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2일 UN 인권위에서 북한인권 실상에 대해 증언하는 티모시 조. 조씨는 유엔 참석 기간 내내 북한 측 요원이 따라다니며 감시하는 등 위협을 느꼈다고 전했다.사진=UN 안보리 증언 영상 캡처

영국 의회 내 '북한에 관한 초당적 의원 모임(APPG-NK, All-Party Parliamentary Group on North Korea)'의 티모시 조 사무국장이 최근 서울에서 개최된 '세계 북한인권회의(Seoul World Conference on North Korean Human Rights)'에서 북한 인권 문제의 국제적 중요성을 역설하며, 전 세계 권위주의 연대를 강력히 비판했다.

그는 "북한 인권 문제는 단순히 한반도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 자유와 정의의 시험대"라고 강조해 국제사회의 공동 대응을 촉구했다.

◆ "북한 인권은 국제 정의의 시험대"… 전 세계 권위주의 연대 비판

탈북민 출신으로 유엔 인권이사회(UNHRC, United Nations Human Rights Council) 제60차 회의에도 참석하여 북한의 인권 실태를 직접 증언한 바 있는 티모시 조 사무국장은 연설에서 "중국, 러시아, 이란, 쿠바, 벨라루스 등 권위주의 정권들이 북한의 인권 침해를 두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권위주의 연대가 "세계 민주주의와 인권의 근간을 위협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나아가 북한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원하며, "유럽 안보와 전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축(axis of authoritarianism)의 일부가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 75년째 지속되는 북한 인권 탄압 실태 고발

티모시 조 사무국장은 북한의 인권 상황이 여전히 "지구상 최악의 수준"이라고 규탄했다.

그는 북한이 사이버 공격과 암호화폐 절도 행위를 통해 다른 나라들로부터 무려 15억 달러(약 2조150억원)를 탈취하면서도, 북한 주민 약 40퍼센트(%)를 굶주리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치범 수용소와 고문, 공개 처형, 강제 노동, 가족 간의 단절이 북한에서는 여전히 일상임을 지적했다.

그는 특히 "드라마나 케이팝(K-pop)을 본다는 이유로 공개 처형당하는 사례가 여전히 보고되고 있다"며, 자신이 방문한 폴란드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참상이 "오늘날 북한의 감옥과 다르지 않다"고 비교했다. 그러면서 북한 김정은 정권을 "75년째 국민을 억압하는 전체주의 체제"라고 강력히 규탄했다.

◆ 독일 통일 사례 언급… "변화는 내부의 목소리에서 시작돼야"

티모시 조 사무국장은 독일의 평화적 통일 과정을 예로 들며 "자유를 향한 국민의 절실한 외침이 변화를 일으켰다"고 말했다.

그는 동독 국민이 서독의 삶을 접하며 체제에 대한 신뢰를 잃었고, 인권과 신앙의 목소리가 정치적 힘으로 발전하여 통일의 전환점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도산 안창호 선생의 "기회를 기다리기보다 잡을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는 말을 인용하며, "신이 바람을 주실 때 인간은 돛을 들어야 한다"는 성 아우구스티누스의 말로 연설을 이어가 변화에 대한 주체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를 강조했다.

지난 2023년 11월 영국 뉴몰든 코리안 타운을 찾은 찰스 3세 국왕. 찰스 국왕은 왕실에서 한국과의 수교 140주년을 맞아 윤석열 정부 초청을 일주일 앞둔 시점에서 코리안 타운을 찾았으며, 모임 참석자 중 북한 꽃제비 출신으로 영국 의회에서 일하는 티모시 조와 만나자 특별히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해 상세하게 물으며 깊은 관심을 표명했다.사진=티모시 조 소셜 엑스(X,구 트위터) 캡처


◆ 탈북민 3만4천 명, "자유의 증거이자 희망의 목소리"

티모시 조 사무국장은 현재 약 3만4천 명에 달하는 탈북민들이 "자유의 상징이자 북한 내부 변화를 이끌 희망의 불씨"라고 말했다.

그는 탈북민들이 "강을 건너고, 수용소를 견디며, 고문과 박해를 당했지만 부서지지 않았다"고 강조하며 "이제는 전 세계의 친구들과 연대해 북한의 어둠 속에 빛을 비추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탈북민들의 생생한 증언과 국제사회와의 연대가 북한 인권 개선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 영국 보수당도 '권위주의 축' 비판… 북한도 주요 위협으로 지목

그는 최근 자신이 참석한 영국 보수당 전당대회에서도 '권위주의 축(axis of authoritarianism)'이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고 소개했다.

티모시 조 사무국장은 "영국은 중국, 러시아, 이란과 함께 북한을 이 축의 일원으로 규정했다"고 전하며, 북한이 국제 안보와 인권에 미치는 위협을 영국 정부 역시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음을 알렸다.

영국 의원단은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국제사회와 탈북민 공동체의 협력을 강화하고, 북한 주민의 현실을 세계에 알리는 데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티모시 조 사무국장은 연설을 마무리하며 "진리와 정의, 자유를 위한 선한 싸움을 멈추지 말자"고 호소하고, "북한 주민의 고통이 결코 잊혀지지 않도록 인류애를 갖고 연대하자"고 강조했다.

그는 이 싸움이 단순한 정치 문제가 아닌 "인간 존엄성에 대한 신념의 문제"라고 역설하며,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참여와 관심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