난해 한국의 대 쿠바 수교교섭에 주요한 고위급 접촉이 세 차례 있었다. 이 과정을 모두 인지하고 있었나. 어떻게 대응했나.

▲ 박진 외교부 장관이 (작년 5월) 국제회의에 참석해 호세피나 비달 쿠바 외교차관을 만났었다. 기사로 나왔는데 그게 제가 유일하게 놓쳤던 기사다. 나머지 비공개 접촉을 포함해 모두 파악하고 있었다. 비달 차관도 박진 장관을 만나고 나서 내가 만났다. 그때 설명해줬다. 무슨 이유로 만났는지까지. 그때 북한 외무성에 매우 조짐이 이상하고 강력한 대책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내가 주북한 쿠바 대사를 부임하게 해주자고 (외무성에) 건의했다. 북한이 쿠바에 줄 것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성의라도 보여주자고 했다. 이후 많은 대책이 있었지만 결국 (한국과 쿠바가) 수교했다. 거기에 대한 대답은 하나다. 대통령실 발표 그대로다. 역사의 대세가 어디에 있는가를 쿠바도 직감하고 그걸 보여준 결과다.

-- 수교 이후 주 쿠바 북한 대사관 사람들은 어떻게 됐나.

▲ 소환됐다는 것만 알고 있다.

-- 북한 대사관은 쿠바에서 철수한 것인가.

▲ 북한은 절대 쿠바를 못 버린다. 중남미 지역에서 북한이 발붙이기 힘든데 중남미 지역 발판이 쿠바다. 포기할 수는 없다.

-- 외무성 제1부상은 최선희가 맡아오다 2022년 6월 외무상으로 승진 임명된 뒤 후임자가 알려지지 않았다. 현재 외무성 제1부상 자리가 유지되고 있나. 후임자가 임명됐나.

▲ 2022년에 최선희가 당시 외무상이었던 리선권하고 마찰이 있었다. 외무성 모르는 사람이 오다 보니 최선희가 우습게 봤다. 이후에 최선희가 조직지도부 들어가 검토를 받았다. 비판서도 썼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이 사실을 알고는 '이런 짓 할 거면 필요 없다'고 해 제1부상직이 없어질 뻔했다. 최선희가 조직지도부 검토를 받고 비판서를 올려 용서받아 (다시) 제1부상이 됐다. 외무성에서 제1부상제 절대 없어질 수 없다. 외무상은 전반적인 대외 관계를 보고 1부상은 대국관계를 본다. 대국관계란 한반도 전략적 영향력 행사할 수 있는 나라들 중국, 러시아, 미국, 일본 4개 국가다. 아직 대외적으로 공개된 이름은 없지만 있을 것이다.

-- 올해 4월 외무성 미국담당 부상으로 김은철이라는 인물이 새로 등장하기도 했는데 현재 북한의 대미외교라인 편제는 어떻게 되나.

▲ 최선희, 강석주, 김계관 이런 분들은 외신서 대미라인으로 평가하는데 미국과 싸움하는 밑바탕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이 사람들이 아니다. 국제사회 조명을 받지 않는 사람들이 만든다. 실명 거론하면 그분들도 저와 가까운 사이고 동료라 좋을 리가 없다. 에둘러 말하면 판문점에서 진행된 북미 회담 때 수행한 사람들, 하노이 북미 회담 때는 외무성이 주도하지 않았지만, 그때 수행한 사람들을 눈여겨보면 숨겨진 대미 라인이 보일 것이다.

-- 이번 주 북한이 전통적으로 참가해왔던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이 라오스에서 열린다. 최선희 외무상이 참석할 것 같은지.

▲ 최선희가 참석해서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많다. 안보위기를 직접 조성하는 것이 누구인가. 물론 얻는 것도 있다. 다자외교 통해 (북한이) 다른 나라 설득할 기회이기도 하지만 구체적으로 (계산기를) 두들겨 봤을 때 잃는 게 많다고 볼 수밖에에 없을 것이다.

-- 북한이 최근 남북한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관계로 규정하고 통일과 민족을 지우고 있다. 공관에 있을 때 이런 계획 등이 전달됐나.

