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년만에 한 자리 모이는 북중러 독재자, 러시아에서는 "신세계 질서"가 집결한다고 강조
9월 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소위 '전승절' 행사 - 정식 명칭은 중국인민항일전쟁 및 세계반파시즘전쟁 승리 80주년 기념행사 - 에는 북중러 지도자가 모두 집결해 반 서방 연대를 과시한다. 북중러 지도자가 한 자리에 모이는 것은 66년만에 처음이다.
지난달 말 한 러시아 뉴스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이들을 소위 '신세계 질서를 주도하는 세력이 집결한다(The New World Order Gathers)'고 소개하며, 중국의 대규모 2차 대전 승전 기념 퍼레이드 참석을 위해 베이징에 오는 각국 정상 중 10인을 특별히 뽑아 "10인의 세계 리더"라 과시했다.
러시아뉴스가 '신세계 질서를 주도할 세계 리더 10인'이라고 발표한 명단에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다음으로 김정은 이름이 오른 것이 눈에 띈다. 이는 장기화되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용병으로 동원된 북한군 사상자가 불과 수개월 사이에 4,000명에서 6,000명 선에 이르는 등 막대한 핏값을 매개로 북러 두 독재자 관계가 급속도로 밀착한 2025년 현실을 잘 드러낸다. / 사진 = RussiaNews X 화면 캡처 @프리덤조선
푸틴은 2022년 초 우크라이나 영토 침략 전쟁 이후, 2023년 3월 국제형사재판소(ICC)에서 전범으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태다. 그러나 3년 반이 지난 현재까지 북한군 용병 12,000~15,000 명 이상을 동원해 전쟁을 지속하는 한편, 미국을 비롯핫 서방의 종전 요구를 비웃으며 버젓이 살육을 자행하고 있다.
중국 역시 최근 수년 만에 우크라이나에 독립기념일 축하 메시지를 보내긴 했지만, 푸틴 배후에서 러시아를 지원하는 가장 큰 세력이 초기부터 중국과 이란이라는 점은 국제사회의 상식이다. 반중(反中)을 특히 중시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복귀 후 관세를 무기로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이에 중국은 전승절 행사를 통해 냉전 시절부터 같은 공산 전체주의 진영 우방인 러시아, 북한과의 관계를 더욱 강화하며 서방 세계에 대항하는 공동 의지를 과시하는 형국이다.
중국이 주도하는 '격변의 축'이 형성되고 있는가? 중국 전승절 열병식에 시진핑, 푸틴, 김정은이 모두 참석하여 대서방 연대를 과시한다. 북중러 지도자가 한 자리에 모이는 것은 무려 66년만이다. 대통령이 참석하는 다른 국가들도 공산주의 내지 사회주의 독재 국가가 대부분이다. 대표적 친중파로 알려진 일본 민주당 출신 하토야마 전 총리, 우원식 국회의장(더불어 민주당) 등도 참석해 눈길을 끈다. / 사진 = 로이터 @ 프리덤조선
영국에 거주하는 탈북자 출신 인권 운동가 박지현 씨는 "북중러 밀착은 '신(新) 전체주의 악의 축'이라며, 서구의 대응 의지를 테스트하는 살육 시험장이 우크라이나임을 강조한 바 있다.
재영 탈북자 박지현 씨, "2차 대전 승전 당시 연합국에 가담한 중국은 현 중공과 무관한 장개석의 중화민국, 즉 대만...일본과 싸워 이겼다는 중국공산당 승전 주장은 어불성설"
박 씨는 또 소셜 미디어를 통해 2차 대전 승리 주역인 연합국 미영불중소에서 중국은 현재 같은 공산국가가 아니라, "당시 중국은 장개석이 이끌던 중화민국(대만)"임을 지적하며, "중공은 1949년 내전 이후 세워졌으며, 따라서 오늘날 '우리가 일본과 싸워 이겼다'는 중공 주장은 역사 왜곡이자 반자유민주주의 정치적 선전"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2차 대전 승전 연합국 당시 중국은 공산체제가 들어선 현 중국과 다른 중화민국이었음을 지적한 영국 탈북자 박지현 씨 / 사진 = 박지현 씨 페이북 캡처 @프리덤 조선
그러면서 자유민주 진영에 속한 한국이 명확한 역사관을 유지하지 못하고, 중공의 역사 왜곡에 함께 하는 행보를 보이며 국회의장급 인사를 보낸 것을 질타했다.
