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북한 김정은을 ‘핵보유국’(Nuclear Power)으로 다시 지칭하며 첫 임기 때의 관계를 재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을 만난 그는 한반도 긴장 고조에 대한 질문에 “나는 김정은과 좋은 관계이며, 무슨 일이 일어날지 보겠다”며 “그는 분명히 핵보유국”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러시아와 중국의 핵무기를 언급하며 “그 수를 줄이면 멋진 성과가 될 것”이라고 한 뒤 “김정은은 핵무기를 많이 갖고 있고, 인도나 파키스탄 같은 나라들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이는 핵확산금지조약(NPT) 밖에서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식되는 국가들과 북한을 동급으로 놓은 발언이었다.

그의 발언은 지난 1월 20일 취임 직후에도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부른 데 이어 반복된 것으로, 국제사회가 외교·군사적 파장을 이유로 인정하지 않는 표현을 또 썼다.

백악관은 “완전한 비핵화가 목표”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외교적 개념보다 현실적 상황을 중시한다고 봤다.

트럼프는 첫 임기 북미 대화를 강조하며 “내가 김정은과 만나지 않았다면 힐러리 클린턴이 당선돼 북한과 핵전쟁이 났을 것이고 수백만 명이 죽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2018년 싱가포르와 2019년 베트남 정상회담을 거론하며 “오바마는 김정은과 전화도 못했지만, 나는 거친 시작 끝에 그를 만났다”고 회고했다.

이어 “그 회담 덕에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이 성공했고, 북한도 참가했다”며 “핵 위협으로 표가 안 팔리던 올림픽을 내가 살려낸 업적”이라고 자평했다. 다만, 올림픽(2018년 2월)은 첫 회담(2018년 6월)보다 앞섰다는 점에서 시기 오류가 있었다.

국가별 핵탄두 보유 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뉴클리어 파워'(Nuclear Power·핵보유국)로 다시 지칭하며 1기 때와 같은 관계를 다시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북한을 인도와 파키스탄 등 '사실상(de facto) 핵보유국'과 같은 선상에 놓는 듯한 언급을 했다.(사진=연합뉴스)


일각에서는 이 발언이 ‘완전 비핵화’ 대신 인도·파키스탄 모델처럼 북한 핵을 일부 인정하는 ‘스몰딜’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해석했다. 이는 지난달 15일 한미일 외교장관 회의에서 재확인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공동성명과 배치될 수 있다.

트럼프는 현재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에 외교력을 쏟고 있지만, 이를 마무리하면 한반도로 눈을 돌릴 가능성이 크다. 그는 김정은과의 ‘톱다운’ 외교를 통해 협상을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한국에서는 탄핵 정국으로 외교가 묶인 상황에서 ‘코리아 패싱’ 우려가 커졌다. 트럼프가 북미 직거래를 밀어붙이며 관세전쟁과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압박카드로 꺼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실제로 일본은 이날 조지 글라스 주일미국대사 지명자가 주일미군 비용 추가 부담을 요구하며 압박을 받고 있다.

또한 지난 11일 미국과 우크라이나의 ‘30일 휴전’ 합의로 포로 교환 논의가 시작되며, 트럼프가 북한의 우크라이나 파병과 포로 문제를 북미 협상 테이블에 올릴 가능성도 제기됐다.

트럼프의 과감한 행보는 한반도 안보의 새 판을 짜며 한국에 중대한 도전을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