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CG).(사진=연합뉴스_
◆ “죽느냐 사느냐” 위기 경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최근 임원들을 대상으로 “삼성다운 저력을 잃었다”며 “경영진부터 철저히 반성하고 ‘사즉생’의 각오로 과감히 행동해야 한다”고 질책한 것으로 17일 재계에 알려졌다.
그는 지난해 말 부당합병·회계부정 2심 최후진술에서 “삼성의 미래에 대한 우려가 크다”고 밝혔지만, 이번에 ‘사즉생’을 언급하며 삼성이 생존을 건 복합 위기에 직면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지난달 말부터 전 계열사 부사장 이하 임원 2천여 명을 대상으로 ‘삼성다움 복원을 위한 가치 교육’ 세미나를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 서초사옥.(사진=연합뉴스)
◆ 삼성의 위기와 반성 촉구
세미나에서 공유된 영상은 연초 사장단 세미나의 신년 메시지를 포함하며, 이 회장은 “죽느냐 사느냐의 생존 문제”라며 “경영진이 통렬히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 30개 대표 기업 중 24개가 혁신 실패로 밀려난 것은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 결과”라며 “삼성도 남의 일이 아니다”라고 경고했다.
또 “기술 경쟁력이 훼손되고, 과감한 혁신 대신 현상 유지에 급급하다”며 “위기 때마다 발휘되던 삼성의 회복력이 보이지 않는다”고 질타했다.
삼성전자 QLC 9세대 V낸드.(사진=연합뉴스)
◆ 기술과 인재로 돌파구 모색
이 회장은 “위기에 대처하는 자세가 중요하다”며 “당장 이익을 희생하더라도 미래 투자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술과 인재를 핵심으로 꼽으며 “세상에 없는 기술로 미래를 만들고, 특급 인재를 국적·성별 불문하고 양성·영입하라”고 밝혔다.
이어 “성과는 보상하고 책임은 묻는 신상필벌 원칙을 지키며, 필요하면 수시 인사도 단행하라”고 덧붙였다.
세미나 영상에는 반도체 사업의 AI 대응 실패와 가전 품질 저하 등 사업별 문제점도 담겼다.
삼성전자.(사진=연합뉴스)
◆ 실적 부진과 미래 대비
삼성전자는 지난해 메모리 반도체 부진과 HBM 납품 지연으로 기대 이하 실적을 기록했다.
연합인포맥스 집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5조1천168억 원으로 전년 대비 22.54% 감소할 전망이다.
2024년 사업보고서에서는 TV(30.1%→28.3%), 스마트폰(19.7%→18.3%), D램(42.2%→41.5%) 시장 점유율 하락이 확인됐다.
반면, 연구개발비 35조 원, 시설투자비 53조6천억 원으로 사상 최대 투자를 단행하며 미래를 준비 중이다.
삼성.(사진=연합뉴스)
◆ 임원 교육과 조직 혁신
세미나에서는 고 이병철·이건희 회장의 경영 철학 영상 상영 후 외부 전문가 강연이 이어졌다.
“상대적 등수에 집착하며 질적 향상을 놓쳤다”는 지적 속에 임원들은 위기 대처와 리더십 강화를 논의했다.
참석자들에겐 ‘위기에 강하고 역전에 능하며 승부에 독한 삼성인’이 새겨진 크리스털 패가 주어졌다.
한 참석자는 “삼성이 자만했다는 위기의식과 ‘독한 삼성인’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메시지가 핵심”이라고 전했다.
이번 세미나는 다음 달 말까지 용인 삼성인력개발원에서 진행되며, 2016년 이후 9년 만의 전 계열사 임원 교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