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발견된 김옥균의 한글 편지

영국 케임브리지대가 최근 아카이브에서 재발견한 김옥균의 한글 편지.(사진=케임브리지대 도서관.연합뉴스)

김옥균(1851~1894)은 14일 영국 케임브리지대 도서관에서 발견된 한글 편지를 통해 갑신정변(1884년) 직전의 외교적 노력을 드러냈다.

영국 외교관 해리 파크스(1828~1885)에게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이 서한은 ‘개국사백구십삼년 삼월념일’(1884년 4월 15일)로 날짜가 적혀 있으며, 조선의 근대화와 독립 의지를 담고 있다.

학계는 이를 갑신정변 전 김옥균의 국제적 협력 시도를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로 평가한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도서관의 한국·일본 자료 담당 사서 오지연(영국명 지연 우드)은 최근 해리 파크스 아카이브에서 이 편지를 확인했다.

편지는 한글로 작성되었으며, 연필로 영문 번역이 덧붙여져 있다.

김종학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필체와 내용이 김옥균의 것임을 강하게 시사한다”며 연구 가치를 높게 평가했다.

'갑신정변 주역' 김옥균.(사진=연합뉴스)


편지에서 김옥균은 파크스가 조선 공사로 활동한 업적을 치하하며, 일본 근대화의 성공이 파크스의 공(8할) 덕분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조선 일은 십분의 십 분을 다 생각지 아니시면 어렵소”라며 조선 근대화의 복잡성을 강조하고, 파크스의 의견을 구했다.

또한, ‘아수돈 씨’(초대 주한 영국 총영사 윌리엄 애스턴으로 추정)를 통해 자세한 논의를 제안했다.

김종학 교수는 “김옥균이 청나라 연호 대신 개국년도(고종 즉위 기준)를 사용한 점은 독립 의지를 보여준다”며 “1884년 4월 조영수호통상조약 비준을 위해 파크스가 조선에 입국한다는 정보를 애스턴을 통해 입수한 뒤 작성한 서한”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김옥균이 영국과의 협력을 통해 조선의 자주적 근대화를 모색했음을 시사한다.

김옥균 휘호.(사진=대한민국역사박물관 근현대사아카이브.연합뉴스)


김흥수 홍익대 교양과 교수는 “김옥균의 필체 특징, 서한 내용, 시기적 맥락이 일치한다”며 친필 가능성에 무게를 두었다.

그는 “갑신정변 8개월 전 작성된 이 편지는 영국과의 외교적 접촉을 통해 개혁을 추진하려던 김옥균의 의지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추가로 영국 외교 문서와의 교차 검증을 제안하며, 편지 작성 배경에 대한 심층 연구 필요성을 강조했다.

케임브리지대 도서관은 이 서한을 조선 후기 정치적 혼란을 엿볼 수 있는 희귀 자료로 평가했다.

오지연 사서는 “김옥균의 한글 편지는 도서관의 한국 컬렉션에 새로운 차원을 더한다”며, 학계와의 협력을 통해 추가 연구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가등록문화유산 '치도규칙'

김옥균이 정비 계획의 방향을 제시하고 내용을 기술한 1책의 필사본.(사진=국가유산청 국가유산포털.연합뉴스)


학계는 이 서한이 김옥균의 ‘갑신일록’과 함께 조선 근대 외교사 연구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고 본다.

김옥균은 갑신정변을 통해 급진적 개혁을 시도했으나, 청나라의 간섭과 내부 반발로 실패한 뒤 1894년 상하이에서 암살됐다.

이번 발견은 그의 외교적 비전과 독립 의지를 재조명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