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러·이란 정상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사진=연합뉴스)


중국, 러시아, 이란, 북한 등 4개국이 미국 주도의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위협하는 새로운 ‘악의 축’ 후보로 지목되며, 이들의 우호 관계가 깊은 외교 연대로 발전할 가능성이 국제 사회의 주목을 받고 있다.

외교가에서 ‘CRINK’로 불리는 이들 국가의 결속 여부는 다극 체제 국제질서의 향방을 가늠할 핵심 질문으로 떠올랐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재하는 우크라이나 휴전 협상 결과가 이들 4국의 관계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위주의 사회라는 공통점을 가진 이들 4국은 지리적·문화적 차이로 오랫동안 각자 독립적인 외교관계에 머물렀으나,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상호작용이 복잡해졌다.

서방 제재 속에서 러시아는 전쟁에 필요한 군수품 조달을 위해 세 나라에 의존도를 높였다.

북한은 1만2천여 명의 병사를 파병하고 막대한 탄약을 제공해 러시아가 쿠르스크 영토를 되찾는 데 기여했으며, 이란은 드론 기술을 전수하고, 중국은 제조업 생산력을 바탕으로 군수물자와 생필품을 공급했다.

중국은 세계 2위 경제 대국으로 4각 공조의 경제적 기반을 제공하며, 러시아와 이란이 서방 제재를 피해 에너지를 수출하는 주요 시장으로 자리잡았다.

특히 중국과 러시아는 달러 대신 자국 통화 거래를 늘려 글로벌 달러 패권에 도전하고 있다.

북한은 경제적으로 중국에 크게 의존하지만, 최근 러시아에서 노동자 외화벌이와 원유·위성 기술 유입이 늘며 러시아와의 외교가 더 활발해졌다고 WSJ는 분석했다.

이란은 2021년 중국과 25년간 원유 공급 및 투자 협정을, 올해 1월 러시아와 전략적 동반자 조약을 체결했다.

미국 정보기관은 “이들 4국이 무역, 금융, 안보 분야에서 미국과 경쟁할 대안 체제를 추진 중”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WSJ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면 이 파트너십이 약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러시아는 중국 의존을 줄이고 유럽 관계 개선을 모색할 수 있으며, 중국도 세계무역 질서에 깊이 연결된 만큼 서방과의 갈등을 감수할 이유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반면 휴전 협상이 실패하면 4국과 서방의 긴장이 심화되며 내부 결속이 더 강해질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휴전 불발 시 러시아에 추가 제재와 관세를, 이란에 ‘최대 압박’을 경고하며 중국과도 관세 전쟁을 벌이고 있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크리스토퍼 시프비스 연구원은 “핵무기를 가진 러시아·북한과 핵무기 개발 직전의 이란이 결속하면 서방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