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인민대학습당 둘러보는 왕야쥔 주북 중국대사(앞줄 왼쪽에서 두번째).주북 중국대사관 제공

북한과 중국이 지난해 다소 긴장했던 관계를 회복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주북 중국대사관 관계자들이 평양의 핵심 시설과 함경북도 청진, 라선 등을 잇따라 방문하며 외교·경제·문화 교류의 활동 범위를 넓혔다.

16일(현지시간) 주북 중국대사관에 따르면, 왕야쥔 대사는 지난 13일 평양 김일성광장에 위치한 북한 최대 도서관인 인민대학습당을 방문했다.

왕 대사와 동행한 인사로는 왕이성 국방무관(소장)을 비롯한 외교관들이 포함됐으며, 북한 측에서는 김경철 인민대학습당 부관장과 최복경 외사과장이 이들을 맞이했다.

중국대사관은 “평양 시민의 중국어 학습 열기가 꾸준히 높다”며, 인민대학습당이 수십 년간 중국어 교습반을 운영해 매회 600~700명이 수강한다고 밝혔다.

왕 대사는 중국어 도서를 읽는 북한 주민들과 직접 대화를 나누며 교육 교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왕야쥔 대사는 “중국과 북한은 교육, 과학기술, 인재를 국가 발전의 핵심에 두고 있다”며, “인민대학습당이 중국 국가도서관 등과 협력을 강화해 북중 사회주의 건설과 양국 관계 발전에 기여하는 우수 인재를 육성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인민대학습당은 1982년 김일성 주석의 지시로 설립된 북한의 대표적 교육 기관으로, 연간 수십만 명이 이용하는 상징적 시설이다.

이번 방문은 북중 간 문화·교육 교류를 통해 관계 개선을 도모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특히, 2024년 북중 관계가 다소 냉각된 가운데, 왕 대사의 공개 행보는 양국 간 신뢰 회복의 신호로 주목된다.

주북 중국대사관은 펑춘타이 공사가 11~12일 함경북도 청진시와 라선시를 방문한 사실도 공개했다.

청진은 평양, 함흥과 함께 북한 3대 도시로 꼽히며, 북동부의 주요 산업 중심지다.

중국은 1987년 청진에 총영사관을 설립해 지속적으로 경제·문화 교류를 유지해 왔다.

라선은 중국 지린성, 러시아 연해주와 국경을 맞댄 경제특구로, 외국인 왕래가 활발한 지역이다.

펑 공사와 동행한 북한 측 인사로는 김명일 외무성 아주1국 연구원과 김성철 함경북도 외사국 부국장이, 중국 측에서는 진옌광 청진총영사가 함께했다.

펑춘타이 공사는 11일 청진 중국인고급중학을 방문해 화교 자녀의 교육 현황을 점검했다. 이 학교는 1960년대 설립 이후 청진 내 화교 공동체(약 5천명 추정)의 중국어 교육과 문화 보존을 책임져 왔다.

펑 공사는 학생들과 교사들을 만나 중국 정부의 화교 지원 정책과 교육의 중요성을 논의했다.

중국대사관은 “청진 화교 학교는 북중 우호의 상징”이라며, 이번 방문이 화교 공동체의 결속을 다지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지난 12일 펑 공사는 라선으로 이동해 령선종합가공공장을 방문, 두만강맥주 생산 라인을 참관했다.

이 공장은 2000년대 초 중국 자본과 기술 협력을 통해 설립된 이래, 식품 가공과 맥주 생산으로 라선 경제특구의 핵심 산업을 담당하고 있다.

2024년 기준, 두만강맥주는 중국 동북3성과 러시아 극동 지역으로 소규모 수출되며 북중 경제 협력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펑 공사는 생산 과정과 품질 관리 시스템을 점검하며, “북한의 제조 역량이 중국과의 협력으로 더욱 강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라선 원정 세관 방문한 펑춘타이 중국대사관 공사(가운데).주북 중국대사관 제공

같은 날 펑 공사는 라선 원정 세관으로 이동해 조사와 시찰을 진행했다.

원정 세관은 중국 지린성 훈춘과 연결되는 북중 무역의 주요 관문으로, 연간 수십억 달러 규모의 물류가 오간다.

2023년 북중 무역액은 약 20억 달러로, 코로나19 이전 수준(2019년 약 30억 달러)의 70%까지 회복된 것으로 추정된다.

원정 세관은 2010년대부터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과 연계된 인프라(훈춘-라선 도로, 항만)로 주목받아 왔다.

중국대사관은 펑 공사의 시찰이 “북중 경제 협력의 잠재력을 재확인하는 계기”였다고 전했다.

라선 경제특구는 1991년 북한이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해 설립한 지역으로, 중국과 러시아 기업의 합작 공장 약 50개가 운영 중이다.

2024년에는 중국의 전자제품 조립 공장과 러시아의 목재 가공 시설이 추가로 가동되며 경제특구의 중요성이 커졌다.

이번 중국대사관의 연이은 방문은 북중 관계 회복의 상징적 행보로 평가된다.

2024년 북한의 대중국 수출(주로 광물, 수산물)이 전년 대비 15% 증가하며 양국 경제 교류가 활성화되고 있다.

이는 2023년 북한의 대중국 비판(중국의 대북 제재 동참)으로 냉각됐던 관계가 정상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북중 관계 개선이 북한의 러시아와의 군사 협력(2024년 병력 파견 논란)과 균형을 이루는 외교적 전략일 가능성을 제기한다.

중국대사관의 이번 활동은 북중 우호를 과시하며, 동시에 지역 내 지정학적 긴장을 관리하려는 의도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