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사진=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휴전을 지연시키려는 책략을 쓴다고 비난했다고 로이터와 AFP 등이 밝혔다.
이날 저녁 연설에서 젤렌스키는 푸틴이 미국과 우크라이나의 ‘30일 휴전’ 합의에 대해 전날 원칙적 지지 의사를 밝히며 수정안을 요구한 데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푸틴의 반응은 교묘하고 예측 가능했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전쟁 지속 의지를 직접 말하기 두려워 휴전안을 사실상 거부하려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주장했다.
◆ 휴전 지연의 속임수
젤렌스키는 “푸틴은 휴전을 최대한 늦추거나 아예 무산시키려 전제조건을 내걸고 있다”며 “직접 ‘안 된다’고 말하지 않고 일을 지연시키는 방식은 그의 전형적인 속임수”라고 꼬집었다.
푸틴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휴전 자체는 옳고 지지하지만, 논의할 문제들이 있다”며 러시아의 요구를 반영한 수정안을 제안했다. 젤렌스키는 이를 “복잡한 조건으로 협상을 망치려는 의도”라고 해석했다.
그는 “항상 말했듯, 지연의 주체는 러시아”라며 “우크라이나는 조건을 내걸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반면 러시아는 점령지 인정과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포기 등을 요구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젤렌스키는 “미국은 휴전 통제와 검증에 준비돼 있다”며 “휴전은 전쟁 종식과 장기 평화를 위한 시간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 쿠르스크 상실의 충격
휴전을 앞둔 우크라이나의 속내는 복잡하다. 전쟁 중 점령했던 러시아 쿠르스크주의 대부분을 최근 잃으며 협상에서 핵심 카드를 상실했기 때문이다.
AP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8월 국경을 넘어 쿠르스크를 기습하며 1300㎢를 장악했다. 이는 러시아를 압박하고 협상력을 높이려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전력 열세와 북한군 투입으로 전세가 역전됐다. 우크라이나 군 관계자는 “작년 말부터 무기, 탄약, 병력이 부족해 점령지를 지키기 어려웠다”고 익명으로 증언했다.
전쟁연구소(ISW)는 “러시아가 쿠르스크의 70% 이상을 탈환했다”고 분석했다. 13일 러시아는 가스관 계측소가 있는 요충지 수자를 포함한 주요 지역을 수복했다고 발표했다.
푸틴은 12일 군복 차림으로 쿠르스크를 방문해 “최대한 빨리 영토를 해방하라”고 지시했다. 이는 휴전 협상 전 유리한 위치를 확보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 협상 판의 갈림길
우크라이나는 쿠르스크를 영토 교환 카드로 활용하려 했지만, 러시아의 반격으로 계획이 틀어졌다. 젤렌스키는 “푸틴이 시간을 끌수록 우크라이나는 더 많은 대가를 치른다”고 비판했다.
러시아는 쿠르스크 탈환을 넘어 국경 보안 구역 설치를 시사하며 공세를 예고했다. 이는 휴전 협상을 복잡하게 만들고, 우크라이나의 방어선을 더욱 위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11일 우크라이나와 ‘30일 휴전’을 합의하며 포로 교환 논의를 시작했다. 그러나 푸틴의 조건 추가는 트럼프 행정부의 중재 능력을 시험대에 올렸다.
젤렌스키의 비난은 푸틴의 의도를 국제사회에 폭로하며 협상 판을 흔들었다. 전쟁의 끝을 둘러싼 양측의 치열한 줄다리기가 한반도 너머 세계를 긴장 속에 몰아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