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기념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전 자유북한방송 대표, 탈북시인 김성민. 프리덤조선제공

2025년 7월 3일 오후 3시, 인천 강화도 길상면의 한 작은 북카페에서 깊은 감동과 눈물이 흐르는 자리가 마련됐다. ‘자유북한방송’의 전 대표이자 탈북 시인으로 알려진 김성민 대표의 시집 『병사의 자서전 – 시가 있는 이야기』 출판기념회가 열린 것이다.

이번 행사는 단순한 출판기념회를 넘어, 한 시대를 함께 걸어온 탈북민 인권운동가들과 친구들이 김 대표의 삶을 추억하고, 남은 시간을 함께 나누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현장에는 허광일 북한민주화위원회 위원장,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 장세율 겨레얼통일연대 대표,최정훈 북한인민해방전선 대표를 비롯해 김성민 대표와 수십 년간 동고동락한 자유북한방송 경력자들과 인권단체 활동가 등 50여 명이 참석했다.

김성민 대표는 현재 간암 말기 진단을 받고 병원으로부터 호스피스 입원을 권유받은 상태다. 그러나 그는 병상 대신 책상을 택했고, 육신의 고통을 안고서도 북녘 동포들에게 자유의 메시지를 남기기 위해 자신의 삶을 한 편의 시로 담아냈다. 그의 마지막 시집이 될 수도 있는 『병사의 자서전』은 단지 문학의 형식을 넘어, 시대의 증언이고, 자유를 위한 유언이다.

“몸이 점점 힘들어지니 마음도 급하고 해서, 지금껏 함께 해 준 여러분과 이 시간을 갖고 싶었습니다. 오늘이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겁지만, 이 자리로 그리움을 달랠 수 있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김 대표는 흐르는 눈물을 삼키며 인사했고, 참석자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가며 각자의 기억을 꺼냈다. 그와 함께한 수십 년의 세월 속에서 있었던 웃음과 아픔, 희생과 우정, 갈등과 화해의 순간들이 조용한 목소리로 다시 살아났다.

김성민 시집 출판기념회 참가자들의 기념촬영. 프리덤조선제공


허광일, 박상학, 장세율 대표는 “함께 싸우고, 함께 울었던 시간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우리가 있다”며, 그간 관계 속에서의 서운함과 미안함을 진심 어린 고백으로 풀어냈다. 이날의 자리는 단지 출판을 기념하는 자리가 아니라, 인생 전체를 안아주는 ‘고별의 시’이기도 했다.

최정훈대표를 비롯한 참석자들은 입을 모아 김성민 대표를 “사랑과 열정의 인간”, “닮고 싶은 리더”, “북한 인권운동의 살아 있는 증언자”라고 평가했다. 누군가는 “그는 자신보다 북한인권을 더 사랑했고, 그래서 마음이 더 아풉니다. 다음 생에는 인권의 불모지가 아닌 사랑과 평화의 세상에서 인간의 행복만을 노래하는 시인으로 태어나시기를 바란다”는 소망도 전했다. 눈물 속에 쏟아낸 김 대표에 대한 추억은 곧 탈북민 인권운동의 서사였고, 인간애의 깊은 시심(詩心)이었다.

오늘, 우리는 한 사람의 시인이 아니라, 한 시대의 정신과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가 남긴 시편은 단지 종이에 머무르지 않고, 우리가 살아가는 오늘과 내일 속에서 계속 말할 것이다.

“그는 병사였고, 시인이었고, 자유를 사랑으로 노래한 사람이다”

장세율기자