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박사의안보칼럼] 대북심리전 포문, 카운트다운 재촉하라
- 안 찬 일(사)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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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31 09:05 | 최종 수정 2023.10.31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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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대남 심리전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대한민국 대통령에 대해 막말을 서슴치 않고 있는 가운데 주민들에 대한 대남 적개심, 즉 대적관 강화에 절취부심하고 있다. 왜 그럴까? 식량난에 허덕이는 주민들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고 위태로운 체제를 유지하려는 대민 및 대남심리전이다. 북한은 최근 들어 윤석열 대통령을 비난하는 내용의 시(詩) 등 선전문학을 담은 책자까지 발간하며 남한을 향한 대적 감정을 고취하고 있다.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 산하 평양출판사가 지난 19일 펴낸 86쪽 분량의 작품집 '사랑이 넘치는 땅'의 경우 이 책자에 실린 시 8편과 수필 6편, 단편소설 1편 가운데 시 4편이 윤석열 대통령과 한미 당국을 비난하는 내용으로 채워진 것으로 파악됐다.
일례로 '사람을 뽑았어야지'란 시에선 윤 대통령을 '대결광'이라 칭하며 "굴욕과 굴종의 멍에 스스로 메고 사대의 길 뚜벅뚜벅 가는 그 추태 역해라"라고 우리 정부의 외교정책 기조를 비난하고 있다. 북한은 또 '피할 수 없는 숙명'이란 시에선 "미친개" "미치광이" "미국의 충견" 등 입에 담기조차 거북한 표현들을 써가며 "뭇매를 맞아 처절하게 숨이 끊기는 그게 숙명"이라며 윤 대통령에 대한 악담을 쏟아냈다. 한미연합 군사훈련을 "무모한 광기" "공화국(북한)에 대한 선전포고" "명명백백한 북침의 개시"라고 비난하며 "침략의 무리를 단호히 쓸어버리리라"고 대결 의지를 다지는 내용의 시도 이 책자에 실려 있다.
북한은 올 들어 각종 매체를 동원해 우리 정부에 대한 비난 수위를 높이며 주민들의 대적 감정을 부추기고 있다. 최근엔 주민들이 보는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지면을 통해 남한의 대정부 규탄 집회 소식을 비중 있게 다루고 있는 상황이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TV는 지난달 중국 항저우(杭州)에서 열린 아시안게임(AG) 여자축구 8강전을 녹화 중계하면서 북한 대표팀과 맞서 싸운 우리 팀을 "괴뢰"로 표기하기도 했다. 괴뢰가 무엇인가? 허수아비 괴(傀), 꼭두각시 뢰(儡). ‘괴뢰’는 민속 인형극 꼭두각시놀음에 나오는 인형을 뜻한다.
표준 국어대사전에는 ‘남이 부추기는 대로 따라 움직이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는 뜻도 있다. ‘괴뢰국’은 자주국을 표방하나 사실상 특정 국가에 예속돼 그 나라의 지시대로 운영되는 국가를 말한다. 제국주의가 득세했던 20세기 무렵, 식민지를 통치하는 방식의 하나로 여러 행태의 괴뢰국이 존재했으나 21세기 들어서는 사실상 사라졌다. 지금은 북한이 한국을 비난하는 선전전에서나 나오는 말이 됐다.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의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다룬 조선중앙통신 기사에도 ‘괴뢰’라는 표현이 나왔다. 이렇게 정치 선전전에서나 쓰이던 말이 스포츠 경기에도 사용됐다. 경색된 남북 관계가 정치외교를 넘어 국제 스포츠까지 번졌다.
북한은 항저우아시안게임 남북 여자축구 8강전 결과를 보도하면서 우리나라를 ‘괴뢰’로 지칭했다. 북한 주민이 시청하는 조선중앙TV는 2일 “경기는 우리나라(북한) 팀이 괴뢰 팀을 4:1이라는 압도적인 점수 차이로 타승한 가운데 끝났다”고 보도했다. 경기 영상 자막에도 국가명을 ‘조선 대 괴뢰’라고 표기했다. 북한이 공식 스포츠 무대에서 한국을 괴뢰로 지칭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화해무드였던 2018년에는 평창동계올림픽과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일부 종목에서 남북 단일팀을 구성해 대한민국도 북한도 아닌 ‘코리아’팀으로 출전하기도 했었다. 북한은 그동안 스포츠 대회에서 한국을 ‘남조선’으로 불러왔다.
이런 북한의 막가파식 대남 비방전을 우리는 간과할수 없다. 과거 냉전시대 남북 상호간 심리전은 비방전이 주 내용이었다. 오늘 북한은 그 방식에서 오히려 더 후퇴한 모습으로 악날하게 재현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대한민국이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맞설 수는 없다. 우리의 대북 심리전은 재개되어 마땅하다. 이는 단지 북한의 대남 비방에 대한 방어논리나 공격성을 뛰어넘어 북한 주민들에 대한 교양과 계몽의 수단으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 21세기 오늘 인터넷이 안 되는 나라는 지구상에 거의 없지 않는가? 북한은 인민들이 외부세계에 눈을 돌리면 곧 체제종말이라 여기고 인터넷을 가로막고 있다. 최소한 북한 노동신문이 중국의 인민일보 만큼 사실을 보도해도 대북 심리전은 불필요하다.
북한 주민들이 과거 동독주민들처럼 서독 Tv와 라디오를 듣던 것만큼 문이 열려도 대북 심리전은 할 필요 없다. 이건 평양 정권이 해도 너무 하고 있지 않는가? 거기에 한 수 더해 우리 대통령을 막말로 비방하고 나서는데 우리가 귀 틀어 막고 살 필요는 없다고 본다. 북한은 인민들이 한 줌의 쌀이 부족해 굶어죽는 나라다. 저들이 뭔데 북한보다 40배 이상의 국력을 유지하면서 세계 10대 무역국가인 대한민국의 수반을 개취급하려 든단 말인가. 대북 심리전의 포문은 카운트 다운을 기다리고 있을 필요가 없다. 적어도 북한 당국에 공식 경고를 보낸 후 평양정권이 대남 비방전을 멈추지 않는다면 크리스마스를 기점으로 우리 대북 심리전의 포문을 열어야 한다. 서부전선의 크리스마스 추리 휘황찬란한 불빛도 다시 밝히고 이동식 확성기 방송도 시작하자. 산업혁명 시기 문명은 물길과 철길을 따라 진화했지만 오늘 21세기 혁명은 전파와 인터넷을 따라 진화하고 있다. 북한을 저렇게 암흑시대로 놔두는 책임은 대한민국에 있다. 역사적 소명으로 대북 심리전의 포문을 열자.
안 찬 일(사)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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