▲ 두 개 국가로 갈라서기 움직임이 포착됐다. 해외에 있는 북한 식당에 한국 사람 받지 말라고 했다. (우리 같은) 외교관에게는 대한민국 표현을 북한이 쓰는 것, 그리고 외무성에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방북 계획에 대해 불허 방침을 밝힌 것에 대해 외국 반응이 어떠냐는 것 등을 물었다. 북한은 보도관제가 심하다 보니 말 한마디를 보고도 수뇌부 의도 파악해야 한다. 그래서 짐작했다. 뭔가 심상치 않은 길을 가고 있다고. 개인적으로 암담했다.

-- 2019년 북미 정상회담 결렬 후 대남 기구와 대남 라인은 어떻게 변화됐나.

▲ 하노이 북미 회담 이후 통일전선부 위상이 바닥에 떨어졌다. 북미회담을 잘못해서 검열을 했고 파헤쳐보니 굉장히 썩어 있었다. 적지 않은 사람이 제거됐고 리선권도 연대책임 많이 졌을 것이다. 혁명화든 직무 정지든. 그렇게 한번 눈 밖에 났는데 회복해야 하지 않았나. 그래서 지금 오물 풍선을 보내는 것이다. 그렇게 보내면 근데 속은 시원하겠지만 국제사회에서 풍선에 대한 분위기가 막 거세지면 돌아오는 책임은 또 통일전선부가 지게 되어 있다.

-- 북미 정상회담 결렬에 대한 북한 주류 사회 평가는

▲ 사실 북한 사람들은 크게 관심은 없다. 접하는 정보도 없고. 당시 최고지도부는 원래 비공개로 움직이는데 그때는 공개적으로 다하고 갔다. 큰 것을 기대했다는 거다. 그런데 들어올 때는 정말 조용히 들어왔다. 외무성도 뭔가 잘 안됐구나 짐작만 하는 것이다. 주민들은 미국이든 그 어떤 나라가 됐든 관계가 좋아졌으면 하는 것은 명백하다. 미국에 적개심 가지거나 한 치도 양보하지 말아야 한다 이런 마인드는 다 없어졌다.

-- 현재 북중관계 어떻게 보여지나

▲ 북중관계가 소원해진 것은 명백하다. 2022년 말부터 사이 안 좋아졌다. 러시아에 북한이 밀착하면서 중국이 불편함을 느꼈고 실제 표현도 했다. 원래 북한이 국경 해제를 2023년 3, 4월부터 준비했는데 중국이 끊임없이 꼬았다. 계속 압박했다. 그러나 북중관계 틀어진 것은 하루 이틀된 게 아니다. 김정은 집권 이후에도 몇 년 동안 관계 안 좋았다. 북한에 있어서 대중관계 회복은 급선무가 아니고 러시아로부터 최대이익을 얻는 것이 당면 목표이고, 그다음으로는 일본을 잘 틀어쥐어서 경제적 이익을 얻는 것이다. 개인적인 견해지만 북한이 수십년간 깨우친 게 있다. '중국은 어떤 경우에도 버려서도 안되지만 중국이 우리를 버리지도 않는다'는 여유가 있다. 러시아에 단맛 다 빠지고 미국도 해먹을만큼 해먹었다, 이제 중국으로 가야한다고 (생각)하면 김정은이 기차 타고 중국 한번 다녀오면 되는 것이다.

-- 북한이 언제쯤 서방 외교관과 국제기구 복귀를 허용할 것으로 예상하나.

▲ 북한에 서방은 눈엣가시다. 하지만 그런 서방 세계를 북한이 중시한다. 경제문제 때문이다. 국제 문제 협조는 크게 유엔 차원과 유럽연합의 비정부 기구 상주로 인한 인도적 지원 몫이 크다. 이런 단체들이 북한을 둘러보고 보고해서 예산 받아 오면 중국에서 (물품을) 사서 들여와야 한다. 중국 자재가 들어가는 것인데 제재라고 제동 걸면 못들어간다. 그런데 중국이 움직이지 않는다.

-- 북한 외교관 출신으로 미 대선 이후 북한의 입장은 어떻게 될 것 같나.

▲ 북한은 트럼프 재선을 학수고대하고 있다. 북한의 대미 목표는 세 가지다. 첫째는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돌리는 것. 두 번째 미국과의 수교. 세 번째 경제지원. 북미 대화는 외무성에서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외무성도 미국에 붙어서 큰 걸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힘든 싸움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트럼프가 됐다고 북미관계가 크게 좋아진다는 것은 지나치게 앞서가는 평가 아닌가 생각한다.

