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 박사 (사단법인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이제 북한 인권이란 말을 꺼내는 것조차 거북스럽다. 마치 어린애들 떼쓰는 모양새 같아 그렇다. 지난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북한 인권은 철저하게 외면당했다. 남쪽 정부는 김정은 정권에게 굴종하고자 그랬고, 평양정권은 남쪽 정권의 인권 사보타지를 역이용하는 서울-평양 인권무시 카르텔은 북한 2,500만 동포들을 사정없이 인권사각지대로 몰아갔다. 인권이 무엇인지 모르는 체 무시하는 김정은 정권이야 그렇다 치고 빤히 알면서도 북한 동포들의 인권침해를 외면한 문재인 정부의 5년 대죄는 역사가 반드시 심판하고야 말 것이다.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집권세력은 김정은 1사람 표정관리에만 신경 썼지 북한 동포들의 인권은 아예 무시하고 달려왔다.

북한 통치자들에게는 집권이 우선이지 인권은 안중에도 없다. 북한 체제는 평양의 중앙당에서 사람들을 혼내주라면 지방에서는 때려죽이는 무지몽매한 나라다. 그들은 헌법에 종교의 자유를 적어놓고 18세 미만의 청소년에게 종교를 권유하면 총살하는 정권이다. 우리는 구조적으로 인권을 탄압하는 북한 노동당 체제를 깊이 고찰할 필요가 있다. 원래 김씨 왕조는 유대인 제거를 명분으로 내세웠던 히틀러 정권을 모방한 독재체제였다. 히틀러는 유대인을 제거해야 독일이 산다고 역설하였다. 거기에 대다수 독일인들이 공명하였다. 북한에서 김 씨 왕조는 계급투쟁을 통해 적대세력을 제거해야 한다며 78년 독재를 이어오고 있다.

저항의 DNA를 간직한 출신성분 불량자들을 정치범수용소에 잡아 가두고, 압록강 두만강에서 탈북하다 군인들의 총탄에 피흘리며 쓰러지고, 교화소에서 굶어죽어도 그들을 동정하면 통째로 적대세력이 되도록 교양되어 있는 나라가 바로 북한이다. 평양 정권에게 물어보자. 왜 연약한 여성들이 사랑하는 고향과 가족을 두고 그 사악한 방어선이 구축된 국경을 넘는가. 그들은 모두 가족을 살리기 위해 자기 몸을 던졌다. 북한이 그럭저럭 먹고 살던 고난의 행군 전까지 국경은 평온한 지대였지 않는가 말이다. 지난 5년 동안 탈북자 수는 계속 감소하여 지난해의 경우 겨우 오육십 명 대를 넘어서지 못했다.

문재인 정권은 살겠다고 넘어온 두 명의 탈북 청년을 안대까지 씌워가며 판문점으로 끌고 가 북한군에게 넘겨주었다. 북한 정권은 안 넘어가겠다고 떼쓰는 두 청년의 모습을 그대로 촬영해 중국과 러시아 등 해외에 파견되어 나간 근로자와 무역일꾼, 외교관들에게까지 보여주며 “자, 보라. 남조선으로 탈북하면 저렇게 된다”고 사상교양을 실시하였다고 하니 이런 기막한 서-평카르텔이 어디에 있단 말인가. 북한에는 충성만 남아있고 인성은 메마른지 오래다. 북한 주민의 인권 중 생존권의 심각성은 경각에 달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지난해 식량생산이 격감하면서 굶어죽는 사람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한국에는 쌀이 남아도는데 북한에서는 한 줌의 쌀이 없어 백성들이 죽어가고 있다. 태고의 땅 차마고도에서 원시적 방식으로 소금을 생산하는 무교육자들도 하얀 쌀밥을 배불리 먹는 오늘 북한 동포들은 무슨 ‘죄’를 지어 저토록 저주받고 있단 말인가? 다행스럽게도 윤석열 정부의 등장으로 북한 인권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정부는 북한인권보고서를 발표하였다. 무척 고무적이다. 이제 우리 정부는 행동으로 북한 인권개선 운동에 나서야 한다. 야당은 아직도 어깃장을 놓으며 북한인권재단 설립을 가로막고 있다. 정부는 야당과 싸우는 일을 멈추고 독자적인 대북 인권압박에 발 벗고 나서야 한다.

국민 1사람이 국가를 대표한다는 말이 있지 않는가. 고로 1명의 탈북자가 북한을 대표할 수 있다. 3만 4000명 탈북민들이 북한 인권개선을 한목소리로 외치고 있다. 탈북민은 고통받는 북한 동포들의 대변자이며 그들의 자아와 인권을 개선시켜줄 의무를 지닌 사람들이다. 현재 탈북민들은 대북 전단을 다시 뿌리고 휴전선 대북방송을 재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단지 일방적 재개가 아니라 북한 정권의 인권개선이란 전제조건을 걸고 등가교환의 전략을 구사하자는 것이다. “아는 게 적을수록 잘 복종한다”는 말이 있다. 북한에서 인권침해는 인민들이 모르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이른바 전단방지법이 악법이라고 통일부장관이 분명히 말했음에도 그 악법의 망령은 오늘도 여의도 국회를 배회하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대한민국 대법원은 탈북민들의 손을 들어주었다.

지구상 모든 나라 국민들이 보편적으로 누리고 있는 천부적 인권이 유독 북한 땅에서만 유린당하고 있는 이 참상 앞에 대한민국 정부는 더 이상 침묵을 멈추고 과감하게 나서기 바란다. 윤석열 대통령은 거듭되는 군사도발을 일삼는 북한에 1원도 주어서는 안 된다고 일갈하였다. 우리는 패러다임을 바꿔 북한 동포들에게 정보를 주고 지식을 주는 일을 출발점으로 북한 인권개선의 대장정을 출발시켜야 할 것이다. 바깥세상의 지식과 정보를 주면 북한 동포들이 깨우치면서 인권개선에 떨쳐나설 수밖에 없다. 제발 우리 정부는 북한 인권개선의 묘책을 제시하고 그 행동에 적극 나서주기 바란다. 표피적 외과수술 1회로 달라질 북한 정권이 아니다. 그들은 인권탄압을 집권의 쟁기로 안고 무덤까지 갈 희세의 독재자들이다.▣

안찬일 정치학박사; 사단법인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