박 씨 말대로 1945년 9월 2일 공식적으로 2차 세계대전이 종전될 당시 중국은 장제스(장개석)가 이끌던 국민당 정부의 중화민국이었다.
일본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후 중국 대륙에서는 중화민국 정부와 공산당 간 내전인 국공내전이 치열하게 전개되었고, 1949년에는 중화인민공화국이 수립되면서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지하던 중화민국 정부는 대만으로 이동했다.
박 씨는 영국에 정착한 탈북자로, 영국에 망명한 다른 탈북자들의 영어 교육을 돕고 중국 내 탈북 여성들과 북한의 참혹한 수용소 현실을 알리는 등의 활동으로 2020년 영국 엠네스티 인권상을 수상한 인권운동가다. 또한 근대사와 한국 전쟁 등에 대한 올바른 역사를 가르치는 활동에도 열정을 쏟고 있다.
2021년에는 영국 정착 탈북자 중 최초로 지방 의회에 도전해서 화제가 되었다. 처음 출마했던 맨체스터 무어사이드(Moorside) 지역에서 2026년에도 다시 보수당 영국 지방선거 후보자로 정식 재선출되었다.
박 씨와 함께 영국 의회 초당적 북한인권 그룹에서 활동하는 티모시 조(Timothy Cho) 씨도 영국 지방 의회 선거에 도전장을 낸 바 있다. 티모시 조는 지난 8월 런던에서 열린 한 기독교계 컨퍼런스에서 강연 하면서 장차 탈북자 최초의 영국 상원의원이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혀 갈채를 받기도 했다.
한편 일본의 반 전체주의 사상가이자 저술가 미우라 코타로 씨는 페이스북에 남긴 글을 통해 "2차 대전이 나치 독일 주도의 파시즘에 맞서 승리했다고 해서, 그 이상으로 심각한 스탈린 전체주의 체제를 계승한 세력이 정의의 편에 섰다고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우라 씨는 특히 "'반(反)파시즘'이라는 용어의 기만성을 깊이 생각해야 한다"라고 지적하며, 중국 전승절이 내세우는 반파시즘이 아니라 "반전체주의(Anti-Totalitarianism) ・반공산주의(Anti-Communism)가 옳은 것이라는 당연한 역사관이 아직 널리 정립되지 못했기 때문에, 여전히 세계 각국에서 전체주의 체제라는 수용소 시스템 속에서 독재자들이 권력을 휘두르며, 많은 죄없는 사람들이 탄압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 전승절 80주년 행사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력을 제시한 미우라 코타로 씨 (三浦小太郎, 1960년 일본 도쿄 출생, 저술가 겸 반전체주의 인권운동가. 『와타나베 쿄지론 숨은 소경을 가다』(현서방) 『대동아회의연설집』(하트출판) 『도스토예프스키의 전쟁론』(만서방)] 등 저서 다수) / 사진 = 미우라 코타로 페이스북 캡처 @프리덤 조선
미우라 씨는 특히 "'반(反)파시즘'이라는 용어의 기만성을 깊이 생각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 전승절에 일본 민주당 출신 전 총리 하토야마 유키오(1947년생, 현 민주당 최고 고문)도 참석한다는 점을 언급하며, 참석자들을 일방적으로 적대시할 것은 없지만 하나의 데이터로 기억해두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치와 마찬가지, 아니 그 이상으로 전체주의 체제를 구축했던 스탈린이 독일과 싸웠다는 이유만으로 反파시즘 = 정의의 편에 섰다."며, 당시 소련은 "일본과의 조약도 위반했으며, 시베리아 강제 연행도 정당화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과거 중국 모택동과 북한 김일성, 캄보디아 폴 포트 등 무수한 인민을 학살한 공산주의 독재자들도 과거 어느 시기까지는 정의의 편에 선 것으로 간주되었으며, 공산 정권에 저항해 자유를 지키려던 이들은 탄압과 처형, 강제 수용소로 끌려가 갇혔음을 상기시켰다.
