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호 북한 대외경제상과 악수하는 마체고라 주북러대사.주북 러시아 대사관 페이스북 캡처
북한이 미국과 러시아 간 대화 재개에 긍정적으로 반응하며, 이는 양국 관계 개선이 북·러 관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주북한 러시아 대사가 밝혔다.
마체고라 대사는 27일 러시아 리아노보스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21일 평양을 방문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가 북한 김정은에게 미국과의 접촉 상황을 상세히 설명했다고 전했다.
마체고라 대사는 "북한은 러시아와 미국 간 접촉이 중단된 이후 재개된 데 대해 매우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은 이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선의로 보지 않고, 우크라이나에서 서방 연합군에 맞서 러시아가 이룩한 성공 때문이라고 평가했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이러한 상황이 북·러 간 "형제적 우호 관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전혀 우려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마체고라 대사는 "북한은 북·러가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라는 결속된 동맹을 피로 맺은 만큼, 이번 미·러 접촉이 이를 흔들지 않는다고 확신한다"고 전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과의 만남 의지를 내비친 데 대해 "북한이 이에 응하거나 한반도 비핵화 협상이 진행될 가능성은 아직 없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실질적인 접촉 제안이 없는 상황에서 비핵화 협상은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한편, 러시아와 북한은 두만강 국경에 자동차다리 건설을 준비 중이다.
마체고라 대사는 "현재 준비 작업이 진행되고 있으며, 조만간 공식 착공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6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평양에서 북한 김정은과 정상회담을 가진 뒤 체결한 '두만강 국경 자동차다리 건설 협정'의 후속 조치다.
이어 그는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 체결 이후 북·러 교역 규모가 크게 늘었다"고 평가했다. 추가로 "몇 가지 크고 작은 프로젝트가 준비 중이며, 일부는 추후 발표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다만, 러시아의 대북 석유 공급 여부에 대해서는 "30년간 북한에 석유를 공급한 적이 없다"고 일축했다.
마체고라 대사는 미국과 북한 간 소통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북한 지도부는 중재가 필요하지 않으며, 미국과 여러 소통 채널이 이미 존재한다"고 밝혔다. 또한, 러시아가 시리아 주재 북한 대사관 인력과 가족들의 대피를 지원했으나, 그들이 시리아로 복귀하도록 도와달라는 요청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올해 러시아와 북한의 합동 훈련 계획 여부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고 답하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북·러 관계는 앞으로도 실질적 협력 강화를 통해 더욱 공고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