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군과 싸운 경찰' 강경전투 생존자 한효동 전 강경서장 별세

한강 승인 2024.10.01 16:34 의견 0
고(故) 한효동 전 강경경찰서(현 논산경찰서)장.연합뉴스


6·25 전쟁 당시 남한 경찰과 북한 인민군 간에 벌어진 '강경(논산)전투'의 마지막 생존자 한효동 전 강경경찰서(현 논산경찰서)장이 9월30일 오후 7시20분께 대전 자택에서 세상을 떠났다고 유족이 1일 전했다. 향년 97세.

충남 논산에서 태어난 고인은 대전고를 졸업하고 1948년 경찰에 투신했다. 고인이 참전한 강경전투는 1950년 7월17일부터 이틀간 고 정성봉 강경서장이 이끌던 220여명의 경찰과 북한군 방호산이 지휘하는 최정예 제6사단 제1연대 1천여명이 벌인 격전이었다.

당시 정 서장 등 경찰관 83명이 전사해가며 인민군의 남하를 18시간 동안 저지했다. 고인은 당시 정 서장의 통신병(순경)으로 참전했다. 7월18일 새벽 전투 도중 정 서장으로부터 "통신 장비 등을 챙겨 망성면 화산리 교회 앞에서 대기하라"는 지시를 받고 현장을 빠져나온 덕분에 죽음을 면했다. 고인은 이후 낙동강 전투에서도 죽을 고비를 넘겼다.

북한군 점령하에 인근 들판에 몇 달간 방치됐던 시신은 1950년 9월28일 인천상륙작전 이후 강경이 수복되자 채운면 의용소방대원들이 수습했다. 남아있던 시신과 유류품을 함께 매장해 1기의 봉분을 조성함으로써 합동묘역이 만들어졌다.

유가족에게 인계되지 못하고 묘역에 안장된 유해는 60위로 추정된다. 1951년 당시 강경서장이던 이세환 총경의 주도하에 전사자 83인에 대한 추모제가 열린 뒤로 매년 논산서 주관으로 추모행사를 개최했다.

고인은 1983년 강경서장으로 부임한 뒤 묘비를 세우는 등 대규모 정비 작업을 추진해 현재의 모양새를 갖췄다. "나라를 지키다 전사한 동료들의 무덤이 초라하게 방치돼있는 게 너무 미안하고 안타까웠다"고 했다.

고인은 강경 전투 참전과 경찰에 근무한 공로로 녹조근정훈장을 받았다. 1988년 정년퇴직 후 대전충남경우회장으로 일했다.

유족은 부인 양채호씨와 사이에 4남1녀로 한영숙(딸)·한윤우·한일권·한선우·한운우씨 등이 있다. 빈소는 대전 건양대병원 장례식장 1호실, 발인 3일 오전 7시, 장지 대전 유성구 방동 선영. ☎ 042-600-6660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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