미우라 씨는 공산 전체주의 체제 하에서 희생된 수많은 이들에 대해 "민주주의 국가들은 이들을 저버렸고, 일부 '양심적, 진보적' 지식인들이라는 이들은 자유를 추구한 사람들을 파시스트나 간첩이라고 칭한 독재자들을 말을 믿었다."면서, "현재의 관점에서 과거를 심판하는 게 아니라, 그런 시대가 있었으며 그러한 전체주의 체제가 지금도 여러 국가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싶을 뿐"이라 말했다.
이어 그는 여전히 세계 각국에서 전체주의 체제라는 수용소 체제에서 독재자들이 권력을 휘두르고, 죄없는 많은 사람들이 탄압 받고 있음을 강조하며, 중국 전승절이 내세우는 반파시즘이 아닌 "반전체주의(Anti-Totalitarian) ・반공산주의(Anti-Communism)가 옳은 것이라는 당연한 역사관이 아직 정립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미우라 코타로 (三浦小太郎, 1960년 일본 도쿄 출생)씨는『와타나베 쿄지론 숨은 소경을 가다』(현서방) 『대동아회의연설집』(하트출판) 『도스토예프스키의 전쟁론』(만서방) 등의 여러 저서를 통해 전체주의 및 역사, 전쟁론 연구에서 깊이 있는 통찰력을 보여준 이 분야 권위자다.
2차 대전 패전국 일본 지식인의 전체주의에 대한 통찰력 주목해야
2차 대전에서 일본은 나치 독일, 파시즘의 이탈리아와 함께 추축국 편에 섰다. 전쟁 초기 프랑스 등 유럽 본토가 거의 점령되는 등 히틀러 군대의 전력이 우세했다. 이에 영국 처칠 수상이 미국을 적극적으로 설득해 참전을 이끌어냈다.
결국 미국이 자유 세계를 지키기 위해 영국, 프랑스 등 추축국에 맞서 싸웠다. 당시 독일군의 위력은 막강했고, 소련 스탈린은 본래 히틀러 측과 손 잡았으나 나중에 연합국 측으로 편을 바꾸었다.
결국 연합국은 승리했고, 역사상 최다 인구가 사망한 2차 대전 전범 히틀러는 자살했다. 당시 추축국 편에 잘못 줄을 서서 군사적 제국주의로 아시아를 접수하려 했던 일본은 인류 최초로 핵폭탄 공격을 받으며 단숨에 수만 명의 민간인까지 몰살 당하는 대가를 치러야 했다. 또한 이후 미군정에 협력한 일본은 평화헌법 제정으로 지금도 군대를 보유하지 않는 국가가 되었다.
일본은 불과 80여 년 전 세계 인류가 겪은 2차 대전 패전국의 일원이었다. 이러한 과거를 고려할 때, 일본의 양심적 지식인의 베이징 전승절에 대한 우려는 각별히 귀담아 들을 가치가 있다.
한편 미우라 씨의 글에서 언급된 중국 전승절 참가 정치인 하토야마 유키오는 민주당 출신 전 일본 총리다. 1947년 생으로 현재 민주당 최고 고문이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장남이 베이징 전승절 참가를 적극 만류했음에도, 기어이 참가 의지를 강행했다고 한다.
본문 마지막에 언급된 '일부 국가에서 참가하는 국회의장'에는 한국 국회의장 우원식(더불어민주당)을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