-- 남북관계는 회복 가능한가.

▲ 작년 말 두 국가론은 전략적인 결정이라 본다. 북한의 '지방발전 20×10' 정책 보면 김정은이 주민 마음 사기에 들어간 것 같다. '나에게 10년만 시간을 주면 김일성 주석이 염원하던 이밥(쌀밥)과 고깃국을 먹여주겠다'는 게 본질이다. 그러면 최소 10년 안에는 (한국을 돌아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빨리 돌려세우는 게 우리가 할 임무 아닐까 생각한다.

-- 대북확성기 관련해 북한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 북한 사회는 폐쇄된 사회다. 정보 유입이 안 되고 충성심 강요하는 사회다. 이남에 있는 동족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갈망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확성기를 귀에 꽂아 놓으면 1명이 듣고 10명이 알고 100명이 알게 된다. 이걸 무서워하는 것이다.

-- 코로나 이후 해외에 있다 탈북한 분들은 얼마나 되나

▲ 2023년 8월달 북한이 국경 연다는 신호가 그해 3, 4월부터 나오기 시작했고 '이제는 때가 됐다, 컴백이냐 탈출이냐 결심할 때가 됐다'고 생각해서 정말 많은 분이 갔다. 당시 상당한 동요가 있었고 대사관 인력, 지원 인력, 해외 파견 노동자 등 정말 많은 분이 탈출을 시도했다. 가족까지 포함해 탈북 시도자는 수십명 정도다.

-- 탈북에 성공한 비율은

▲ 이들 중에는 성공한 분들이 조금 더 많지만 실패해서 참혹하게 북송된 분들도 적지 않다. 보도 많이 나온 블라디보스토크 탈북 시도한 어머니와 아들 사례도 그 아내의 남편이 외무성 사람이었다. (그사람들은) 바로 북한쪽에 인도가 돼서 끌려갔다.

'탈북 외교관' 리일규 전 주 쿠바 북한 대사관 정무참사
'탈북 외교관' 리일규 전 주 쿠바 북한 대사관 정무참사가 지난 23일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는 모습.연합뉴스


-- 구체적으로 탈북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 아버지가 원래 조선중앙통신 기자 출신이다. 그 이후로 통일전선부에 들어가셔서 대남사업을 하셨다. 북한에서는 나를 포함해 누구든 한 번쯤 남한에 살고 싶다는 생각 꾸준히 한다. 이미 오래전부터 한국에 대한 호기심 많이 가졌고 한국에 먼저 오신 고영환 박사님, 태영호 의원님, 류현우 대사님 스토리 많이 봤다. 열심히 일하다가 경추 추간판 탈출증이 생겨 오른쪽 팔부터 마비 증상이 오기 시작했다. 그래서 멕시코에 가서 내 돈으로 치료하겠다고 전보를 보냈는데 안 된다고 하루 만에 답이 왔다. 보통 심의하는데 2∼3일 걸리고 오가는 시간 계산하면 1주일을 계산했다. 이건 명백한 음모라고 생각이 들었고 상당한 배신감을 느꼈다. '너는 그렇게 일하다 죽어도 모른다'는 걸로 느껴졌다.

-- 2019년 참사 부임 이후 평양에 다녀온 적이 있나.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북한 경제 사정은 어떤가.

▲ 짧게 대답드린다. 2023년 8월부터 문 열고 해외파견자 소환하기 시작했는데 그때 어떤 소리 나왔냐면 "내부에는 아무것도 없다. 쓰고 있던 칫솔까지 다 가지고 들어오라"고 했다. 이 한마디면 내부 열악한 상황 짐작하실 수 있을 것이다.

-- 북한이 고난의 행군 거치면서 90년대 중후반부터 '곧 망할 수 있을 것'이란 이야기 나왔는데 지금은 4대 세습 이야기도 나온다. 북한 정권 붕괴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

▲ 제가 붕괴가 가까운 시대가 온다고 하면 정말 무책임한 발언이다. 북한 사회 잘 들여다보면 그 사회는 분명 대한민국 사회나 정상적 사고로는 도무지 버텨낼 수 없는 사회고 무너져야만 하는 사회다. 그런데도 수십년간 70년 이상 동안 버텨내고 붕괴되지 않은 건 그 나름 체제 유지 시스템이 있기 때문이다. 김정은의 안정적 권력 승계도 북한 내부를 장악하고 있는 당중앙위 조직지도부가 강하고 그래서 무너지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독재는 영원한 적이 없다. 언젠가는 무너질 것이고 무너질 것을 기다리는 거보다 가속하는 게 우리 임무 아닌가 싶다.

