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차 한-아세안 대화.(사진=연합뉴스)

한국이 아세안과의 협력을 디지털, 환경, 미래세대 분야로 확대하며 북한의 안보 위협에 대한 단합된 대응을 촉구했다.

16일 외교부는 정병원 차관보가 15~16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제29차 한-아세안 대화’에 참석해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 회의는 1989년 시작된 한-아세안 대화의 연례 행사로, 한국과 10개 아세안 회원국(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등)이 지역 협력과 안보 문제를 논의하는 플랫폼이다.

정 차관보는 “디지털전환과 사이버안보, 기후변화와 환경, 미래세대 양성을 중점 협력 사업으로 삼아 실질적인 관계 강화를 위해 함께 노력하자”고 제안했다.

디지털전환은 5G 네트워크와 인공지능(AI) 협력을, 기후변화는 재생에너지와 탄소중립 기술 공유를 포함한다.

정병원 차관보는 북한의 지속적인 핵·미사일 개발과 도발이 역내 평화와 안정을 위협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북한이 공격적으로 가상 화폐를 탈취하며 아세안 국가들에 피해를 주고 있다”며, 아세안의 단합된 메시지 발신을 당부했다.

북한은 2024년 글로벌 가상 화폐 거래소 해킹으로 약 6억 달러를 탈취한 것으로 추정되며, 이중 일부는 아세안 소재 플랫폼을 표적으로 삼았다.

정 차관보는 이러한 사이버 범죄가 북한의 핵 개발 자금으로 전용될 가능성을 우려하며, 아세안의 대북 제재 이행 강화를 요청했다.

아세안 측은 한국의 아세안 중시 외교 기조에 감사를 표하며, 5월 26~27일 열리는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채택 예정인 ‘아세안 공동체 비전 2045’에 대한 한국의 지지를 요청했다.

이 비전은 2045년까지 아세안의 경제 통합, 지속 가능한 발전, 지역 안정 달성을 목표로 하며, 한국은 2024년 아세안과의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을 통해 경제 협력을 강화한 바 있다.

관계자에 따르면, 한국은 2025년 아세안과의 무역액을 2천500억 달러로 확대하고, 아세안 내 한국 기업의 투자(2024년 약 300억 달러)를 20% 늘리는 계획을 논의 중이다.

정병원 차관보는 회의 기간 태국과 말레이시아 수석대표와 별도 양자 면담을 갖고 주요 현안을 논의했다.

태국과는 디지털 경제 협력과 방산 기술 교류를, 말레이시아와는 올해 7월 아세안 외교장관회의와 10월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협력을 약속했다.

말레이시아는 2025년 아세안 의장국으로, 지역 안보와 경제 협력 의제를 주도할 예정이다.

한국은 말레이시아와 2024년 합동 사이버안보 훈련을 실시하며 북한의 해킹 위협에 공동 대응한 경험이 있다.

정 차관보는 “한국은 아세안의 안정과 번영을 위해 적극 기여하겠다”며, 양국과의 협력을 다짐했다.

이번 한-아세안 대화는 디지털과 환경 분야의 실질적 협력을 강화하고, 북한의 안보 위협에 대한 국제 공조를 재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한국의 아세안 중시 외교는 한미동맹과 연계된 지역 안보 전략의 일환으로, 역내 평화와 경제 발전에 기여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