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정상회담 후 공식 만찬 참석한 김정은

북한 김정은(가운데 오른쪽)이 13일(현지시간)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마친 후 공식 만찬에 참석하고 있다. 이날 만찬에서 김정은은 "러시아군과 국민이 악의 무리에 맞서 승리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연합뉴스

정부가 21일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관여한 강순남 국방상, 박수일 전 인민군 총참모장 등 북한군 수뇌부를 대북 독자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또 러시아 등 제3국과 무기 거래에 관여한 북한인과 기관도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북러 무기거래에 대한 견제 차원으로 해석된다.

외교부는 이날 "한반도 및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에 대한 심각한 위협을 야기하는 북한의 불법 활동에 단호하게 대응하는 차원에서 개인 10명과 기관 2개를 대북 독자제재 대상으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 러시아 등 3국과의 무기 거래에 관여한 개인 4명과 기관 2곳 ▲ 북한 핵·미사일 개발에 관여한 북한 군·당 고위인사 3명 ▲ 러시아 등지에서 불법 금융 거래에 관여한 북한인 3명 등이다.

무기 거래에 관여한 두 기관은 슬로바키아 국적의 베르소와 북한 정찰총국이 운영하는 글로콤이며, 개인은 베르소 소유주 아쇼트 므크르티체프와 북한인 리혁철·김창혁·변원근 등이다.

베르소는 지난 8월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이 지정한 대러 독자제재 리스트에 오른 곳이다.

미 재무부에 따르면 므크르티체프는 지난 3월 북한과 러시아 간 무기 거래를 중재하고 20종이 넘는 무기와 탄약을 북한에서 러시아로 넘기는 대신 러시아로부터 식량을 포함한 자재를 북한에 보내는 계획을 조율했다.

글로콤은 2016년 정부가 제재 대상으로 지정한 '팬 시스템스 평양'의 위장회사로 아프리카 에리트레아와 무기 및 관련 물품 거래를 시도했다.

지난 4월 공개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 보고서를 보면, 글로콤은 북한 정찰총국이 운영 중이며 군용 무전기와 전장 레이더 등을 수출하고 있다.

김창혁과 변원근은 2018년 유럽연합(EU) 대북 제재 명단에 오른 인물로, EU는 이들의 직책을 말레이시아의 '팬 시스템스 평양' 대표(김창혁)와 글로콤 소장(변원근)으로 공개했다.

핵·미사일 개발 관여자로 제재 대상에 오른 북한군·당 고위인사는 강순남 국방상, 박수일 전 인민군 총참모장, 리성학 국방과학원 당 책임비서 등 3명이다.

올해 1월 국방상에 오른 강순남은 북한 김정은의 러시아 방문 일정에 동행하며 북러 간 군사협력을 실무적으로 챙겼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까지 총참모장으로 활동한 박수일은 강 국방상과 함께 지난 7월 방북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을 만난 바 있다. 리성학이 소속된 국방과학원은 우리의 국방과학연구소에 해당하며 전략무기 개발과 실험을 주도하는 기관이다.

이밖에 조명철(주블라디보스토크 제일신용은행대표부), 리창민(주모스크바 동성금강은행대표부), 김명진(주베이징 대성신용개발은행대표부) 등 3명은 해외에서 불법 금융 거래에 관여했다.

외교부는 므크르티체프, 김창혁, 변원근과 베르소를 제외한 나머지 개인 7명과 기관 1곳은 한국이 세계에서 처음으로 제재 대상에 올렸다고 설명했다.

외교부는 "정부는 지속적인 대북 독자 제재 부과를 통해 북한의 불법 핵·미사일 개발과 무기거래를 포함한 대북제재 위반·회피 활동을 차단하려는 국제사회의 노력을 선도함으로써 우리의 안보를 위협하는 북한의 불법 활동을 좌시하지 않고 엄중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제재는 윤석열 정부 들어 12번째 대북 독자제재이며, 누적 제재 대상은 개인 64명, 기관 53개로 늘어났다.

(연합뉴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