-- 대북제재를 북한이 어떻게 버틸 수 있나.

▲ 사람들은 북한을 옥죄면 반항심 생겨 정권이 흔들리고 그래서 체제가 무너진다고 생각하는데 이건 정상적인 사고에서 나온 생각이다. 김일성 사망하고 고난의 행군 시작되고 1996년에 아사자가 300만명씩 생길 때 김정일이 뭐라고 했냐면, '300만명의 당원만 있으면 혁명 다시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잘 새겨들어야 한다. 다 죽어도 상관없고 나를 추종하는 사람만 있으면 나는 괜찮다는 것이다. 좀 더 심화시키면 굶든 말든 다 죽일 수 있다는 것이다. 민생이 어렵다고 반기들 사람 없다. 도적질, 강도질로 먹고 살길을 찾지 이걸 무너뜨리고 이런 것은 감히 생각 못 한다.

-- 최근 탈북자들 이야기 들으면 장마당 세대는 기성세대와 다르다고 하던데.

= 세대별로 걸어온 길이 다르고 세뇌에 대한 반응이 다르다. 젊은 세대들은 한류를 접한 세대다. 이들은 장마당 세대 아니라 한류 세대다. 충성심과 한류가 같이 머릿속에 들어왔는데 한류 쪽으로 간 것이다. 아무리 말해도 안 듣는다. 그러니 어린아이들을 총살도 하고 그러는 것이다. 북한에 '중이 고기 맛을 보면 이까지 잡아먹는다'는 말이 있다. 죽여도 죽여도 젊은 사람은 다르다. 젊은 사람은 잃을 게 없다.

--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정확한 역할은

▲ 개인적으로도 접촉하고 봤는데, 하는 업무는 김정은이 행사 가거나 시찰 갈 때 사전 답사하고 안전하게 실수 없이 행사 진행하도록 하는 역할이다. 의전과도 조금 다르다. 김여정이 정책에 대해 알 수 있는 여건이나 경험이나 그런 것은 없다. 근데 왜 김여정 이름으로 담화가 나오냐면 그건 어느 나라 관련해서 담화가 나오는지 보면 (안다). 대남, 미국, 일본 관계 언급할 때다. 수교 안 한 나라들이다. 그건 국가 공식 입장이 아니라는 것이다. 나중에라도 미국, 일본, 한국과 다시 마주칠 때 '그건 개인 견해야. 공식 입장 아니야. 그 사람 선전 담당 부부장이야' 이런 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 북한 내에서 김정일의 아들이 김정은이라는 것을 언제 인지했나. 후계자 낙점이 알려진 시점은.

▲ 2010년도 7월 당 3차 대표자 회의 때 공개됐고, 그 몇 년 전에 '발걸음' 노래 나와 후계자가 준비되는 줄 알고 있었다. 그때 고위직 간부들 행사에 간 사람이 김영남(당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벤츠에서 내린 젊은 사람에게 90도 인사를 하더라고 했다. 이런 여러 에피소드가 돌면서 '후계자가 준비되고 있구나' 내적 소문이 무성했다.

-- 북한 내 김정은의 딸에 대한 평가는 어떤가

▲ 처음에는 신기해했다. 김일성, 김정일은 공개 후계자 책정 전에 한 번도 자식을 대동한 적이 없었다. 호기심을 가지고 저분이 자제분이네, 귀엽게 생겼네 등의 말이 확산했다. 그런데 반복되다 보니 '저 나이 학교 갈 나이인데', '저렇게 옷 입고 다녀도 되나'라는 생각이 들며 거부적 분위기로 가는 것이다. 거부감 표출된 게 주석단에서 (김정은이 딸에게) 뽀뽀했을 때다. 자식 소중하지 않은 부모가 어디 있나. 후계자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과반수는 그렇게 생각 안 한다. 그냥 '데리고 다닌다' 이 정도다.

-- 김정은이 아들이 있다는 소문이 있는데

▲ 김정은 사생활은 전혀 아는 바가 없다. 그리고 그런 이야기는 절대 입 밖으로 안 한다. 김씨 일가 잘못 이야기했다간 짧은 혀 때문에 긴 목이 잘린다고 한다.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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