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북된 부친 사진을 들고 있는 이성의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 이사장.유엔 웹TV 제공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1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무력분쟁 시 민간인 보호’ 공식 브리핑 회의에서 한국전쟁 당시 북한에 의한 납북자 문제를 집중 조명했다.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 이성의 이사장은 시민사회 대표 브리퍼로 참석해 “북한은 명백한 증거와 생존 증인에도 불구하고 납치 범죄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이는 진행 중인 강제실종 범죄로, 역사상 첫 번째이자 가장 규모가 큰 사례”라고 규탄했다.
그는 1940년대 검사로 재직했던 부친이 납북된 아픔을 전하며, 당시 부친의 법복 사진을 들어 보였다.
이 이사장은 “1950년대 납북 문제가 해결됐다면 일본, 태국, 루마니아 등에서의 후속 납치가 방지됐을 것”이라며 “북한이 납북자 생사를 확인하고, 사망 시 유해를 송환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제형사재판소(ICC) 제소나 기타 실질적 조치를 통해 북한의 책임을 묻는 방안을 안보리 이사국들에 강력히 요청했다.
회의는 2019년 6월 만장일치로 채택된 안보리 결의 2474호의 이행 점검을 위해 미국, 영국, 프랑스 요청으로 소집됐다.
결의 2474호는 무력분쟁 중 실종자 수색, 유해 반환, 가족의 알 권리 보장을 촉구하며, 쿠웨이트가 1990년 이라크 침공 당시 대규모 실종 경험을 바탕으로 주도했다.
이번 회의는 2474호 채택 후 첫 공식 점검으로, 실종자 문제의 국제적 해결 필요성을 재확인했다.
안보리 발언하는 이스라엘 실종자 루비첸의 부친.유엔 웹TV 제공
또 다른 브리퍼로 참석한 루비 첸은 2023년 10월 7일 하마스 공격으로 실종된 이스라엘군 이타이 첸(미·이스라엘 이중국적, 사망 추정)의 부친이다.
그는 “하마스가 19개월 넘게 아들의 생사와 신체 상태를 확인해 주지 않고 있다”며 “이는 가장 저열한 테러리스트 심리전”이라고 비난했다.
첸은 한국 근무 경험을 언급하며 “이성의 이사장의 납북 이야기를 들으며 실종자 문제의 보편성을 깨달았다”고 밝혔다.
이타이 첸은 2023년 3월 사망 통보받았으나, 유해는 반환되지 않았다.
안보리 발언하는 황준국 유엔대사.유엔 웹TV 제공
황준국 주유엔대사는 두 가족의 증언을 언급하며 “한국전쟁은 유엔 설립 직후의 오래된 전쟁, 하마스 공격은 현재의 분쟁이지만, 75년 넘게 이어진 실종자 가족의 고통은 동일하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은 한국, 일본 등 다국적 시민을 납치·구금하며 사실을 부인해 왔다”며 “납북자와 가족의 고령화로 이는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는 긴급 문제”라고 강조했다.
황 대사는 “안보리의 침묵은 묵인과 다름없다”며, 무력분쟁 당사자들이 국제법적 의무를 준수하도록 단합된 조치를 촉구했다.
도로시 셰이 주유엔 미국대사 대행은 “하마스는 58명 인질, 포함해 포로 상태에서 살해된 이들의 유해를 돌려보내야 한다”며 “미국은 납북자, 억류자, 미송환 국군포로 문제 해결에 전념한다”고 밝혔다.
그는 안보리 이사국들이 납북자와 유해 송환을 위해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전쟁 납북자는 약 8만 명으로 추정되며, 정부는 2000년대부터 가족 협의회와 협력해 생사 확인과 송환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북한은 납치 사실을 부인하며 협상에 응하지 않고 있다.
이번 안보리 회의는 납북 문제를 국제사회가 재조명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북한의 책임 추궁과 실질적 해결 방안 모색의 필요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