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전쟁 3주년에 열린 EU 외교장관회의
24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외교장관회의.연합뉴스
유럽연합(EU)이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3주년인 24일(현지시간) 제16차 대(對)러시아 제재 패키지를 승인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 행정부가 러시아와의 종전 협상에 속도를 내며 제재 해제 가능성까지 시사했지만, EU는 강경 노선을 고수했다.
EU 외교장관들이 승인한 제재안에 따르면, 러시아산 1차 알루미늄의 EU 수입이 단계적으로 중단된다. 이에 따라 EU는 12개월간 전년도 수입량의 80%에 해당하는 27만5천 톤만 수입을 허용하는 쿼터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2026년 말부터는 러시아산 알루미늄 수입을 전면 금지한다는 구상이다. 제재 우회를 막기 위해 러시아 우방국인 벨라루스산 1차 알루미늄 수입도 금지된다.
EU에 따르면, 러시아산 알루미늄 수입 비중은 2020년 16%에서 2024년 6%로 이미 감소했다. 이번 조치는 더욱 직접적인 제재 효과를 기대하게 한다.
김정은과 나란히 선 '러시아 파견 북한군 장성 3명'
북한 김정은이 지난해 9월 11일 인민군 특수작전무력 훈련기지를 시찰할 당시, 김정은과 나란히 선 북한군 장성 3명 좌로부터 신금철 김영복 리창호의 모습(흰색 원안).연합뉴스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관련 제재도 포함됐다. EU 관보에 따르면 리창호(정찰총국장)와 신금철(조선인민군 총참모부 작전국 처장) 등 북한 고위급 2명이 추가 제재 대상에 올랐다.
리창호는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북한군 배치를 조율했고, 신금철은 드론 등 러시아의 전술을 북한군에 보급하는 임무를 맡았다.
이들은 각각 한국과 미국의 독자제재 대상이기도 하다.
EU는 지난해 강순남(당시 북한 국방상), 김영복(조선인민군 총참모부 부총참모장), 노광철(국방상)과 북한 미사일총국을 제재한 바 있다.
EU 깃발.연합뉴스
러시아 에너지 부문을 겨냥한 추가 제재도 부과됐다.
EU는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금지하면서도 제3국 목적지로의 항구 임시 저장을 허용했으나, 앞으로는 예외 없이 금지할 방침이다.
또한, 러시아의 석유·가스 탐사에 도움이 되는 유럽산 소프트웨어 수출도 금지된다. 다만, 러시아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금지 조치는 에너지 가격 급등 우려로 이번에도 제외됐다.
EU는 서방의 러시아산 원유 상한제를 우회하는 '그림자 함대' 74척과 러시아 군산복합체 지원에 관여한 중국 등 제3국 법인 53곳도 제재하기로 했다. 개인 48명, 법인·기관 35곳 등 총 83건이 제재 명단에 추가됐다.
이번 제재는 미·러 주도 종전협상에서 우크라이나와 유럽이 '패싱' 당할 우려 속에서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확고한 지지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우크라이나 키이우를 방문해 "그들이 진정성 있는 항구적 평화협정을 위한 의지를 보이지 않는 한, 우리는 러시아에 대한 징벌적 제재를 더 확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EU가 '미국과 다른' 사고방식을 가졌다고 비판했다.
그는 "유럽은 전쟁이 지속되기를 원하며, 이는 우리가 미국인들과 함께 찾으려는 해결책과 완전히 대조적"이라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