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 북한 구금시설 현황
지난해 3월24일 영국의 북한인권단체 코리아퓨처(한미래)는 북한 구금시설에서 발생한 인권침해에 대한 기록을 담은 두 번째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는 2021년 3월부터 2022년 10월까지 탈북민 269명을 면담한 결과를 바탕으로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해 가해자, 피해자, 구금시설의 특징과 인권침해 건수를 규명했다.연합뉴스
통일부는 유엔이 정한 '국제 고문피해자 지원의 날(6월26일)'을 맞아, 전날인 25일 탈북민 고문피해자들을 초청하여 북한에서의 고문으로 인한 인권침해 사례를 청취했다.
참석자로는 노체인 정광일 대표, 북한민주화청년학생포럼 박광일 대표, 그리고 탈북민 피해자 5명이 참석했다.
탈북민들은 북한에서 겪었던 처참한 고문 피해 실상을 생생하게 증언하며 북한인권 침해의 심각성에 대한 국내외의 관심을 호소하는 한편, 정부와 국제사회가 피해자들에 대한 지원과 책임규명에 나서줄 것을 촉구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uman Rights Watch)는 지난 2020년 10월19일 '북한의 끔찍한 미결구금제도' 보고서를 발간했다. 사진은 보고서 내용 캡처.
다음은 주요 고문피해 증언 내용이다.
▪노체인 정광일 대표: 1999년에 북한 무역성 조선평양무역회사의 청진지사장으로 재직하던 중, 무역을 하면서 한국인을 만났다는 이유로 국가안전보위부에 체포되었다. 이후 그는 회령시 보위부에서 간첩 혐의 자백을 강요받으며 전기고문, 물고문, 비둘기 고문 등을 당하였다. 각목으로 얼굴을 구타당해 아랫니가 하나도 남지 않았다. 그는 당시 함께 수감 중이던 회령시 유선탄광 성남갱 노동자가 오랜 고문으로 2000년 1월 6일 지하감방에서 사망하자, 아무런 절차도 없이 시체를 보일러 화구에 넣어 소각하는 것을 목격하였다고 진술했다.
▪탈북민 문ㅇㅇ 씨: 중국에서 거주하던 중 남한 친척과 전화 통화를 한 사실이 도청을 통해 당국에 적발되어, 1999년 중국에서 강제 북송되었다. 문 씨의 남편은 참나무 몽둥이로 두드려 맞는 등 모진 고문으로 사망하였다. 시체는 길가에 버려져 찾지도 못하였다. 문 씨는 온성군 보위부와 함경북도 보위부에서 1년간 구류되어 구둣발로 구타를 당하고 콘크리트벽에 머리를 내려치는 등 갖은 고문을 당하였으며, 그로 인해 치아가 전부 소실되고 갈비뼈가 부러졌으며 한국에서 지체장애(척추신경마비)를 판정받았다고 증언했다.
▪탈북민 박ㅇㅇ 씨: 중국에서 거주하다 2014년 중국 공안에 체포되어 강제 북송되었다. 보위부 구류장에서 구류장 규정을 제대로 암송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구둣발로 머리를 콘크리트 바닥에 짓뭉개지고, 기절할 때까지 머리를 구타당하여 뇌출혈과 신체 마비 증상을 일으키는 등 갖은 가혹행위를 당하였다. 또한 구류장에서는 올방자(책상다리)를 틀고 고정자세로 있어야 하는데, 몸에 기어오르는 벌레를 떼어내기 위해 허락 없이 움직였다는 이유로 밤새 단체 기합을 받고 쇠창살에 매달려 있어야 했다. 박 씨는 고문으로 다리가 바지를 입을 수 없을 정도로 붓고 손의 뼈가 부러지는 상황에서도 어떠한 치료도 받을 수 없었으며, 뇌출혈 후유증으로 현재까지도 일상생활에서 길을 찾지 못하는 기억력 장애를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북한민주화청년학생포럼 박광일 대표: 1998년 남한 드라마 ‘모래시계’를 시청하였다가, 보위부의 단속을 피해 중국으로 탈북하는 과정에서 중국 공안에 체포되어 강제 북송되었다. 이후 함경북도 보위부와 무산군 보위부 반탐처에서 40일간 구타와 매질을 비롯하여 인간으로서 상상도 할 수 없는 혹독한 고문에 시달렸다. 박 대표는 이후 재탈북하여 2001년 대한민국에 입국하였으며, 고문 후유증으로 혈액암(만성골수성백혈병), 치아 훼손(12개), 척추 추간판탈출증 등을 진단받고 2년간 후유증 치료를 받았다고 했다.
▪탈북민 백ㅇㅇ 씨: 2016년 탈북자 가족을 대상으로 송금사업을 하다가 보위부 반탐과에 적발되어 온몸을 빨랫방망이로 40분간 정신을 잃을 때까지 구타당하고 전신이 퍼렇게 부었으며, 이후 전거리 교화소에서 2년간 수감생활을 하면서도 온갖 가혹행위를 목격했다고 진술했다.
유엔 인권이사회 회의장 모습
북한인권결의는 2003년 유엔 인권이사회의 전신인 인권위원회를 시작으로 올해까지 22년 연속으로 채택됐다.연합뉴스
고문방지협약 등의 국제인권규범은 어느 누구도 고문 또는 잔혹하거나 비인도적이거나 굴욕적인 대우나 처벌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고문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정당화될 수 없는 국제법상 반인도범죄 행위이다.
강종석 통일부 인권인도실장은 “탈북민들의 증언은 북한에서 자행되고 있는 인권침해의 잔혹성과 반인륜성을 보여주는 동시에, 북한 정권이 주민들을 보호할 기본적인 의무조차 저버렸음을 드러낸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북한 당국은 이제라도 주민들에 대한 광범위한 고문 행위를 즉각 중단하고, 고문방지협약에 가입하여 주민들의 기본적인 신체의 자유와 안전에 대한 권리 및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할 것을 엄중히 촉구한다.”라고 강조했다.
통일부는 앞으로도 탈북민 고문피해자들을 실질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들을 모색하는 동시에, 북한인권의 실상을 널리 알려 나가고 국제사회와 연대하여 북한인권 문제의 근본적 진전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