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 박사. 사)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고려 1000년의 수도로 유명한 개성시는 한때 황해북도 개성시로 편입된 적이 있지만 여전히 북한의 직할시로 남아 있다. 개성시가 유명한 이유는 우선 1950년 6.25 남침 전쟁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한국 땅이었다가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이 될 때 북한 지역으로 귀속되었다는 점, 또 거기에 정전회담 장소인 판문점이 있다는 점 등이 아무래도 북한 주민들의 관심을 넘어 한반도 전체, 나아가 세상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특별한 장소가 된 것 같다. 좀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 보면 개성공단이라는 분단 이후 최초의 남북경제협력 장소가 개성시에 등장하였다는 사실일 것이다.

잠시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왕건은 918년 고려를 건국하고 이듬해 수도를 철원에서 개성으로 옮겼다. 역사학자들은 왕건의 개성 천도를 정치적 안정을 고려한 현실적 선택으로 평가한다. 당시 왕건은 궁예를 내몰고 나라를 세웠기 때문에 반대파를 제압하고 민심을 수습할 필요가 있었다. 그런 점에서 천도는 국면을 전환하기 좋은 방책이었다. 그러나 왕건이 애초에 새 수도로 삼고자 한 도시는 서경, 즉 평양이었다고 한다. 만약에 그때 왕건이 수도를 정했다면 오늘 저 김정은 정권 같은 악마집단은 애초에 없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왕건은 본인의 근거지였고 궁예가 한때 수도로 사용해 기반 시설이 남은 개성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분석한다.

개성이 수도로서 완전한 모습을 갖춘 시기를 나성(羅城)이 축조된 1029년으로 본다. 무려 110년에 걸쳐 도시가 조성된 셈이다. 비교적 짧은 시간에 궁궐과 종묘, 성곽이 들어선 조선 한양과는 사뭇 달랐다. 개경은 일관된 계획이나 방향에 따라 완성된 도시가 아니다. 태조부터 현종(재위 1010∼1031) 때까지 주요 시설이 창건되고 보완됐으며, 공간이 확대되고 경관도 계속 변했다. 이런 굴곡의 역사를 간직한 개성이 현대에 들어와 38선이 최초로 그어질 때는 한국 땅이었다. 6.25전쟁이 휴전에 들어가는 1953년 7월 27일 북한 지역으로 넘어가게 된다. 그래서 북한은 1960년대까지 개성을 ‘신해방지구’로 불렀다.

개성공단은 김대중 정부 당시 햇볕정책의 일환으로 현대아산과 그 외의 여러 중소기업들로 조성된 공업단지였다. 1998년 11월 17일에 시작된 금강산 관광에 이어 개성공단의 추진이 2000년대에 전개되었고 2005년에 업체들의 입주가 시작되었다. 개성공단은 개성공업지구 지원에 관한 법률안이 2007. 3. 6. 제265회 국회에서 임종석 의원 등 50인에 의해 발의, 통과되어 개성공단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그 경영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2009년 3월 30일, 북한이 현대아산 근로자 유성진을 억류했는데, 유씨가 북한체제를 비난하고 북한 예쁜 어린여성 근로자에게 탈북을 유인했다는 것이다. 유씨가 북한 여성 근로자에게 반해 자유로운 사회에서 같이 살자라고 편지를 보냈다가 북한에 적발된 것이다. 이후 한국 정부와 현정은 현대아산 회장이 직접 방북해 협상하여 137일 만에 유씨는 풀려났다. 우리나라에서 건설해 준 수도시설 덕에 개성공단 산업용수가 충당되고, 개성시 민간 생활용수도 함께 제공되었다. 배보다 배꼽이 더 커서 생활용수 쪽이 두 배가 넘게 더 공급이 되었다. 전력 역시 개성공단 외(개성 개발특구 중앙총국) 전력이 다른 곳으로 공급이 된 경우가 발생했고 개성공단 외 기타 지역에 전력이 공급되면서 소모되는 전력 요금을 국민의 부담으로 떠넘겼다는 주장도 있었다. 그러나 긍정적인 요소도 많았다.

북한 근로자들은 개성공단 직장을 ‘신이 내린 직장’으로 부르며 너도나도 거기에서 일하려고 매달렸다. 그러나 북한이 한-미 합동훈련에 반발하면서 2013년 3월 개성공단은 문을 닫고야 말았다. 그 후 북한은 개성공단 내 버스 사용 등 우리의 시설과 차량 등을 무단으로 사용하는 행태를 취해 왔다. 이번에 또다시 그런 행태가 반복돼 우리 정부가 항의하고 있는 중이다. 개성공단은 엄연히 대한민국의 자본과 기술이 투자된 대한민국의 자산이다.

현재 북한이 '대남 대결전'이란 표현을 사용하고 핵무력을 과시하면서 남북관계에 긴장을 조성하는 가운데 남북을 연결하는 정기 통화에도 응답하지 않아 개성 땅이 긴장의 장소로 변화되고 있다. 지난 7일 통일부와 국방부에 따르면 이날 남북공동연락사무소와 서·동해 군 통신선의 정기 통화가 북측이 응답하지 않아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통일부는 "오늘 오전 9시 연락사무소 업무개시 통화에 이어 오후 5시 마감통화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가 북한 측에 개성공단의 무단 사용을 항의하려 하였지만 북한은 그 수신을 거부하고 있다. 개성공단은 언젠가는 다시 작동해야 할 남북소통의 장이다. 북한 정권은 당장의 이익에 연연하지 말고 남과 북이 합의한 기 사항을 준수하고 통일의 미래를 내다보고 분별있게 처신하기 바란다. 김정은이여! 당신 눈에 개성공단이 뭐 벼락맞은 소고기로 보이냐?

안찬일박사 (사)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