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공산당이 내년 경제 방향을 결정하는 중앙경제공작회의를 앞두고 '국제 경제 투쟁'과 '내수 확대' 등을 지속 추진하라는 주문을 내놨다.
중국은 최근 몇 년간 내수 진작을 최우선 과제 중 하나로 삼았으나 소비 회복의 뚜렷한 신호가 나타나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 중앙정치국 회의, '투쟁'과 '내수 확대' 주요 지침
지난 8일 신화통신, 블룸버그통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중국공산당은 시진핑 총서기 주재로 내년 경제 공작(업무)을 분석·연구하는 중앙정치국 회의를 소집했다.
회의 결과, 내년 경제 기조는 '고품질 발전'과 '온중구진'(溫中求進·안정 속에서 나아감)을 견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회의는 "국내 경제 공작과 국제 경제·무역 투쟁을 더 잘 통합하고, 발전과 안보를 더 잘 통합하며, 더 적극적이고 역할을 하는(積極有爲) 거시 정책을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정책의 선견성·지향성·협동성을 강화하고, 내수 확대와 공급 최적화를 지속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회의는 '내수 주도' 방향을 고수하면서 '강대한 국내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에 방점을 찍었다.
◆ '투쟁' 표현의 의미와 대외 무역 관계 전망
분석가들은 올 한 해 미국과 격렬한 '무역전쟁'을 겪은 중국이 '투쟁'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에 주목하고 있다.
경제분석기관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 Economist Intelligence Unit)의 중국 담당 수석 쑤웨는 SCMP를 통해 "내년의 국제 경제·무역에 대해 '투쟁'이라고 묘사하는 것은 무역 안정이 당의 핵심 우선순위 중 하나로 격상됐다는 점을 부각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특히 "이는 미국을 넘어서 다른 국가들과 무역 관계를 유지하는 것을 말한다"며 "투쟁 정신이 등장한 것은 중국이 외부 무역 환경이 계속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이는 중국이 일시적인 평화를 확보하기 위해 큰 양보를 할 가능성이 작다는 의미도 된다"고 덧붙였다.
게이브칼 드래고노믹스(Gavekal Dragonomics)의 허웨이는 블룸버그통신에 "현재의 정책 설정을 지속하겠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며, 지금은 노선 수정이 크게 필요하지 않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 지역 발전, 리스크 해소, 거시 정책 방향 제시
이번 회의는 "지역 사정에 맞게(因地制宜) 신품질 생산력을 발전시키고, 전국 통일 대시장 건설을 심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지방정부 부채 등 중점 영역 리스크를 지속 예방·해소하고, 취업·기업·시장·기대 안정화에 힘써 경제가 질적으로 유효한 성장과 양적으로 합리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했다.
회의는 '더 적극적인 재정정책'과 '적절히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계속 실시할 것을 주문했으며, 경기 하방 압력에 적극 대응하는 역주기조절(逆周期調節·counter-cyclical adjustment)과 단기적 부양만이 아닌 장기적인 경제 구상을 고려하는 과주기조절(跨周期調節·cross-cyclical adjustment)을 모두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블룸버그통신은 장기적인 계획을 강조하는 '과주기조절'이란 표현이 2023년 12월 이후 정치국 발표문에 처음 등장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회의는 연말을 맞아 민생 상품 공급을 보장하고 기업 대금과 농민공(일자리를 찾기 위해 농촌에서 도시로 이주한 노동자) 임금 체불 문제 해결에 주의를 기울이라고 당부했다.
중국의 내년 경제 정책 기조는 이날 논의 결과를 바탕으로 이달 열릴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확정될 것으로 보이며, 2026년은 중국의 '15차 5개년 계획'(2026년~2030년)이 새로 시작되는 해이기도 하다.
유라시아그룹(Eurasia Group)의 중국 이사 왕단은 블룸버그에 "중국이 내년 목표를 약 5퍼센트(%) 성장으로 설정할 가능성이 있다"라면서 "중국이 수출에서 좋은 모멘텀을 유치한다면 성장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너무 많은 재정 부양책을 가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낙관적인 전망을 제시했다.
◆ 시진핑 총서기, 15차 5개년 계획 관련 당외 인사들과 좌담회
한편, 신화통신은 시진핑 총서기가 지난 3일 베이징(北京) 중난하이(中南海)에서 민주당파, 전국공상연합회, 무당파 등 당외 인사들과 좌담회를 주재했다고 보도했다.
시 총서기는 좌담회 연설에서 "올해는 매우 평범하지 않은 해였다"면서 "중앙당이 단결하여 난관을 돌파하고 전력을 다해 싸웠다"고 말했다.
또한 참석자들에게 "15차 5개년 계획의 수립과 실시에 있어 심층 조사를 실시하고 가치와 무게가 있는 의견과 건의를 제기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